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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리아.. | 20/02/16 13:55 | 추천 54 | 조회 11168

잔다르크가 끼친 영향과 의의 +295 [52]

에펨코리아 원문링크 https://m.fmkorea.com/best/2716586376

(글 많고 요약 같은 건 없으니까 읽고 싶은 사람만 읽으셈)



Albert_Lynch_-_Jeanne_d'Arc.jpg 잔다르크가 끼친 영향과 의의

잔다르크는 프랑스와 영국 양측의 교차 기록에서 모두 그녀가 상당히 주도적인 군사 지휘권을 행사하고 작전을 수립했던 것을 확인 가능하기도 하고 그냥 이 경우도 알렉산드로스 3세 메가스처럼 극히 드문, 날 때부터 군사적 천재인 케이스라 하겠습니다. 뭐 아주 무지렁이 최하층 빈농까진 아니고 지역에서 먹고 사는 거에 큰 문제는 없는 중산 농민의 딸인지라 미묘한 수준의 기초 교육 지식 정돈 있긴 했을텐데 그거 가지고 무슨 대규모 공세 전략 계획을 짜고 대포 운용 기술을 쟁쟁한 귀족 영주, 군인들하고 토의하고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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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냥 천재적 재능의 소유자였다고 보는게 맞죠. 아마 개인적으로는 그 독실한 신앙심도 신앙심이지만 그렇게나 군사 지식이 많았던 것을 보면 어릴 때부터 군사지식 덕질에 빠져살던 중세 버전 밀덕후이지 않았을까 추측하기도 합니다.


Lehmann_-_Charles_VII_de_France,_le_victorieux.jpg 잔다르크가 끼친 영향과 의의

발루아 왕조의 샤를 7세가 잔다르크 죽게 내버려둬서 졸렬하네 어쩌네 소리 들어도 권모술수와 전략에 모두 능한 상당히 영민한 군주였는데 그런 사람이 뭐 굳이 아쉬울 게 있어서 평민 미짜 소녀한테 군권을 하사했는가에 대해 이래저래 설왕설래 말은 많죠.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오컴의 면도날이라고 모든 가설에 일리가 있다면 그 중 가장 단순한 가설이 옳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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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다르크가 천재성을 드러냈고 병사들이 잔다르크의 위광에 끌려서 명령에 잘 따르는 게 눈에 보이며 그 점이 병력의 사기를 끌어올리는데다 실제로 전투에서도 승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신의 계시를 받아 발루아 가문을 프랑스 왕조로 지지하는 성녀'의 전설을 만들면서 '신의 계시가 성녀를 통해 플랑타주네 가문(영국 왕실)이 아닌 발루아 가문 측에 프랑스 왕위 계승권이 있음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라고 프로파간다하기에도 너무나 적절한 인물이 잔다르크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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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플랑타주네 왕조 측도 '저 평민 소녀가 무슨 전략 전술을 저렇게 짜고 병력들을 저렇게 부린다고? 그게 인간이 가능할리가 없잖아. 저년은 그러니까 악마라고' 라고 우긴 기록부터가 잔다르크가 상징성용 바지사장이 아니라 그냥 대놓고 군사적 실력 행사를 선보이던 '지휘관'이었음을 잘 시사하는 부분이죠. 그냥 잔다르크는 군사적 천재였고 그녀가 발루아 측을 지지했으며 그걸 샤를 7세와 발루아 가문이 시의적절하게 사용한 것, 단지 그 뿐이라고 저는 봅니다.


Battle-of-Crecy-Image-Philip-VI-England-August-26-1346.jpg 잔다르크가 끼친 영향과 의의

사실 제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왜 굳이 잔다르크가 발루아 가문을 선택했느냐'일 뿐입니다. 당시 유럽은 지금과 같은 국가주의, 민족주의가 현현한 시기도 아니고 백년전쟁은 프랑스 왕위의 계승권이 이전 왕조인 카페 가문의 마지막 국왕과 인척 관계로 맺어진 플랑타주네 가문에게 이어지는가 아니면 방계이지만 부계 혈통으로 이어진 발루아 가문으로 이어지는가에 대한 왕위 혈통 계승 분쟁에서 발생한 전쟁이지 무슨 국가 대 국가의 정복전이 아니었으며 귀족들이 그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플랑타주네를 지지하건 발루아를 지지하건 간에 그건 당시 기준으로 매국도 뭣도 아니었다는 겁니다.*


*(영국 영주가 발루아를 지지하건 프랑스 영주가 플랑타주네를 지지하건 그게 조국 배신이 아니라는 의미. 간단한 예로 부르고뉴 가문은 이전 프랑스 왕조인 카페 가문에게는 충성했지만 카페 가문 단절 이후 왕위를 차지한 발루아 가문의 계승권은 부정하고 영국의 플랑타주네 가문의 프랑스 왕위 계승권을 지지)


그런 점에서 볼 때에 잔다르크가 일개 소녀의 몸으로 굳이 발루아를 선택하고 엄청난 활약을 선보였던 행적은 '그녀가 저렇게 활약할 수 있는건 그녀 말마따나 그녀가 신의 계시를 받았기 때문이며 그녀가 신의 계시를 받아 발루아 왕조를 돕는다는 것은 신이 발루아 가문의 프랑스 왕위 계승을 지지하기 때문'이라는 의미와 동일한 프로파간다로 사용되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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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플랑타주네 가문이 굳이 잔다르크를 마녀나 악마 혐의 덧씌워서 죽이려한 이유도 잔다르크의 그러한 프로파간다적 상징성을 훼손해서 여전히 발루아 가문이 아닌 플랑타주네 가문에게 정당한 프랑스 왕위 계승권이 있음을 주장하려 했던 것이구요. 그녀를 마녀로 몰아 죽임으로써 '잔다르크는 마녀이므로 마녀의 지지를 받은 발루아 가문은 정당한 프랑스 왕위 계승권이 없어!'라고 말하고 싶었다는 것이죠.


418cc135b4d45b76d61d39fc760a804e.jpg 잔다르크가 끼친 영향과 의의

따라서 그녀는 샤를 7세에게는 상징성과 실전 활용도가 모두 충분하여 군권을 맡겨도 좋은 기가 막힌 최고의 프로파간다용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거기에 무슨 대귀족 영주인 것도 아니니 공을 세웠다고 해서 사람들의 착각과는 달리 발루아 가문의 왕권에 큰 위협이 되지도 않습니다. 잔다르크의 활약이 이어지는 동안, 교황청에서 '아니 뭔.. 신하고 연결될 수 있는건 교황 성하 뿐이다 쉑히들아 어디 시복 시성도 안 받은 계집애한테 성녀가 뭐 어쨌다고?'하고 성녀 프로파간다에 클레임을 넣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퍼졌고 당시 이미 전세는 플랑타주네-부르고뉴 동맹이 거의 무너지고 발루아 가문 압도 우위 상태가 되었기에 발루아 가문과 샤를 7세는 더 이상 잔다르크가 필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샤를은 플랑타주네-부르고뉴 동맹이 잔다르크를 제압하는 것을 거의 방관하다시피 해서 숙청하며 교황청과의 종교 트러블 문제 안 일으키고 깔끔하게 뒷처리까지 해버렸습니다.


어차피 잔다르크를 살해한건 플랑타주네 가문 측이니 오히려 프랑스 평민, 병사들의 분노와 증오를 사는 것은 플랑타주네 가문이지 발루아 가문은 아니기도 하고. 잔다르크가 화형당하자 '감히 성녀를 살해하다니, 저 빌어먹을 플랑타주네 가문 자식들.. 우리의 왕은 발루아의 샤를이지 플랑타주네 가문 사람이 아니다!'라는 의식을 프랑스 국민에게 심어주기 딱 좋았고 이것이 백년전쟁이 프랑스 국민-국가주의에 영향을 끼쳤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645_164541_vignette_bataille-de-patay1.jpg 잔다르크가 끼친 영향과 의의

즉 잔다르크의 죽음은 평민들이 플랑타주네와 발루아의 싸움을 단순한 지배층 가문들의 지배권 분쟁으로 보는게 아니라 '성녀를 살해한 잔악한 외부인(플랑타주네)들로부터 성녀가 지지한 정당한 프랑스 왕(발루아)을 지켜내야하는 싸움'이라고 보게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죠. 잔다르크는 그런 점에서 볼 때에는 죽어서까지 발루아 가문의 승리에 도움을 주는 존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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