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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 18/07/21 17:00 | 추천 110 | 조회 2241

ㅎㄱㄱ) '친구를 만들고 죽이는 방법' 후기 +143 [25]

디시인사이드 원문링크 m.dcinside.com/view.php?id=superidea&no=153289

저번에 언더스탠드 에비뉴 극장 울림 어떠냐고 물어본 글을 남겼었는데

후기글은 처음 남겨보네. 일단 난 작은 집단들이 하는 연극을 좋아해.

(고전을 단순히 옮겨놓는 작은 극단들 보다,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물론 큰 뮤지컬과 연극들도 좋아하지만. 작은 연극만의 신선함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내가 후기글을 안써봐서 이것저것 쓰다보면 꽤 긴 글이 될 거 같아.

그래서 앞에 목차처럼 달아놓을게. 보고싶은 부분만 검색해서 보길.

(쓸 파트는 극장, 연출, 무대, 음향, 의상, 연기, 기획이다.)

** 내용 추가를 위해 수정. 작품에 대한 코멘트는 있지만

작품 내용을 안적어놔서 후기로 안와닿겠다 싶어서 수정해.
극에 나오는 인물은 총 세 명. 에이다, 샘, 도리

성공한 배우가 꿈인 에이다 / 항상 언니를 원하고, 그림소설작가가 되려는 샘 / 에이다 샘과 함께 항상 셋이서 행복하고픈 도리.

셋이 항상 함께인데 그래서 누군가의 욕망과 결핍의 가해자가 되기도 피해자가 되기도 하는 내용이야.

3인극이지. 뭐 꿈이 다 다르지만 욕망과 결핍이 생기는 이유는 항상 같지.

타인. 내 뜻대로 되는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잖아.


사랑하는 사람은 날 사랑하지 않는데 나 좋다는 사람은 내가 싫고.

되고 싶은건 있는데 열심히 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호의와 관심을 받고 싶고.

계속해서 그 자리에 머물고 싶고. 결핍이란게 욕망이 채워지지 않는거니까 생기는건데

그 결핍은 하나씩만 생기는건 아니니까. 살아가다보면 수많은 결핍이 생기고 해결되는 결핍은 드문 세상이니까.

그걸 쟤들이 극단적으로 표현해내는 블랙코미디 내용이야. 



* 극장

울림이 심하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못알아 들으니까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여기에다 질문도 올린거고. 배우들 발성이 좋으면 별로 문제가 안된다길래 가서 봤는데

답변 달아준 분들 말씀처럼 큰 문제는 안됐다. 그 때 답변 달아준 분들 감사! 


의자도 괜찮았다. 러닝타임이 110분이라

보고나면 허리가 아픈건 어쩔 수 없고 극에 집중해서 110분이 110분처럼 안느껴진게 다행이라면 다행.


여담이지만 언더스탠드 에비뉴 좋은 공간이더라. 양손이 할 때 시간이 없어서 못갔던지라 이번이 처음인데

공간 자체가 좋았음. 밤이라 그런가? 예쁘더라.


1열과 2열 객석에 단차가 없어서 시야 방해가 클까봐 걱정하면서 2열에 앉았는데

(비지정석이라 앉고 싶은 곳에 앉을 수 있었거든.) 의자끼리 간격이 적당해서 시야 방해되는 부분은 많이 없었다.

에어컨 온도가 너무 낮은건지 좀 추웠음.


* 연출과 무대

얘들 뭔가 양손 느낌이... 그러니까 다듬어지지 않았는데 양손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는.

일단 삼면 객석. 무대를 넓게 쓰는건 좋았다. 무대의 단차가 존재하지 않고 극장 내에 존재하는 단차는

객석 3열 시야를 위한 객석 단차뿐.


천, 어설프게 작화된 대도구들 (프로그램북 보니까 의도한거라고 적혀있었음.) 이정도가 무대의 전부.

확실히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 내가 조명으로 공간을 바꾸는걸 선호해서 그런걸수도 있어.

배우들이 연기하면서 어쩔 수 없는 문제겠지만 객석이랑 무대랑 공존하는데

연기할 때도 침대가 뒤로 조금씩 이동하는건 걱정스러운 부분.


암전이 거의 없는 것도 좋은 선택. 난 연극이 쉽게 가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씬마다 불 뚝 뚝 끄면 별 생각없이 쉽게 가려고 한다는 느낌과 몰입이 확 깨져서.

암전을 넣는 씬들이 그래서 더 임팩트가 있었다.

(그러나 조명 오퍼가 연습이 필요할듯, 디자이너가 의도한게 뭔지 알겠는데 오퍼가 싸인을 못맞춘 느낌이 좀..)


전환은 암전 없는 상황에서 배우들과 전환수 몇명이 하던데 굳이 숨기려 하지 않더라.

그래, 어설프게 숨기려 하다가 보이는 것보다 드러내는게 낫지 라는 생각.

연출에서 특별할건 없었는데 작품을 보고나니 연출에서 간지를 넣으려고 어떤 장치가 있었다면

극이 안보여서 연출때문에 불호인 작품이 됐을거 같다.


* 의상

처음 보면서부터 들었던 생각은 재밌네 라는 생각. 각 인물들이 뭘 많이 레이어드 하고 있다.

치마나 양말. 이야기 자체가 인물들 어린시절부터 성인이 되고나서까지 최소한의 암전으로 쭉 가는데

아무래도 연기로만 그 변화를 나타내면 관객들도 배우들도 서로가 힘들어지지.

의상이 좋은 선택을 한 듯 하다. 양말을 벗는거에 따라서, 치마를 한 겹씩 벗는거에 따라서

변화가 생기는게 몰입을 도왔다는 생각.


* 음향

어디서 많이 들었다 했더니 토이스토리 음악. 미국 공연할 때도 썼는지 잘 모르겠으나

극을 관통하는 음악을 찾았네 라는 생각 (TMI : 음악은 토이스토리 ost 'You've Got a Friend In Me')

한 곡을 집요하게 쓴다. 춤추면서 파티할 땐 저 음악이 EDM으로 나옴. 현웃.


* 조명

역시나 무대 대도구들이나 극장이 전체적으로 흰색이니까 조명이 할 수 있는게 많지.

조명으로 공간들 표현 많이 하는데 문제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오퍼에게 있다.

전체적으로 이 오퍼들이 합을 얼마나 잘 맞추느냐가 극이 우습게 보이지 않을 포인트가 될 듯 하다는 느낌.


* 작품과 이 집단에 대한 평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작품 잘 골랐네. 라는 생각.. 텍스트가 전부인 블랙코미디. 그런데 텍스트가 재밌다.

블랙코미디라는걸 인지하고 있지 않으면 과하다거나 저게 뭐야 할 거 같았음.

그런 표정으로 나가는 관객들도 봄.


첫 장부터 얘들 미쳤다는걸 보여주고 가니까 거기서 그걸 인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이 작품이 삼류로 남느냐 수작으로 남느냐를 판가름 지을듯. 배우들의 몫이지만.

연출이 별다른걸 하지 않았는데 칭찬한건 텍스트가 전부인 블랙코미디이기 때문.


연출이 텍스트를 조금이라도 가리는 연출적 장치에 욕심을 냈다면 짜증났을듯.

여튼 핵심만 말하면 일단 글이 재밌다.


이런걸 참고하라고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

1. 여성 키스 장면이 나옴.

(흔한 장면은 아니니까 적어둠.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서도 괜히 모르고 갔다가 이 부분에 찌푸릴까봐)


2. 남성이 젠더프리. 치마 입고 나옴. 원작에서는 여성의 배우 셋인데 여기서는 남자 하나를 젠더프리로 바꾼듯.

난 괜찮았다. '계집애, 자매처럼.' 이런 대사를 수정하지 않은게 신체적으로 남자라 해도

걔가 자기가 여성이길 바라니까 다른 캐릭터들도 아무렇지 않게 여성으로 본다고 해석했음.

성별을 정의하지 않는건 이런거지 라는 생각..

큰 뮤지컬들에서 보이는 여성 배역을 남성이 뺏는다 같은 생각은 들지 않았음.


인터넷에서 포커스가 맞춰지기 쉬운 부분 두 가지라 쓸데없이 걱정도 들었음.

여성퀴어나 젠더프리에 초점을 맞추고 그 내용이 주라고 생각한다면 완전히 오산.

그냥 그런 인물로 존재하고 아무도 서로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뿐이지 그 내용이 주가 아님.


이미지로 보자면 귀여운 애니메이션인데 내용은 잔인한. 그게 뭔지 지금 생각이 안나는데 그 느낌.

욕망이랑 결핍 그 자체를 주로 다루고 있는 여러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나았다. 대본을 가지고 싶었어.

모든 사람이 느끼는 욕망이랑 결핍을 굳이 어떤 진지한 사건으로, 진지하게 접하는건 너무 피곤한 일.

감정에 솔직한 대사가 무겁게 흘러가지 않을 수 있는 블랙코미디였기 때문에 좋았다.  

판권 사오고 번역해서 초연한거라고 써져 있던데 이건 칭찬할 부분이라 생각했어.


배우들 연기는 크게 기대 안했는데 거슬리지 않았음. 거슬리지 않고 텍스트가 들리는 것만으로 만족.

그러나 대사가 탁구치듯이 티키타카 하고 템포가 빠르니까 극장 울림이 좀 방해요소. 내가 민감해서 그런걸수도.


* 기획 (여기부터는 TMI 공연과 관련된 내용은 위쪽에 있으니 굳이 보지 않아도 됨)
어쩌면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예쁘장하게 생긴(TMI) 남자애 하나가

프로그램북 판매부터 발권까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다 하는게 안쓰러웠다.


알바를 좀 더 쓰지 사람 하나를 땡볕에 저렇게 굴리나 생각했는데

이 사람이 이 공연을 기획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충격. 

객석이 많은 극장도 아니고 (기껏해야 100석은 나올까) 관객이 많은 공연도 아니었기 때문에

공연 끝나고 프로그램북 사면서 기획자랑 거의 관객과의 대화 진행하고 옴.


나는 어디에 글을 올리는 성격도, 연출가한테 나서서 뭔가를 물어보는 성격의 사람도 아닌데

(어차피 연극은 혼자 생각하려고 보는 취미활동이고.) 대화를 진행하게 된건 진짜 이 사람을 보는데 궁금한게 많았기 때문.


우선 도대체 얘들 뭐지? 했던건 돈내고 예매하고 갔는데 표 발권할 때 현금으로 나한테 돈을 돌려줬다.

(기획이 미안한 얼굴로 오늘 더블캐스트 팀 중 한 팀의 첫공연인데 객석이 너무 채워지지 않아서 전석을 무료로 하고

서울숲에 오시는 분들께 홍보를 할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돌려줬다.)

TMI - 사실 공짜공연 개이득 이라고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짠했음. 예매수수료까지 쳐서 돌려줌 감사.


극장 옆에 카페가 있어서 창가자리에 앉아 1~2시간정도 그렇게 홍보하는걸 보고 있었는데

그건 그거 나름대로 연극 한 편 보는거 같았다. 사람들이 그냥 가면 머쓱해 하면서 부끄러워 하는 것도.

보겠다고 했는지 신나게 티켓 발권해주러 가는 것도. 표 내고 극장 들어가기 전엔 보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내가 다 감격할 지경. 기승전결 잘 갖춘 연극같았음.

나는 짧은 단편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데 오늘은 작은 다람쥐를 주인공으로 단편을 그렸다. 


공연이 똥이었으면 열심히만 사는 안목없는 기획자겠거니 하고 집으로 돌아갔겠지만

재밌었기에 프로그램북 구매함. 알아보고 나한테 미리 예매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프로그램북을 줬다.

비싼 종이로 소량을 우선 인쇄한거에요 라고 웃으면서.


의기소침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으나 궁금해서 가혹할 수도 있는 질문을 던졌다.

오늘 공연 다 공짜니까 수익이 없지 않아요? 10일 공연하는데 하루 날려서 어떡해요.

음 하더니 웃으면서 관객이 없으면 연극은 소용이 없지 않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공연을 준비한 기간이 헛된 시간이었다고 잠깐이라도 생각하게 되는게 더 무섭다고 했다.

좋은 답변이구만 이라고 생각하고 내일 다른 캐스트 시간을 물어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TMI : 프로그램북 개이득


좋은 공연이 끝나가는걸 보면 항상 아쉽다. 대형뮤지컬이든 연극이든.

그런데 이건 아쉬움이 더 클 거 같다. 얘들이 망하면 다시 이 작품을 못볼거라는 생각이 크고.

기억에 의존해 더듬는 것 말고는 공연을 떠올릴 수 있는게 없다는 사실이 아쉬울 거 같다.


대형뮤지컬에서 돈 아끼려고 자본을 가지고 있는데도 사람을 적게 써서 작품을 망치는 경우들이나

도대체 이 시기에 저 작품을 왜 하나 싶을만큼 생각없는 기획들에 질려있다가 신선했다.

때묻지 않은 풀을 본 느낌. 그 풀이 잡초인지 새싹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번 공연으로는 새싹 추정.


볼 수 있을 때 보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일 다른 팀이 공연하는걸 보러간다.

내가 말재주가 좋았다면 좋은 후기글을 남길 수 있을텐데, 일기장이 되어버렸네.

여튼 궁금했던 분들에게는 효과적인 후기가 아닐 수도 있으니 미리 사과!


마지막 TMI - 에어컨 온도를 좀 높이시는게 좋을거 같아요 하니까 충격받은 토끼처럼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요?! 라고 했음. 바보인가... 야외는 덥지... 실내는 춥다고.....

알려주니까 그렇네요 라고 하고 웃었다. 이런 사람이 이런 블랙코미디를 기획했다고? 생각했으나

프로그램북을 보니 생각하는 게 보기와는 달랐다.


[원본 갤러리에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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