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유머 원문링크 https://m.todayhumor.co.kr/view.php?table=bestofbest&no=362464
나도 어린 친구들 예쁜거 안다.
20대 초~중반. 가장 예쁠 나이.
예전, 어떤 만화에서 봤던 말.
삼일동안 안 씻어도 라벤더 향이 올라온다고.
정말, 그럴 것 같이 예쁜 친구들이 있다.
나이 차이가 큰 허물이 아니란거 역시 안다.
8살 차이 부부. 알콩달콩 지지고 볶으며 사는 것도 안다.
옆에서 보고 있으니 잘 안다.
내 이십대 초중반.
누구를 사귈 형편도 안되었을뿐더러,
그 때는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았다.
하고 싶던 학교 공부를 하면서
돈 한 두 푼 벌어 학비를 내고,
공연 준비 - 공연을 하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다.
하루에 두 시간 자면서도 버틸 수 있었다.
여자친구는 사치였지. 만날 시간도 없었고.
이십대 후반이 되며 현실이 눈에 들어오더라.
넥타이를 매고, 취직의 현장에 뛰어들었다.
누구한테 보여줄 스펙도 없고, 자격증도 없던 때.
작은 회사에 들어가서 쌓인줄도 몰랐던 가계빚을 갚았다.
그나마 낙이라고는, 편의점에서 한 병씩 사들고 들어간 소주 한 병.
달더라.
삼십대 초반이 되었다.
나름 인정받고, 일도 나름 할 만 하다.
이렇게 월급 루팡질을 해도 책 잡히지 않을 정도로.
얼마 전, 친구와 술을 마셨다.
친구는 내년 1월에 결혼을 한다고 한다. 당연히 축하해줬고.
그러면서, 여자친구는 안 사귈 거냐고 물어보더라.
나도 사람이고, 남자고.
그동안 외로움 한 점 가지지 못했겠는가.
신경림 선생님의 시, '가난한 사랑 노래'를 읽으며 울었던 날도 있었고,
내게 호감을 보이던 어떤 아이의 이야기를 매몰차게 끊어냈던 일도 있었다.
다 옛날 일이지만.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면, 어쩔 거냐고 말했다.
"너무 어려."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나이차이가... 대략 여덟 살. 그게 책잡힐 일이냐고 묻던 너에게,
나는 반복해서 너무 어리다고 이야기를 했다.
어린 친구들이 예쁜걸 내가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게 너무 없기에.
그 아이들은 더 풋풋한, 더 예쁜 사랑을 경험해봤으면 하기에.
이미 날아가버린 내 이십대와는 다르게,
동갑내기의 예쁜 사랑을 했으면 좋겠기에.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겁이 나서.
밀어내고 있었다.
오래된 여동생과 술을 한 잔 했다.
그동안 만나왔던 남자 이야기를 하기에, 들어줬다.
키도, 성격도, 얼굴도 다 괜찮은데 돈이 없더라.
술이 다 깨는 기분. 그러고는 내가 너무 초라해 보였다.
키도, 얼굴도, 돈도. 난 아무것도 없는데.
그냥 헛헛하게 웃어보였다.
나라고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술을 마신다.
혼자가는 극장. 참 익숙해졌다.
그럼에도,
가끔씩 휘몰아치는 그리움에는.
핸드폰을 켜 같이 술 마실 사람이 있을지 내려보다가,
씁쓸한 기분으로 핸드폰을 끌 때에는.
정말.
사무치게 외롭다.
댓글(13)
일단 남자고요, 글만보면 진국이신데요 ㅋㅋ 음 선비기질 조금 벗고 여자를 찾아보세요, 내 자신이 아무리 초라해 보여도 분명 좋은분 만납니다(제가 그렇거든요)
그냥 감성같은거 집어던지고 짐승으로 사시는게 후회 없습니다.
MOVE_HUMORBEST/1494155
사랑은 가슴으로해야지 이성적으로 이것저것 다따지면 못함니다.... 일단 저지르고 보세여 ㄷ
그랬으면 좋겠네요...
사람으로 후회하고 말지, 짐승으로 후회하는게 더 겁나거든요.
그래서 아직 배불렀다는 소리를 듣나 봅니다...ㅋㅋ
작성자의감성을 폄하할것까지야..
와...감성....
맘에 들면 질러보는 용기도 필요해 보입니다. 물론 들이댄다는게 아니라, 대화하거나 모임 참여하는 정도의 가벼운 들이댐부터 시작해보시면 어느 순간 바뀐 자신을 보시게 될겁니다. 거기서 굳이 연인을 만나지 못해도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 거기에서 인연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직장인 밴드 하면서 멤버들과 친해지고, 멤버들끼리 지인 소개해주면서 이어지곤 했어요. 나이차 좀 있는 연하 여친도 있었는데, 나이 상관없이 행복한 연애 했었네요. 물론 지금은 혼자입니다 ㅜㅜㅋ
낭만찾다 얼어죽는 사람 많이 봤는데 대단히 낭만적이고 순수하고 뜨거워 보이는 사람들의 사랑 조차도 가까이서 들여다 보면 그저그런 시시한 사랑이더라고요 현실 속에서 부비적거리며 살아가는 사람살이가 원래 다 그렇고 그런 건지 기회가 있을 때 혼자 점잔빼지 말고 흑역사 좀 생기면 어때 하는 맘으로 시시한 사랑이라도 좀 더 많이 할걸 하는 후회를 자주해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운명이 찾아 오려고 이렇게 날 오래토록 힘들게 하는걸까 하는 망상도 여전히 하고요 근데 한 가지 확실한건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더라는것 그 때의 젊은 나는 다신 오지 않고 그 때의 순수했던 나도 다시 오지 않고 내 주변의 시간도 같이 흘러버리고 난 지금엔 보내버린 시간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길 원하는건지 더 계산하고 더 따지고 있는 나이먹은 나만 남았어요 거기에다 착한사람 병이라는 합병증까지 덤으로 얹어서요 그저그런 집안의 장남에 먹고사는 일 걱정하며 가끔 잠 설치다 보면 사랑이니 뭐니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젠 어리고 젊은 시절의 나 처럼 두려움 없이 사랑할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으니까요 웃음거리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나를 좀 더 사람들 앞에 겁 없이 던져놔야 하는건지 아니 이젠 그럴 용기조차 낼 힘이 없는건지 이젠 잘 모르겠어요 타고나길 감상적인 동물로 타고난 탓인지 아직도 시시해보이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어설프고 잘난 듯한 조언엔 비웃음이나 흘리는 건방진 놈의 속마음은 사실 이렇게나 위태롭고 약하네요
MOVE_BESTOFBEST/3624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