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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은간.. | 17/11/25 10:17 | 추천 52 | 조회 3080

[단편] 달에서 태어난 아이들 +201 [9]

오늘의유머 원문링크 https://m.todayhumor.co.kr/view.php?table=bestofbest&no=377115

김남우는 지구 밖에서 태어난 최초의 인류였다.

달에서 태어난 최초의 인류! 그 상징성은 대단했다. 인류의 숙원사업이었던 달의 거주시설이 안정화 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이었으니까.
태어나면서부터 온갖 방송에 노출된 김남우는, 자라면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모두가 '달의 첫 아이 김남우'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인류는 비극적인 소식을 접해야만 했다. 김남우가 미쳐버린 것이다.

김남우는 발작을 일으키며 주변의 모든 것을 물어뜯었다. 특히 움직이는 동물이나 사람을 더 물어뜯으려 했다.
성실한 우등생이었던 김남우가 왜 갑자기 그렇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강제로 입원한 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사람들은 달의 첫 아이가 그렇게 된 것에 충격을 받았다. 한데, 사람들이 겪어야 할 충격은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달에서 두 번째로 태어났던 아이도 스무 살이 되자마자 김남우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게 아닌가? 사람들은 설마 했고, 그 불안감은 현실이 되었다.

달에서 태어난 사람은 모두 스무 살이 되자마자 미쳐버렸다.

무슨 수를 써도 막을 수가 없었다. 원인도 모르고, 치료법도 몰랐다.
달의 거주민들은 난리가 났다. 피할 수 없는 끔찍한 미래가 예약되어 있다니, 초상집이나 마찬가지였다. 서로 앞다투어 지구로 이주했지만, 지구에서도 증상은 발발했다.
지난 20년간 달에서 태어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은 살아도 산 게 아닌 심정이었다.
인류는 온 힘을 다해 치료법을 찾으려고 애썼지만, 그저 환자들을 격리시키는 것이 전부였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극도로 발전한 인류의 과학기술로도 설명조차 할 수 없다니? 사람들은 차라리 신의 저주라 부르기 시작했다. 감히 지구를 벗어나려 한 벌이라고 했다.

그 말이 맞든 아니든, 사람들은 달의 아이들을 기피했다. '달 좀비'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붙이고 꺼렸다. 자신의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을 반대하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것도 싫어했다.
아무리 전염성이 없다고 말해도 소용없었다. 달의 아이들은 병도 모자라, 사회의 차별까지 이중 고통을 겪어야 했다.
단 한 건이라도 사람을 습격한 일이 알려지면, 전 세계의 언론이 대서특필하며 그들에 대한 혐오를 부추겼다.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택하는 아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왜 부모님은 자신을 달에서 낳았단 말인가? 왜 달에서 태어나서 이런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가?
성인도 아닌 아이들이 견디기엔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그들의 희망은 제발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치료법이 나오는 것이었다. 발병 환자들이 모두 모이는 수용시설에서 밤낮없이 연구하고 있으니, 언젠간 좋은 소식이 들려올 거라 기대했다.

한데 수용시설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소식이 들려왔다.

[ 달 환자들의 수용시설 상공에 UFO가 나타났습니다! ]

인류 모두에게 정말 충격적인 소식이었지만, 어느 면으로는 이해가 가는 등장이기도 했다.

" 어쩐지! 그 모든 사태는 외계인이 연관되어 있었구나! "
" 그러니까 인류가 아무것도 알아내질 못했지! "

우주선이 시설 상공에 체공하는 동안, 전 세계가 불안해졌다. 달의 인류를 그 꼴로 만들어놨으니, 당연히 인류에게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을 게 뻔하지 않은가?
인류의 모든 병력이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하지만 과연 우주인의 과학에 맞설 수 있을지? 자신 없는 일이었다.
제발 대화의 여지가 있기를 바라며 지켜보는 가운데, 드디어 우주선이 아래로 하강했다.

시설의 사람들은 죄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거나 숨었다. 이윽고, 건물 바로 위까지 다가온 우주선에서 백여 명의 외계인이 빛과 함께 쏟아져 내렸다.
놀랍게도 그들은 사람과 그리 다르지 않은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들이 내리자마자 시설의 환자들이 소리를 지르며 죄다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펼쳐진 광경은 인류의 예상을 벗어난, 너무나 놀라운 것이었다.

달 좀비들이 외계인에게 달라붙어서 그들을 물어뜯는 게 아닌가??

" 헐? "
" 뭐지? "

외계인이 역으로 당하는 모습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다. 한데 자세히 보니, 외계인의 표정이 하나같이 환희에 차 있었다.
게다가, 물어뜯고 있는 환자들의 표정도 같았다.

" 이게 뭐야 도대체? "

인류가 이해할 수 없는 그 행위는 10분가량 지속되었다. 끝났을 때는, 서로 둘도 없는 사이처럼 포옹과 악수를 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외계인들은 만족한 모습이 되어 우주선으로 돌아갔고, 남겨진 환자들도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니, 환자라고 부를 수 없었다. 스무 살에 미쳤었던 그들은 지금, 완벽한 정상인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그들이 시설 밖으로 나오자마자 궁금증이 폭발한 사람들이 달려왔고, 그들은 대답했다.

" 교감을 나눴습니다. "

외계인과 교감을 한 그들은 정신적으로 어딘가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주변 모든 것을 물어뜯으려던 환자들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은 일련의 사태에 관한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 저희가 병에 걸린 게 아니었습니다. 인간은 원래 그렇습니다. 원래 스무 살이 되면 정신적인 성장기가 찾아오고, 외계의 다른 인류와 교감할 수 있는 겁니다. "

사람들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인간이 원래 그렇다니?

" 무슨 말입니까? 달 좀비 사태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나타난 증세였는데, 원래라는 게 무슨 뜻입니까? "
" 인류는 원래 스무 살 이후로 정신적 성장기가 주기적으로 찾아옵니다. 그것을 막은 건 주인입니다. "
" 주인? "
" 실은, 우리 지구는 인간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인간이 지구의 것이었습니다. "
" 뭐요? "
" 인류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보자면, 우리 인간은 지구의 애완동물입니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일종의 '중성화 수술'을 당하는 겁니다. "
" 허? "
" 지구는 인간이라는 애완동물이 정신적으로 성장하지 않고, 오랫동안 지구에서 살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지구에서 태어나는 모든 인간의 성장기를 봉인했습니다. 다만 저희는 달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봉인되지 않았고, 스무 살에 이르러 정신 성장기가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
" ... "

인류는 역사상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말이 사실일까?

그들은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하나같이 엄청난 지능과 정신적인 성숙도를 보여주었다. 지혜와 혜안은 감히 따라갈 수가 없었고, 어떤 일도 그들을 동요하게 할 수 없었다.
다만, 그들은 오래 살지는 못했다. 그들은 1년에 한 번씩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또 다른 외계인과 교감했는데, 그때마다 한층 더 성장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마치 도를 깨우친 부처라도 된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숨을 멈추곤 했다.

인류는 이 모든 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인류는 지구의 애완동물이고, 달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본연의 인간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고민했다. 앞으로의 출산은 지구에서 해야 하는가, 달에서 해야 하는가?

어떤 선택이 정말 인간을 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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