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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aonix.. | 17/08/20 10:00 | 추천 25 | 조회 496

블랙 리전 - 13 +35 [9]

디시인사이드 원문링크 m.dcinside.com/view.php?id=superidea&no=118192




사로노스는 아슈르-카이의 자리를 차지했다. 가끔씩 나는 백색의 현자가 한 때 서 있던 곳에 서 있는 그를 지켜보기 위해 함교로 왔다. 그는 워프의 침착하지 못한 파도를 뚫고 배를 인도하고 있었지. 울티오가 그와 함께 일했고, 그녀의 집중력은 절대적이었다. 둘 사이에 부족한 것은 그녀가 그녀의 희생당한 공허-안내자에게 가지고 있던 친근함이었다.


아이 오브 테러를 벗어나는 여정은 결코 평온하지 않았다. 하지만 벤지풀 스피릿은 더 이상 조각날지도 모르는 위협을 받지 않게 되었지. 함선의 바깥에서 요동치는 뒤죽박죽의 에너지를 보고 있으면, 우리가 상대적으로 차분한 물길로 접어들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사로노스는 창을 응시하며 부드럽고 시적인 찬송가를 내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언어로 중얼거렸다. 때때로 그는 배의 머신-스피릿을 달래려 시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가끔 그는 우리의 인지를 벗어난 곳에서 이루어지는 거대한 의식을 차갑게 달래듯 노래했다. 진실이 무엇이건 간에, 그는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고개를 늘어트린 채 완전한 침묵 속에서 보냈다. 무슨 감각에 의해서인지 몰라도 그는 밖을 내다보고서 폭풍을 뚫고 나아가는 길을 파악했다.


아바돈은 항해하는 내내 옥좌에 앉아 울티오와 마찬가지로 눈앞에 펼쳐진 아이 오브 테라의 공간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에게서 굶주림이, 그를 집어삼킬 듯한 허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모든 대화를 거부했고, 오로지 딱 한 번 나에게 질문을 했을 뿐이었다.


“다라벡이 우리를 쫓아오고 있나?”


“놈이 무슨 수로?” 레오르가 내 옆에서 답했지.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만일 다라벡의 소서러들이 우리가 지나간 항적을 찾을 수 있다면, 혹은 사로노스와 그의 워프 고스트들이 사용하는 통로를 발견해낼 수 있다면, 가능성이 있었다. 


아바돈이 질문한 건 내가 처음이 아니었다. 울티오의 감지기들은 아이 오브 테라의 영역을 뚫어볼 수 없었고, 우리들 중 누구도 추격의 기미를 감지할 수 없었다. 외부의 워프 공간은 하나의 장막이었고, 우리는 고요히 항해하는 대가로 무엇이 우리를 쫓아오건 그것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동안 죽, 나는 아슈르-카이의 마지막 경고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의 마지막 예언이었다. 만일 내가 다라벡을 마주한다면, 나는 죽게 될 것이다. 그 말은 내가 그와의 정면대결을 피하지 못할 거라는 의미일까? 만일 무리의 군주가 우리를 추격해온다면?


레오르는 내가 그 문제를 공유하자 특히나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는 금속 이빨을 딱딱 맞부딪쳤지. “넌 이미 그를 죽일 수 없다는 걸 증명했어.” 레오르가 다라벡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니 누가 싸움에서 이길지 그 현자가 모를 리 없잖아.”


연습 시합장에서 종종 우리에게 합류하곤 했던 애뮤라엘은 레오르의 의견에 동의했다. 다만 약간 덜 불쾌한 태도였지. “넌 이걸 잘못된 방식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가 나중에 덧붙였다. “아슈르-카이는 네가 이미 아는 사실을 다시 들려주느라 유언을 낭비할 사람이 아니었어.” 


나는 그 말에 동의했다. 나 역시도 같은 생각이었으니까. “그는 내가 다라벡과 직접 마주하는 것에 대해 경고했어. 내가 보기엔 그를 마주하지 않고 죽이라는 경고 같군.”


애뮤라엘의 송곳니가 번뜩였지. “네가 이미 시도해봤지 않나, 카욘. 그걸 시도하느라 넌 1년을 허비했어.”


그리고 물론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더 열심히 시도해 봐야겠지.” 나는 내 말이 최대한 공허하지 않게 들리길 기대하며 말했다.






워프 고스트들은 그들이 한 음침한 말을 지켰다. 그들은 폭풍을 통과해 아이 오브 테러의 영역에서 현실 우주의 황량한 추위 속으로 우리를 인도했다.


그 자유의 순간을 어찌 묘사할 수 있겠나? 진실은 우리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지도, 심지어 안도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 느낌은 소름끼치는 자각이자, 심장이 뛸 때마다 점점 더 선명해지기 시작한 인식이었지. 나는 환호성과 공개적인 분노의 외침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아이 오브 테러의 자주색 안개가 옅어지고, 처음으로 때 묻지 않은 별들을 보게 된 순간 침묵은 짙어져갔다.


아이 오브 테러의 가장 고요한 지역에서조차 계속해서 함선의 뼈대를 타고 흐르던 떨림이 가라앉았고, 갑작스러운 고요가 물리적인 힘으로 우리의 감각을 덮쳐왔다. 갑판 하부의 몇몇 돌연변이들과 인간들은 소문에 따르면 정신이 나갔다고 하더군. 그도 그럴게 그 중 대부분은 아이 오브 테러 내에서 태어나 단 한 번도 그 경계를 나가본 적이 없는 이들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실체가 있는 현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개념이었지. 그들은 평생 동안 선체를 긁어대는 발톱 소리를 들으며 살아왔다. 그 소리가 사라졌다는 건.... 뭐, 현실이야말로 그들에게 있어선 낯선 것이었지. 나는 그들의 정신 구조에 대해선 추측하고 싶지 않구나. 모든 군단원들의 뇌 패턴과 인지 작용은 우리의 지옥 같은 안식처에 의해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거기서 태어나 현실의 존재를 전혀 모르는 이들에게는 어떻게 느껴질까?


사로노스는 항행용 파일론에서 손을 뗐다. 울티오의 숨소리가 함교 전체에서 들렸지. 그녀가 내쉬는 안도의 한숨 소리가 가고일들을 통해 전달되었다. 그녀의 배는 그 고통스러운 파도를 미끄러지듯 빠져나와, 마침내 본연의 우주로 귀환한 거야.


나는 더 이상 형체 없는 악마들이 내게 형태를 부여해달라고 구걸하는 소리도, 그들이 속삭이는 간청과 도발도 들을 수 없었다. 내 망막 디스플레이의 끄트머리에 있던 시각 룬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다시 한 번 똑딱이기 시작하며,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표시했다.


일리야스터는 완벽한 별들로 이루어진 한 폭의 그림이 되어버린, 창 쪽으로 핼쑥한 시선을 돌렸다. 나는 그때까지도 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고, 그의 퀭한 얼굴은 그의 감정을 알아보기 어렵게 했다. 처음에 나는 그가 우리의 해방을 목격하고서 흐느끼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뒤늦게 생각해보면, 내가 그의 얼굴에서 읽은 것은 공포였을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도 오랫동안 지하 세계에 갇혀 있었고, 우리의 안식처에서 쉬지 않고 전쟁을 벌여왔다. 이제 우리에게 있어 거대한, 정신 나간 허무의 공간이었다.


아바돈만이 내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승무원들이 말을 더듬거리며 해오는 상황 보고에 귀를 기울였고, 우리의 뒤를 따라 현실 우주로 흘러들어온 나머지 함대로부터 메시지를 수신 받았다. 함대가 전부 빠져나온 것이다. 단 한 척의 배도 잃어버리지 않았어. 나는 도저히 그게 가능하다는 걸 거의 믿을 수 없었기에, 그게 사실인지 기록을 분명히 확인해야만 했지.


“탐지기,” 아바돈이 울티오를 호출했지.


심지어 추억조차 현실로 돌아온 것에 감동하고 있었다. 그녀의 두 눈은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그녀를 배신했어. 그녀는 그저 3차원 밖에 존재하지 않는 우주로 다시 돌아온 터라 이를 처리하려 애를 썼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녀가 선언했어. “전방의 우주는 고요합니다.”


“계속 눈을 뜨고 있어라. 이 상태가 오래 갈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사로노스가 다가오는 동안, 아바돈은 계속 옥좌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는 피상적인 경례가 이루어진 후 사로노스에게 일어나라고 말했다.


“너는 네가 약속한 바를 전부 이행했다.” 아바돈이 말했어.


“동의한 대로다.” 사로노스가 답했다.


“다만 너는 내 전함 여러 대를 공허-안내자도 없이 뒤에 남겨두었다.”


“그것 역시도 동의한 일이었다. 너는 무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에제카일 아바돈.” 내 주군의 입술이 뭔가 즐거움에 가까운 감정으로 인해 말려 올라갔지.


일리야스터가 그의 검은색 터미네이터 갑주에서 소음을 내며 접근해왔다. “만일 우리가 네 봉사를 다시 필요로 한다면?”


사로노스는 가장 최근에 합류한 에제카리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블랙 리전이 우리의 대가를 지불했을 때부터, 우리는 언제나 블랙 리전을 섬겨왔다.”


그 말에 담긴 잠깐의 약속에 소름이 돋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아바돈의 황금빛 눈이 좁혀졌어. “네가 우리를 언제나 섬겨왔다고?”


까악대는 소리가 그늘진 대들보 위에서 들려왔고, 악마 까마귀가 나선형으로 하강하며 워프 유령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그것은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위험 속에서, 나를 흐릿한 두 눈으로 쳐다보았다.


Tokugra?


그는 내게 대답하지 않았다. 사로노스도 마찬가지로 악마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사로노스는 옥좌 위에 앉아있는 전사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잘 있으시길, 에제카일 아바돈.”


나는 어느새 앞으로 걸어 나와 워프 고스트에게로 접근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나는 다가가면서 내 투구를 벗었어.


“멈춰,” 나는 그를 불러 세웠다. 모든 시선이 내게로 쏟아졌지. “네 얼굴을 보여다오.”


붉은 시각 렌즈가 무심함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너는 무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가 말하는 내용 중 어느 것도 나 혹은 군단과 무관하지 않다. 이건 충분히 간단한 요청이야, 사로노스.”


나는 그가 거절할 거라 예상했었지. 그 대신, 사로노스는 목깃의 봉인을 해제했다. 그리고 까마귀가 날개를 퍼덕이며, 그의 등에 달린 동력 팩 위로 자리를 옮겼다. 사로노스의 갑주에서 압력이 배출되며, 치익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는 투구를 벗었어.


그의 피부는 그의 긴 머리카락처럼 백색이었다. 투구에서 풀려난 머리카락이 길게 흘러내렸다. 그의 두 눈은 붉은 색이었고, 그의 얼굴은 약간의 변화만이 가해져 있었다. 그의 창백한 피부 아래로 흐르는 혈관은 어두웠고, 그의 혈류에 가해진 사소한 변이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는 내가 마지막으로 그를 보았을 때보다 나이 들어 보였으나, 벤지풀 스피릿을 인도하고 우리의 영혼을 현실로 안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혀 지쳐 보이지 않았다. 


Tokugra가 까악거렸다. 함교 전체에서 웅성거림이 터져나왔다. 울티오의 가고일들이 그녀가 헉하고 숨을 들이쉬는 소리를 중계했다. 나는 아바돈을 흘깃 보았고, 그는 놀라지 않은 채 그 광경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는 Saronos의 이름을 나직이 말했다. 나는 내가 항상 알고 있던 그의 이름을 불렀지.


“아슈르-카이.”


그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어. “너는 무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Sekhandur.”


당신은 날 알아, 내가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당신은 날 Sekhandur라고 불렀어.


“우릴 기억합니까?” 내가 그에게 물었다. 그는 이미 투구를 다시 쓰고 있었다.


“너는 무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를 떠난 후에,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당신이 사라진 뒤로 시간이 얼마나 흐른 겁니까?”


그는 다시 투구를 제자리에 고정시켰다. 그의 목소리는 다시금 투구의 음성망을 통해 전달되었고, 당연하게도 그는 내가 무관한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울티오의 갑작스러운 불안에 함교가 흔들렸다. “어둠 속에 다른 함대가 보입니다.” 그녀가 말했어. “전투태세로 접근 중입니다.”


그녀가 입을 열었을 때 나는 그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다시 아슈르-카이 ? 혹은 사로노스 ? 가 있는 곳을 보자 그는 사라지고 없었어.


홀로그램 화면에, 한 대의 워프 고스트 함선이 아이 오브 테러의 어두컴컴한 경계로 다시 항해해 돌아가는 게 보였다. 


“아슈르-카이...” 내가 중얼거렸어.


아슈르-카이! 나는 워프를 향해 그의 이름을 소리쳤고, 답이 들려오길 바라며 탄원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아무 것도.


레오르가 내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후려갈겼지. “저들은 잊어버려! 도망치라고 해. 전투가 곧 시작된다.”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뿐이었어.


우리는 새로운 위협을 마주하려는 참이었다. 함대가 다가오는 중이었고, 그 선두의 함선들은 여전히 알아보기 힘든 거리에 있었지. 화면은 끊임없이 몰려오는 함선의 이미지들을 계속해서 중계해주었다. 제국이 챕터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너희가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게 있다면, 그들이 정교하면서도 정확한 특수 작전부대를 위해 군단의 파멸적이지만 무질서한 힘을 희생했다는 점이다. 블랙 템플러 역시도 챕터였지만 그들은 제국의 헤러시의 쓰디쓴 날들 이래로 한 번도 보지 못한 규모의 챕터였다.


아바돈은 흑담비색의 선체를 한 전함들의 이미지가 계속해서 지나가는 걸 보며 웃었다. 그의 두 눈에 어린 불건전한 번뜩임과 함께, 그는 팔을 넓게 벌리고서 왕과 같은 태도로 인정했다. 


“보아하니 우리가 유일한 검은 군단이 아닌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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