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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 17/11/25 10:00 | 추천 66 | 조회 1418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랐던 내 꿈이 깨졌다. +91 [9]

디시인사이드 원문링크 m.dcinside.com/view.php?id=superidea&no=128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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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주무세요"

 

"네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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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이 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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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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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지호씨 방에는 처음 와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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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아 이럴줄 알았으면 좀 치워놀걸 그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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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좋은데요 지호씨 같고 지호씨 냄새도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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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냄새가 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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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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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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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실로 가다?"

 

"아 그거 제가 대학때 좋아하던 책인데 요즘 다시 생각나서 읽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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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내용인지 여쭤봐도"

 

"음..한 부부가 있는데요 완벽한 부부에요 남들이 보기에도 부족함 없구 자신들도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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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복하고 화목한 가정. 근데 아내가 어느날 갑자기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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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남편이 이층에 아내의 방을 만들어줘요 어머니의 방 이라고 이름 붙여서

근데 어느새 그 방에도 아이들이 드나들게 되고 가족들도 출입하면서 그 방 역시 

또 하나의 거실이 되어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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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래서 그 아내는 어떻게 하나요?"

 

"그래서 그 아내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싸구려 호텔에 가족들 몰래 방을 하나 구해요" 

"그리고 가끔 몇시간씩 그 방에 혼자 머물러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방에 있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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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은완벽하게 혼자인 자신만의 공간이니까요"

 완벽하게 혼자였던 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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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한다는건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이 없어지기도 한다는거니까 

그 지난날 속의 기억들


타인이 없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죠 충분히"

혼자인 삶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생각하고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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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얘기네요"


"슬픈 이야기 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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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책 읽으면서 세희씨 생각을 했어요"

"그러셨잖아요 인생에서 책임질 수 있는건 이 집과 고양이 그리고 자신 뿐이라고

그래서 결혼하지 않는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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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그 말이 대개 와닿았거든요" 

"저역시 이 방하나 겨우 책임질 수 있는 상태니까"


그런데


"근데요 그렇게 살면 외롭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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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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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다는 생각은 안해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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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익숙하지만 낯선 단어 


"외롭다는 생각조차 안하고 살았던것 같네요" 

외로움을 느낄 수 없었다. 지난 기억들이 나를 붙잡고 놓지 않아서


"타인을 견디고 부딪히는 것보다는 

 또 그런 기억들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혼자인게 낫다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았으니까"

내가 혼자인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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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잘까요? 늦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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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 베개를 가져와야겠네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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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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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씨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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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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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않은채로 잠든 너를 바라보고 누웠다.

 

서늘하게 비어있던 이 방

그 안으로 생기 가득한 니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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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씨 내가 안아줘도 돼요?"

 잊고 살았던 누군가의 체온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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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씨 냄새가 나네요."

잊고 살았던 누군가의 향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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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냄새가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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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취라고 하죠 정확히는 아니면 향기라고 하는"

 

"그런 뜻의 냄새요.."

 

"지호씨 작가 그만두길 잘했네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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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인데"

나를 바라본다.

 

"제가 농담에 소질이 좀 없어요

혹시 화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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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해도 돼요?"


나의 임종공간이 될거라 말했던 방

생명도 빛도 없을 그 공간에 니가 들어왔다


너의 체온으로 온기를 

너의 호흡으로 생기를 되찾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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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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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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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진짜 잠들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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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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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기록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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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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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를 확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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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꼭 챙겨먹는 너를 위해 밥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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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고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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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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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는 별일 없으셨습니까"

 

"네 뭐 평소처럼 평화롭게"

"세희씨는요?"

 

"저도 평소처럼 아무일도 없었습니다."

 

"저는 사실 별일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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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민

 

"어떤 제작사 대표님이 찾아오셨었어요"

 

"제작사요?"

 

"네 드라마요 같이 일하고 싶다고 찾아오셨어요"

 

"아 그럼 다시 일을"

 

"아뇨 그런건 아닌데 잘 모르겠어요 제 마음을 아직은"

 

"남자이름 같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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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분 이신가요?"

설마 

 

"네 아주 단단한 여자분 이셨어요 

단단한데 뭐랄까 그 단단함으로 주위를 해하는게 아니라 품어줄 것 같은 흔치않은 분이셨어요 그 대표님. 이름은 저처럼 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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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요 흔한 이름이죠."

나 역시 알고있다. 이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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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왜 애한테 이렇게 쓸데없는 얘길 해가지고"

 

"그거 사실 내가 한말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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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한말이잖아 나한테"

 

"12년전에"

 

"아 그게 여기였구나 시간 진짜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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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빨리 지나가버린 시간 

그러나 내겐 억겁과도 같았던 긴 시간.


"야 너 혹시 그때 둘이 다른일 있었냐? "


"아니 둘다 갑자기 그냥 휴학신청하고 정민이는 복학도 안하고 갑자기 사라져버리고

아니 지금 생각해보니까 좀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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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혹시 그 때 이후로 소식 들은거 있어?"

오늘 본 그 명함의 이름이 내가 알고 있는 이름은 

 

"없지 아니 친구들하고 애들하고도 다 연락 끊고 아 그 뭐 미국갔단 얘긴 들은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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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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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바닥에 앉으세요 저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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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 저는 원래 바닥에 앉는게 익숙해서 이게 더 편해요"

 

"근데 왜 계속 소파에 앉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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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땐 그러기에는 이 집이 좀 불편해서. 세희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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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 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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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세요"

 

"네 지호씨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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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깐 경황이 없어서"

 

"아 맞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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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지호씨 "

 

"네"

 

"그 드라마라는거 저는 잘 알지 못하지만 이 결혼때문에 망설이시는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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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러니까 혹시라도 이 결혼이 뭔가 지호씨 미래에 걸림돌이 되는거라면 그러지 않으셨음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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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드렸다시피 저는 지호씨에게 폐가 되고싶지 않습니다."

 

"네 무슨말인지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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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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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통의 전화.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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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늦었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 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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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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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랐던 내 꿈이 깨졌다.

 

 

 

 




어둡게 비워져있던 


자신의 임종공간이 될 예정이라 했던 그 방이 곧 세희였던 것 같아.


죽을 날을 기다리지만 이미 죽은거나 다름없는 삶을 살고있던 세희의 그 마음과 같은 방에 지호가 들어왔고


생기 가득한 지호가 들어온 그 순간부터 그 방은 지호의 온기와 호흡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듯 세희의 마음도 그렇게 다시 생기를 찾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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