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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히해 | 17/11/25 10:00 | 추천 47 | 조회 1019

오늘의 햄타지 풍물기행: 기사도 네버다이. +31 [20]

디시인사이드 원문링크 m.dcinside.com/view.php?id=superidea&no=128368





에스투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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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투베르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성배기사 레투어 경의 뒤를 따르고 있는 전투순례자입니다. 성배기사를 보필하며 보낸 수십 년의 세월은 그에게 수많은 흉터를 남겼고, 이제 박박 밀은 중머리도 슬슬 희끗희끗해지기 시작했죠. 그러나 에스투베르는 여전히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전사입니다. 레투어 경을 따르는 일군의 성배순례자 무리 안에서 에스투베르의 입지는 확고하죠. 사실상 최고참으로 그보다 많은 경험을 쌓은 이는 없거든요. 이쯤 되면 작은 무리 안에서 왕초자리라도 잡고 나름 떵떵거려도 되련만, 에스투베르는 여전히 존경하는 성배기사의 충직한 하수인으로 남아있습니다. 


 파라봉 계곡에서 태어난 에스투베르가 비스트맨을 몰아내는 성배기사의 활약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것이 그의 나이 아홉 살 때였습니다. 그날부로 에스투베르의 목표는 확고해졌죠. 처음에 이 농노 꼬맹이는 본인 스스로 성배기사가 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몸  속에 흐르는 천출의 피 때문에 그 꿈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죠. 농노는 호수의 여인의 눈길에 들 수 없으니까요. 심각한 난관에 부딪힌 에스투베르의 행복회로가 연기를 뿜으며 돌아가기 시작했고, 곧 그는 자신만의 이론을 세우게 됩니다. : 이번 생에 성배기사님을 받들다 죽으면 다음 생에는 나도 귀족으로 태어날 수 있을 거야! 그럼 성배를 찾으러 떠날 수 있겠지! 에스투베르는 자신의 이론을 진심으로 믿고 있습니다. 근거요? 믿음에는 근거가 필요 없단다. 이 수학하는 이과놈들아!


 그렇게 성배기사 레투어 경을 따르는 성배순례자의 삶을 살게 된 에스투베르는 몇 년 전에 그의 꿈을 이룰 절호의 찬스를 잡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날도 레투어 경과 그 팬클럽은 비스트맨 떼거리와 드잡이질을 벌이고 있었죠. 그러다 수십 마리의 비스트맨에 둘러싸인 레투어경이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진심을 다해 받들어 모시던 성배기사를 위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적진에 뛰어든 에스투베르는 온힘을 다해 레투어 경을 포위하고 있던 비스트맨들에 맞섰습니다. 그러나 혼자서 수십 마리의 비스트맨을 상대로 빛나는 활약을 펼친 에스투베르는 레투어 경을 위기에서 구한 대신 온몸에 심각한 상처를 입고 말았습니다. 성배기사 곁에 나란히 쓰러져 가쁘게 내쉬는 자신의 숨소리를 듣던 순례자는 마침내 꿈이 이루어졌노라, 이제 기쁜 마음으로 평온히 죽을 수 있겠노라, 만족하며 눈을 감았죠.


 안타깝게도 그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에스투베르는 심각한 상처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거든요. 놀랍게도 성배기사 레투어 경 본인이 직접 이 나이든 순례자를 간호한 것이었습니다. 긴 시간이 지나 다시 기력을 회복한 성배기사와 팬클럽 무리들은 또 다른 여정을 떠날 준비를 했죠. 다들 짐을 싸고 행군준비가 한창이던 그 때, 주절주절 짐을 싸고 있던 에스투베르에게 다가온 성배기사 레투어 경은 자신의 투구를 벗어 그의 발치에 떨굽니다. 황공하게도 성배기사의 투구를 받잡은 에스투베르는 얼른 기사님께 투구를 돌려드리고자 고개를 들었죠. 그러나 레투어경은 이미 저만치 멀어져있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레투어 경의 선물은 에스투베르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 되었습니다. 성배기사의 성스러운 투구를 쓴 나이든 순례자는 오늘도 기사님 곁에서 부푼 가슴을 안고 영광스러운 죽음을 맞기 위해 싸우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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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배기사와 20년 넘게 그를 따라다닌 성배순례자의 우정. 기사님이 주신 투구, 잊지 않겠습니다. 흙흙.



자크 드 부마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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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노(잘생김).



 원래 평범한 양치기에 불과했던 자크 드 부마쉐 남작은 기사작위를 받고 브레토니아의 영주 자리에까지 오른 아주 보기 드문 사례 중의 하나입니다. 


 다른 흔한 브레토니아 농노들과는 달리, 자크는 건장하고 잘생긴 청년이었습니다. 농노답지 않은 그의 뛰어난 용모는 오랫동안 부마쉐 영주의 따님인 이자벨의 관심을 끌었죠. 어느 날 한 무리의 오크가 자크의 고향마을을 침략했습니다. 용감하게 나선 자크는 이 야만스런 족속들을 때려잡고 마을을 구원했죠. 농노들은 자크를 영웅으로 떠받들기 시작했고, 이자벨은 자크에게 기사작위라는 엄청난 선물을 하사합니다. 거의 뭐 개천에서 용 나는 것보다 힘든 대박이 터진 거에요. 그렇게 자크는 부마쉐 영주가문을 받드는 수행기사의 대열에 올라섰습니다. 아주 인생역전의 주인공이 되었던 거죠. 


 그러다 어느 날 비극적인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자벨의 부친인 부마쉐 영주가 출전했던 전투에서 그만 전사했다는 소식이었죠. 여기서 문제가 좀 꼬여버렸습니다. 원래라면 이자벨의 남동생인 아그라반 드 부마쉐 경이 깔끔하게 영주직을 계승하면 그만인 일이었습니다. 문제는 아그라반 경도 아직은 영지를 가질 수 없는 수행기사에 불과했다는 점이었죠. 이제 자연스럽게 계승권은 장녀인 이자벨에게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남몰래 자크를 사모해왔던 이자벨은 이것을 절호의 기회로 보았습니다. 자크 경과 결혼하면 깔끔하게 가문을 이어받으면서 사랑도 쟁취할 수 있었거든요.


 이자벨은 자크 경과 동생 아그라반 경에게 시험을 내립니다. 바로 사악한 드래곤 ‘드로고 레 말’을 사냥해오는 기사가 가문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내용이었죠. 애인하고 남동생을 경쟁시키는 것도 모자라서 수행기사 둘한테 용을 사냥해오라고요? 왜 그냥 디지러 가라 그러지? 흠...터레스팅.


 근데 중차대한 임무를 받은 이 젊은 기사들의 생각은 또 달랐습니다. 자크 경과 아그라반 경은 오래전부터 서로를 존중해오던 사이였거든요. 자크 경은 아그라반 경을 내심 존경하고 있었고, 아그라반 경은 자크 경의 천한 출신에도 불구하고 그 용기와 능력을 남몰래 흠모하고 있었습니다. 두 기사는 서로 저쪽이야말로 영주의 자리에 어울리는 진짜 기사가 아닌가하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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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됐든 용감한 기사들은 드로고의 둥지를 찾아내 거대한 짐승에 맞서게 됩니다. 드로고는 불길을 뿜어 기사들을 태워버리려 했지만, 아그라반 경이 더 빨랐습니다. 아그라반 경의 랜스는 드로고의 목젖을 깊숙이 찔러들어갑니다. 거의 동시에 자크 경의 랜스가 괴수의 심장을 꿰뚫었죠. 자, 이제 용은 쓰러졌습니다. 평범한 찌질이 기사들이었다면 이제 이놈은 내가 먼저 잡았니, 영주는 내 차지니, 하면서 부끄러운 꼴을 보였겠죠. 허나 진짜배기 기사도 정신을 가지고 있었던 두 기사는 이제 숨겨왔던 존경심을 내비치며 공을 서로에게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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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다시 결정권은 이자벨에게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이자벨은 사랑하는 자크 경의 손을 들어주었죠. 아그라반 경은 졸지에 영주의 아들내미에서 웬 굴러 들어온 돌에 치어 농노출신 기사를 주군으로 받들어야 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자크 경을 존경해왔던 본인은 어떻게 생각했든 이게 밖에서 보기에는 좋은 꼴은 아니었죠. 여기서 자크 남작은 용단을 내립니다. 존경해마지않던 아그라반 경을 주종의 계약에서 자유롭게 풀어준 것이죠. 그리고는 아그라반 경에게 쿠롱으로 가시라 조언합니다. 용을 잡은 기사라면 쿠롱의 궁정에서도 분명 훌륭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이제는 처남, 매부 사이가 된 두 기사는 기쁜 마음으로 작별을 고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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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글고 쿠롱으로 떠났던 아그라반 경은 나중에 수많은 공을 세우고 전설적인 성배기사의 자리에 오릅니다. 무려 우드엘프를 깨박살냄.

[원본 갤러리에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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