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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LR8 | 18/04/17 03:51 | 추천 21 | 조회 1676

오늘은 인생 얘기 좀 해보려 합니다 +419 [51]

보배드림 원문링크 m.bobaedream.co.kr/board/bbs_view/best/161222

 
저는 받을만큼 받고 살기도 했지만 인생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어려서부터 떠나온 유학생활 중 태반을 엄청 놀아제꼈고 그 결과로 현지에서 고등학교 졸업을 하지 못한채 귀국했습니다.
 
귀국 당시 스무살이었는데 고등학교 졸업을 위해 한국에서 고3을 다녔고
 
외국어특기자 전형이라는 고마운(?) 전형 덕에 친구들은 뭣빠지게 공부해서 수능 쳐 들어가는 학교를
 
별거 아닌듯 누워서 떡 먹듯 얻은 공인영어시험성적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덜 되었기에 대학교 넘어가서도 개차반인 생활은 이어졌었고
 
대수롭지 않은듯 술만 빨아제끼며 보냈던 1학년 후 군휴학을 하게 됩니다. 
 
당연히 등록금 기부하듯 학사경고를 2회 연타로 뚜드려 맞았었죠. 평균학점이 거의 뭐 샤프심 지름이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영어라는 고마운 능력 덕에 과외 한 탕과 재택 번역알바로 한 달에 90만원씩 벌면서 놀았었습니다.
 
스물한살짜리 꼬마에게 월 90만원이라는 돈은 마치 나는 잘 나아가는 인생이라는 착각을 주기에 충분한 액수였습니다.
 
통역 알바 나가면 외국인 바이어와 우리 회사 대표님이랑 셋이서 제일 앞줄,
 
그 뒤로 이사고 상무고 다 제 뒤로 벙어리처럼 졸졸 따라다니는데 제 자신이 대단한줄 뽕에 단단히 취했었죠.. ㅎㅎ
 
 
 
그러다 스물 넷에 갑자기 집에서 원조가 끊기게 됩니다.
 
당장 내 앞가림을 하기 위해 취업전선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는데
 
이번에도 세상은 영어 잘 하는 젊은 청년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습니다. 취업이 뭐 원서만 넣었다 하면 되더라구요.
 
이제는 취업도 만만해 보이게 되어 학업을 마무리 짓는 것은 안중에도 없게 되지요.
 
그런 생활이 불과 작년까지 이어졌었습니다.
 
 
 
그러다가 학벌에 발목을 붙잡힌 승진 누락으로 삔또가 상하고 때마침 학업을 마무리 지으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끝내 이루지 못한 자동차 커리어를 이루기 위해 떠나고자 마음 먹게 됩니다.
 
다니던 학교에 물어보니 돈만 내면 재입학 시켜준다고 하니 수능 걱정도 없고 하늘이 선사한 마지막 기회라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결정은 2~3주 만에 내렸습니다.
 
 
 
그렇게 3월이 되고 개강을 했습니다.
 
11년 만에 학교로 돌아왔고 공부라고 함은 캐나다에서 마지막 있었던 우등생 시절을 끝으로 접어두었으니
 
무려 13년 만에 열성을 다해 공부합니다.
 
저와 같은 1학년 친구들이랑 나이 차이는 12살, 생일이 빠른 2000년생 아이들과는 13살 차이가 납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수능시험을 위해 열성을 다해 공부하던 싱싱한 아이들과
 
공부를 10년 넘게 놓은 아저씨와는 격차가 크더군요..
 
 
 
저는 기초적인 수학... 아니 산수 개념 마저 잊어버린 것들이 있는데 그 상태로 대학교 수학을 배우려니.. 그게 되나..
 
근의 공식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cos이 빗변 분의 밑변인 줄도 잊어버리고 인수분해 하는 법도 잊어버리고
 
심지어 분수 안에 분수가 있으면 어떻게 서로 연산해야 하는지 조차 까먹어버린 상태였습니다.
 
대학교 강의 도중에 이런거 물어보면 미친놈이 될 것이 뻔하기에.. 수학 과외를 구합니다.
 
심지어 수학 과외쌤도 저 보다 일곱살이나 어려요.. ㅎㅎ
 
제자가 선생님한테 반말하고 선생님은 깍듯한 존댓말로 가르쳐주는 진광경이 매주 2회 펼쳐집니다.. ㅋㅋㅋ
 
이렇게 하루에 7~8시간씩 새벽 심야까지 이어지는 고강도 학습으로 13년 간의 잃어버린 기억 조각모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제가 1개월 만에 이 만큼 발전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스스로가 놀라울 정도에요..
 
 
 
과 생활 또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과 생활을 열심히 한다는 것은 같은 학년 친구들이 불편해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적정선을 유지하기 위해 눈치도 보랴, 물질공세도 펼치랴, 꼰대스럽지 않게 말 조심 하랴... 이 역시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엠티는 다들 가지 말라고 했는데 1학년 친구 중에 듬직한 친구를 얻어 고맙게도 그 친구가 방석을 깔아준 덕에
 
각방에 치킨 싹 돌리고 11년 만에 술게임이라는 것도 다 해봤네요.
 
요즘 술게임은 엄청 어렵습니다. 2박자 '딸기'라던지.. 벌주 엄청 마셨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공대라지만 요즘은 여학생들도 공대 진학을 엄청 많이 합니다.
 
아래 사진 보시다 보면 감이 오시겠지만.. 화공과는 이미 여자가 더 많은 과가 되었고
 
저희때 66명 정원 중 여학생 3명 있던 저희 과는 올해 여학생 22명입니다. 1/3이 여학생이라는거죠.
 
대표적인 남초과 기계공학과도 여학생이 6명으로 무려 10%나 되는 세상입니다요...
 
아래 사진 중에 물리실험 수업중에 찍은 사진도 보시면 사진에 찍힌 사람은 여학생이 더 많을 정도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술강요 일체 없고 군기도 없고 학번상 선후배더라도 나이 같으면 반말하고 우애깊게 지내더라구요.
 
저희때 그렇게 빨아대던 교수님들은 서운해 할 수도 있겠구나 걱정이 앞설 정도로 문화가 급변하였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서른두살 아저씨가 스무살 여학생들에게 함부로 다가가서는 안됩니다. 큰일나요..
 
뭐.. 지들이 정 아저씨의 마성에 빠져서 허우적대면 모를까 (*_*)
 
남자_친구들 군대 가고 나면 여자_친구들이랑 친해져놔야 되는데..;;;; 혼밥은 싫습니다 ㅠ
 
 
 
아무튼 결과적으로... 보배국게 10년 죽돌이인 저는, 당시의 저를 보배에 속였던 녀석은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공부에는 때가 있다는 뼈저린 학습을 가장 어중간한 나이에 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8학기 중 첫 학기의 절반인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는데 시험 칠 생각에 가슴이 두군거려 잠이 오지를 않습니다..
 
매일매일을 공부에 매진하다가 이 시간에 잠 들어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씻고 나가고 있습니다..
 
살아지는대로 생각했던 과거의 삶을 바꾸지 않으면 생각하는대로 살아갈 수가 없다는 공포감에 스스로를 매질하고 있습니다.
 
이 생활을 딱 4년만 하면 놈팽이 청년도 다른 친구들과 동등해질 수가 있다고 생각하니 힘이 납니다..
 
아마도 졸업식 그 날에는 펑펑 울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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