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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 18/03/23 10:00 | 추천 15 | 조회 516

여행기) 프랑스 다녀언 이야기 풀어본다 +129 [13]

디시인사이드 원문링크 m.dcinside.com/view.php?id=superidea&no=139814

몇 개월 전에 걸갤에 에스페란토어로 핀란드/스웨덴 다녀온 이야기를 풀었던 걸붕이인데

삘 받아서 프랑스에 다녀온 이야기도 풀어본다.  


러시아를 경유하는 아에로플로트 항공사 비행기로 드골 공항에 입국했는데,  

거기서 입국심사관에게 잡혀서 1시간 동안 조사받았다.  -___-;;;


나보고 "너님 3주일씩이나 프랑스에 다닌다면서 왜 어디 머문다는 계획이 하나도 없음? 

불법취업하려는 계획 아냐?  따라와."  


해서 공항 조사실로 끌려갔지. -___-

진짜 한국으로 추방당하는 줄 알았음.  


내 영어 실력이 대화하기에 충분하지 않고,  

조사관들은 한국어를 모르니 통역이 필요했지.  

조사관이 한국어 통역사에게 전화를 걸어서,  

조사관과 내가 전화기를 서로 바꿔 잡으며 대화했음.  


나보고 "한국에서 파리까지 오는 직항노선이 있는데 왜 러시아를 경유해 왔냐?" 하더라.  

왜긴 왜야, 그 노선이 싸니까지.  



아무튼 혐의가 없어서 풀려나와 입국했는데,  

한밤중이라 공항 건물 한구석에서 노숙(?) 비슷하게 누워 있다가 

새벽에 지하철 움직이는 시간이 되자 기어나왔지.  


공항 전철 타고 파리 시내로 들어가서, 

시내에서 전철을 타고 기차역까지 가서,  

기차역에서 내가 가려는 시골 마을까지 갔음.  


공항전철 타는데 내 옆/앞자리로 중동계인지 아프리카계인지 모를

흑형들이 앉았는데 괜히 주눅들더라.  


한국에 있을 때 인터넷으로 프랑스 기차표를 예매했는데,  

기차역에 자동발권기가 있어.  

그런데 자동발권기에서 뽑는 법을 몰라서 한동안 어버어버대다가 겨우 뽑았다.  

프랑스어는 '봉주르' 밖에 모르는데 직원에게 물어봐야 하나

정말 눈앞이 깜깜하던 순간이었지.  -_____-;;;;


이탈리아나 스페인 같은 다른 중부 유럽국가는 안 가봐서 잘 모르겠는데

프랑스는 몇백 년된 옛날 건물들을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더라.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나무 골조에 흙을 채워넣고 기와를 올리잖아. 

그런데 여기는 나무 골조에 돌을 쌓아 올리니까 건물이 훨씬 오래 가더라.  

그래서 바깥은 그냥 내두고 안쪽에만 시멘트랑 벽지를 발라 현대식 주택처럼 꾸며.  

벽지랑 시멘트 뜯어내면 여전히 옛날식 골조가 그대로 노출된단 소리지.  


보다보니까 거기에도 시대별, 지역별 양식 차이가 있더라....

전문가가 아니라서 뭐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설명을 못하겠지만, 

확실히 차이가 있긴 있어.  


프랑스에서는 길거리 중간중간에 십자가를 많이 세워. 

프랑스인들한테 여기에 왜 세웠냐고 물어도 얼른 대답이 안 나와.  



이정표용

그 자리에서 누가 죽어서 추모용

삼거리라 불길하다고 액운 퇴치용

기념비용 


이런 용도가 다 섞인 모양이더라.


혼자 전화로 연락해가며 해외에 있으니까

아무래도 불안해지기 쉬운데,  

십자가가 많으니까

나는 천주교 신자라 그런 십자가들이 조금 정신적인 위안이 되긴 하더라.  

기념비용인지 거리에 있던 십자가를 붙잡고 기도하고 그랬음.  


프랑스 사람들 진짜 치즈 좋아해.  

거기서 치즈에 맛들였는데, 

한국에서는 프랑스처럼 치즈를 싸고 다양하게 쉽게 구하기가 어려우니까

가끔 치즈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동네 마트 들어가면, 

우리나라 마트 구석에 흔히 포장김치 파는 코너가 있듯

프랑스에서는 치즈 파는 코너가 있어.  


진짜 별의별 치즈 다 있다.  



프랑스에서도 젊은 사람들은 간편하게 우유에 시리얼 먹고 끝내기도 하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형식을 갖추었다면,  

마지막에는 항상 치즈를 먹더라.  


외국인 손님 왔다고 현지인 집주인들이 손님용으로 상을 차려줄 때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음식을 몽땅 식탁 위에 올려놓잖아. 

프랑스는 안 그래.  

이거 먹으면 부엌에서 다른 음식 가져오고,  그거 먹으면 또 가져오고... 


문제가 뭐냐고?  


얼마나 먹어야 할지 감이 안 와.  -____-;;;

집주인이 얼마나 음식을 준비했는지 모르니까,  

손님인 내가 지금 음식을 얼마나 먹어야 할지 감을 못 잡아.  


한번은 어떤 아주머니 댁에 머물렀는데,  

(집주인 아저씨는 일이 있다고 집을 며칠 떠난 상황) 

난 배가 부른데 또 부엌에서 뭔가 가져오려 하시기에 

손을 들어 막았지.  


그랬더니 아주머니 얼굴이 확 어두워지면서 

왜 그러냐고,  음식이 맛이 없냐고 물어보는 거야. 


내가 그래서 ''음식이 얼마나 있는지 몰라서 내가 얼마나 먹어야 할지 모른다. 지금 배부르다."라고 설명했더니

그제서야 얼굴이 확 펴지면서 

"걱정 마, 이게 마지막이야." 하시면서 치즈를 들고 오더라.  


다음날 아주머니가 근처에서 에스페란토 하는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같이 이야기했는데,  

이 아주머니가 이 이야기를 하니까 다른 프랑스인들도  

"다른 유럽과 비교해도 우리 프랑스가 음식 쪽으로 좀 남다르긴 하지." 하고 인정하더만.  



다른 집에 가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집주인 아재 왈


"치즈가 나오면 마지막이다."  


라고 하더라.  



프랑스에서 치즈를 먹다 보면 위쪽에 조금 딱딱한 부분이 있는 것들이 있어. 

난 그것도 먹으려고 했더니 주변 사람들이 말리더라.  

먹는다고 탈 나는 건 아닌데,  먼지 앉는 것을 막으려고 덮개 용도로 만든 부분이라

보통은 그 부분은 칼로 자르고 먹는다고....  


프랑스에서 손님이 오면 주인이 포도주를 꺼내올 때가 있는데,  

이때 주인이 손님에게 따라주기 전에 포도주를 조금 미리 마셔보는 예절이 있어.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옛날에 포도주 보관 기술이 안 좋을 때 

혹시 손님 마실 포도주가 상하는 경우가 있어서

주인이 미리 마셔보고, 괜찮으면 따라주는 것이 예절로 굳었다고 하더라.  



프랑스 시골 동네에서는 집에서 양봉을 하는 사람도 있더라.  

자기 집에서 쓸 꿀을 자가생산하는 거지.  

맛 괜찮아. ㅇㅅㅇa  


프랑스 여행하다 느낀 것이,  

아직 어린 애들이 있는 집에서는 저녁 식사 후에 가족들이 모여서 

보드게임을 자주 하더라.  


나한테도 "같이 게임 할래요?"라고 권해서 나도 여러 번 같이 했음.  

재미있었어.  



전반적으로 프랑스 가정식은 맛있긴 한데 맛이 진해.

특히 치즈 때문인지 유제품 풍미가 강해.  

그래서 처음에는 와 맛있다 했는데

한 일주일쯤 지나니까 눈에서 김치, 간장이 왔다 갔다 해.  


핀란드나 스웨덴 여행할 땐 이런 일이 없었어. 

거기 음식들은 딱히 맛있지는 않지만, 

맛이 심심해서 물리지 않고 먹을 수 있거든.  


그런데 프랑스는 안 그렇더라고.  

맛이 진하고 강하니까,  3시 세끼 모두 현지 음식으로 먹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목구멍에서 유제품 맛이 느껴지는 듯해.  


보통 한국인들은 이럴 때 김치가 생각난다고 하는데,  

나는 김치는 2순위였고 간장 생각이 나더라.  

간장 풍미, 마늘 풍미,  이런 냄새 말이야.  


한번 어떤 아저씨 집에 갔는데

그 아저씨가 게이 부부였음.  


나보고 "한국에 나 같은 사람들 많니?" 하고 물어보는데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리고 다른 아저씨가 들어와서 아저씨들끼리 진-하게 키스하는데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이 아저씨가 "동양인이 왔으니 동양식으로 해볼까." 하면서

마트에서 일본식 간장을 사와서 생선야채볶음을 했는데..... 


내 손이 멈추질 않더라.  

먹었다고 우와 우와 하는 것은 없어. 

그런데 계속 손이 가더라고.  


진짜,  <혀가 쉰다.>라는 느낌을 제대로 받았지.  

거기서 간장볶음으로 혀가 좀 쉬니까

그제서야 입이 좀 프랑스 음식에 적응을 하더라고.  


수십 년 한식을 먹어온 입맛은 어쩔 수 없어.  

한두 끼 외국 음식을 먹는 것과

삼시세끼 외국 음식을 먹는 것은 다르니까......



프랑스 박물관 등에서는 아시아 관광객이라고 하면

중국인, 일본인을 상정해.  


내가 가본 곳들 중 한국인을 상정한 박물관은 딱 한 곳밖에 없었지. 

루브르 박물관.  


거기 줄 미친다.  


아침 일찍 가도 루브르 박물관 입구에 줄이 쫙 있음.  

그래도 줄 자체는 빨리 빨리 줄어드는 편이야.  

깜냥 있으면 자동발권기에서 입장권을 사는 편이 나아.  


영어 버전/ 프랑스어 버전이 따로 있는데

그냥 앞 사람들이 뭘 누르고 사는지 미리 눈으로 익혀두면 편함.  


루브르 박물관에는 한국어로 된 오디오 가이드가 있어. 

배터리로 작동하는데, 특정한 전시물 앞에 서면 그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음.  


그런데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오디오 가이드 설명이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같은 가이드보다 저 상세해. 

우리나라 국중박 오디오 가이드는 한국인은 들을 필요가 없어.  

전시물 옆에 써있는 글귀를 그냥 읽어주는 수준이거든.  

나중에 국중박에서 가이드 써보고 짜증이 나더라.  


루브르에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대한항공에서 후원했다는데,  아무리 땅콩항공이라도

이런 것은 칭찬 안 할 수 없더라....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전시관에 세 곳이 있어. 

그중 한 곳은 이집트 유물 전시실인데....  

(프랑스가 영국과 함께 이집트 유물을 많이 들고왔고, 

이집트학 연구도 발전했지.)  


내 생각에는 전시관 하나당 하루씩은 봐야겠더라.  

관이 3개니까 최소 3일은 필요함.  

난 이걸 아침부터 가서 폐관할 때까지 있었는데

나중엔 제대로 안 보고 주마간산으로 휘리릭.  


여가 다녀오고 나서 우리나라 국중박은 동네 박물관에 불과했다고 

진짜로 OTL 상태였음.  


그런데 핀란드 중앙 박물관 가보고 생각이 바뀌었지.  

핀란드 중박은 철기 선사시대에서 중세시대로 역사가 점프함.  

박물관도 정말 귀여운 수준이고...


우리나라 국중박이 작은 게 아니라

루브르가 존나 큰 거임.  

거기다 그놈들은 자기네 역사가 아닌 이집트 역사까지 집어넣었으니까.  



루브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시물은 누가 뭐래도 모나리자야. 

모나리자 있는 관에 들어가면 모나리자 있는 전시실까지 화살표로 가는 표시가 있을 정도지.  

그런데 막상 화살표 따라 들어가도 모나리자를 못 봐.  


개미집 앞에 사탕을 떨어트려봐라.  

사탕 주면으로 개미가 새카맣게 모이지? 


모나리자가 딱 그 상황임.  


모나리자가 아니라 모나리자를 보러 온 사람들밖에 못 볼 지경이다.  

난 가까이서 보기는 포기하고 멀리서 힐끗 보고 그냥 빠져나왔음.  


내가 정말로 루브르에서 감탄한 예술품은 모나리자가 아니었어.  



image

(귀찮아서 인터넷에서 사진 받아 올린다...)


아마 미술 교과서 좀 들여다 봤다 하는 사람들은 알 거야.  

그리스에서 발견된 니케상. 

니케가 배 위에 내려오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인데... 

사진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데

실제로 보면 포스가 쩖.  


내가 루브르에서 본 모든 예술품들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이 바로 이 니케상이었어.  

만약 전시물 중 단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난 주저없이 바로 이 니케상을 선택하겠어.  



그런데 루브르 말고 지방도시나 시골 박물관에서는

이런 한국어 가이드 서비스 기대하면 안 돼.  


아비뇽만 해도 (서양사 좀 안다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교황청이 강제로 옮겨온 '아비뇽 유수' 때문에 역사적으로 꽤 유명한데, 

아비뇽에서도 중국어/일본어 오디오 가이드는 있어도 한국어 가이드는 없더라.  



중국인들은 안 가는 곳이 없어. 

그러니까 아시아 관광객이라고 하면 다들 우선 중국계를 상정하는 모양이야....


핀란드 헬싱키 옆에 '휘빙카'라고 작은 소도지가 있어.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옆에 붙은 포천(?) 같은 느낌인데...

휘빙카 시청에서 시장님이랑 만나 악수도 했는데 

시장님 왈


"며칠 전에 중국인 관광객 무리가 시청을 휩쓸고 지나갔어요."  


이러니 중국인 관광객들 신경 안 쓰겠냐.  




파리에는 흑인이나 아시아인 같은 유색인종이 꽤 보이지만

중소도시나 시골 마을로 내려가면 유색인종의 ㅇ자도 안 보여.  


애들이 날 보고 무서워함 ㄲㄲ  



프랑스 기차역에서는 발권을 받으면,  

기차표를 시간 확인 장치에 넣어서 표시를 받아야 해.  


"이 기차표는 언제 어디서 어느 역에 쓰였습니다." 라는 표시인데,  

이거 없으면 원칙적으로는 걸리면 내려야 함.  

(그런데 검사자들도 그 표시가 있는지 일일이 확인 안하기 때문에

운 좋으면 안 내려도 돼.  나도 한 번 그랬다... 정말 조마조마했음.) 


우리나라에서는 표를 확인해야 기차에 탑승할 수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표를 발권받아 표시를 찍고,  

그냥 기차를 타.  


대신 기차 안에서 검사자가 돌아다니며 무작위로 찍어서 표검사를 하지.  


그런데 난 동양인이라서 눈에 띄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찍더라. -_____-;;;; 



그리고 기차회사에서 버스를 운영함. 

이 기차역에서 저 기차역까지 철로가 없는 대신

버스를 운행하는 경우가 있어.  


기차표를 들고 기차역에서 버스를 타고 다른 기차역으로 가는 거지. 


내가 이걸 몰랐어.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데, 도착시간이 됐는데도 기차가 안 오는 거야.  

연착된다는 표시도 없는데 기차가 안 오니까 

안 되는 영어로 여자 역무원에게 물어봤더니,  

너님 버스 타야됐는데 놓쳤네요 라는 거야.  


그때 내 표정이 정말 썩어들어갔는지,  

역무원이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안에 들어가더라. 

한참 있다 나왔는데...  


"A역에서 B역까지 가는 기차표를,  C역에서 수정된 기차표로 바꾸어줌."이라는 표시가 된

다른 기차표였지.  정말 고마워서 인사하고 

좀 늦었지만 버스 타고 목적지까지 갔어.  


쓰다 보니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여기까지만 쓰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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