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게 실시간 커뮤니티 인기글
종합 (4051783)  썸네일on   다크모드 on
디바이드.. | 20/08/04 13:11 | 추천 29 | 조회 42

스펙옵스 : 더 라인의 숨겨진 마지막 내러티브 +42 [22]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48212781



2012년에 나와서 꽤 큰 논란을 촉발시켰던 밀리터리 TPS 게임 스펙옵스 더 라인은 강력한 반전주의적 메시지와 현실의 플레이어/게임속 플레이어 캐릭터의 관계에 대한 과격한 해석으로 큰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그러한 논란들 속에서 유독 국내에서는 크게 조명받지 못한 숨겨진 내러티브가 있다.

  
이 글에서는 이 주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룬 Raycevick의 42분 짜리에서 리뷰를 기반으로, 스펙옵스 더 라인의 숨겨져있는 제 3의 내러티브를 조명하고자 한다.




먼저 스펙옵스 더 라인에는 크게 2가지의 "직접적" 내러티브가 있다.


하나는 가장 눈에 띄는 내러티브로 바로 그 당시 흥하던 콜옵류의 밀리터리 슈팅 장르에 대한 직접적인 안티테제다.


이 내러티브에서 플레이어는 전형적인 닳고 닳은 군인 플레이어 캐릭터인 마틴 워커를 조작하며, 전형적인 엄폐기반 슈팅게임을 기대하며 진행하게된다.


모두들 알겠지만, 점점 전형적인 밀리터리 영웅담과는 다르게 백린탄 사용을 기점으로 플레이어 캐릭터와 2명의 사이드킥 캐릭터들이 과격하게 전범으로 타락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며, 이 결과로 플레이어는 뒤통수를 거하게 처맞게된다.



또한 백린탄 사용을 기점으로 플레이어와 플레이어 캐릭터 간의 관계에 의문을 표시하는 2번째 내러티브 역시 작동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로딩스크린 문구 중에 "미군은 비무장 전투원의 사살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근데 이건 진짜가 아닌데 왜 신경을 쓰나요?"라면서 대놓고 마틴 워커는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부분이다.


이런 명확한 장치는 스토리 진행과 맞물려 플레이어 "캐릭터"인 마틴 워커가 정작 플레이어가 기대했던 모습과 정반대로 행동하면서, 실제로 플레이어가 마틴 워커를 통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극명하게 부각시킨다.




그렇다면 마지막 3번째 내러티브는 무엇인가? 마지막 3번째 내러티브는 바로 플레이어인 우리는 게임내 세계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내러티브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일단 스펙옵스 더 라인의 기승전결을 조금 따져봐야 된다.



1. 일단 게임은 전형적인 헬리콥터 미니건 시퀸스로 시작된다.





2. 그런 다음 인트로 컷신이 나오고, 기본적인 두바이의 배경상황을 설명해준 다음, "처음"으로 두바이로 진입하는 플레이어 캐릭터와 사이드 킥 2명이 등장한다.





3. 임무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플레이어의 의사에 반하는 마틴 워커 대위의 명령으로 백린탄 포격을 하였다가 민간인 다수가 몰살당한다.


여기서부터 콘래드 대령이 무전기를 통해서 마틴 워커와 직접 소통하기 시작하며,


마틴 워커 대위는 "플레이어의 의견하고 상관없이" 33대대의 지휘관 콘래드 대령을 모든 비극의 원인이라고 비난하기 시작한다.






4. 점점 마틴 워커와 그의 팀이 정신적으로 불안해지는 가운데(이 시점 이후로 환각이나 환청이 대놓고 들린다),


CIA 요원에게 속아서 두바이의 모든 수자원을 파괴해버리고 만다.







4. 이후 끊임없이 플레이어와 마틴 워커를 도발하던 33 대대의 라디오 DJ(...) 소굴에 무작정 쳐들어가 죽여버리고....




5. 처음 인트로에 나왔던 헬리콥터 추격 시퀸스로 되돌아온다. 다만 이번에는 추락시점에서 끊기지 않고, 워커는 불시착 후에 살아남는다.






6. 이후에 사이드킥 2명은 모두 비참하게 죽고,


마틴 워커 대위는 콘래드 대령의 거처까지 쳐들어가서 "사실 콘래드 대령은 진작에 죽었고, 니가 그동안 받은 무전은 니 책임을 부정하기 위한 너의 인지부조화 때문에 생긴 환청이다."라는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스펙옵스 더 라인의 "직접적인 내러티브"다 첫번째, 두번째 내러티브가 여기에 속한다고 볼수있다. 그렇다면 마지막 세번째 내러티브는 무엇일까.


바로 인트로의 헬리콥터 추락에서 마틴 워커 대위는 사망했고, 우리가 그후 플레이하는 두바이는 사실 진짜 두바이가 아니라 죽어가던 마틴 워커 대위의 플래쉬백이라는 것이다.


즉, 인트로 시퀸스 이후에 바로 "실제" 마틴 워커 대위의 두바이 진입 장면으로 시간이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마틴 워커 대위의 머릿속 환상의 두바이가 재상되는 것이 우리가 플레이 하는 스펙옵스 더 라인이라는 뜻이다.


증거는 있느냐고? 이제 부터 찬찬히 살펴보자.





세번째 내러티브는 인트로 헬리콥터 추격신 부터 착실하게 시작된다. 여기서 간과하는 것이, 인트로 헬리콥터 추격신이 헬기추락으로 끝나고나서 가장 처음 나오는 것은 두바이의 상황을 설명하는 컷신이 아니다.





바로 누군가의 거친 숨소리와 흐려지는 시야이다. 논리적으로 보았을때 이건 마틴 워커 대위가 추락의 충격으로 기절한 것을 표현한것이다.




문제는 정작 이 시점에 다시 도달하면 해당 암전 컷신과 거친 숨소리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헬리콥터가 블랙아웃 된뒤 환영 시퀸스로 넘어간다.


블랙아웃이 뭐가 별거냐고 할수 있는데, 일단 인트로 시점에는 넣어놓은 컷신과 사운드 이펙트를 여기에만 넣지 않는 것은 뚜렷한 의도가 있다고 의심해볼수 있다.





그리고 비교적 정상적으로 진행 '되어야될' 백린탄 이전 챕터를 잘 살펴보면, 뜬금없이 콘래드 대령의 얼굴이 여기저기 박혀있는 것을 볼수있다. 


간판에 무심하게 얼굴만 박혀있거나, 저렇게 빌딩을 뚫고나온 모래에 초현실적으로 얼굴만 프린팅 되는 형태로 등장한다.


만약에, 직접적으로 묘사된 내러티브가 전부 다였다면 이 두바이는 현실이여야 되며, 아직 워커가 백린탄으로 인한 심리적 충격을 받기 전임으로, 이러한 징후가 보여서는 안된다.


이곳이 현실이라면 말이다.






또한 백린탄 투하 도중에 화면에 비친 마틴 워커 대위가 온몸에 불이 붙은채로 괴로워하기도 한다.


기억해야 될것이, 백린탄 투하 이후에 민간인 학살을 확인한 것이 트라우마의 계기가 되며, 후반부에 발생하는 초현실적인 환상과 환각의 심리적 근거가 된다. 


즉, 아직 민간인들의 시체를 확인하기 전인 투하 도중에는 이러한 현상이 보이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곳이 현실이라면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모든 간접 증거들을 빼놓고도 무시할수 없는 직접적 증거가 있는데, 바로 "두번째"로 헬리콥터 추격전을 플레이하면, 그냥 대놓고 마틴 워커 대위가 혼란스럽다는 투로 "아니 이거 우리벌써 했던건데? 이거 우리 전에 했던거야!"라고 무전을 친다.(제목에 숨겨졌다고 말했는데, 사실 엄밀히 말해서 아주 꽁꽁 숨겨놓은 것은 아니다.)


"벌써 했었다"는 말은 플레이어가 플레이하고 있는 두바이가 "현실"이라면 불가능한 말이다. 여기가 현실이라면, 마틴 워커는 두바이에 처음 온 것이고, 이 장면도 처음 겪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곳이 현실이라면 말이다.



이 모든 증거를 종합해보면, 세번째 내러티브에서 "실제로" 두바이에서 일어난 일은 다음과 같다.


1. 현실의 마틴 워커가 두바이에 도착한다.


2. 두바이에 도착한뒤 여러가지 끔찍한 전쟁범죄 행위들을 저지른다. 그 중에 하나가 백린탄으로 민간인들을 오발하여 학살한것. 현실의 마틴 워커도 이 시점에서 부터 콘래드 대령을 탓하고 비난하며 집착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3. 그러던 와중에 CIA 요원에게 낚여서 사막에 고립된 두바이의 모든 수자원을 파괴해버리고 만다. 


4. 워커는 자기 팀원들과 함께 33 대대에게 쫓기다가, 헬리콥터로 탈출을 시도한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부터 게임 플레이가 시작된다.


5. 워커 대위는 인트로의 헬리콥터 추락에서 사망하고, 죽기직전 워커는 두바이에서 자신이 벌인일들에 대한 플래쉬백을 겪는다. 우리가 인트로 이후 엔딩까지 플레이하는 두바이는 이 버전의 두바이인 것이다.


정리하자면, 세번째 네러티브에서 플레이어는 일반적인 게임같이 마틴 워커 대위를 통해 "두바이"라는 공간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마틴 워커 대위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두바이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자책하며 죽어가고 있는 실제 마틴 워커를 "관찰"하는 것이다.






사실 이 관점에서 보면 "현실이 아닌데 왜 신경씀?"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던지는 말이 아니라 마틴 워커에게 던지는 말이다. 


즉, "아무리 마틴 워커 니가 노력을해도 너는 민간인을 죽인 학살자라는 것이 바뀌지 않으며, 이 곳은 현실이 아니라 꿈에 불과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첫번째와 두번째 내러티브로는 설명이 잘 안되는 플롯포인트들이 세번째 네러티브에서 해소된다. 예를 들어서...



왜 후반부로 갈수록 환각과 환청이 점점 증가할까.



왜냐하면 게임 후반부로 갈수록 워커가 재료로 쓸한 실제사건들이 줄어들어기 때문이다.


특히 "실제" 마틴 워커 대위는 이미 인트로 시점의 헬기추락에서 사망했으며 그 이후 시점의 일들은 대부분 실제로 일어난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이후 시점 부터는 아예 게임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연출이 많아진다.


예를 들자면 콘래드 대령의 거처에 다다르면 기본적인 논리로는 설명이 안되는 33대대의 항복식이나 물이 가득찬 야외수영장, 혹은 몸에 불이 붙은채로 마틴 워커에게 달려드는 사람들(당연히 꿈속에서 백린탄의 죄책감이 형상화 된것이다.)이 등장한다.



왜 백린탄 투하 이전에도 초자연적인 현상이 보이는가.



왜냐하면 우리는 "실제" 두바이를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틴 워커 대위의 머릿속에 들어와있으며, 인트로 이후의 모든 것이 두바이에서 "실제" 마틴 워커 대위가 겪은 일들을 반영한 플래쉬백이라고 생각한다면 자연스럽게 납득이 가능하다.


특히 뜬금없이 콘래드 대령의 얼굴이 여기저기 보이는 것은 현실의 워커가 콘래드를 모든것의 원흉으로 지목하고 싶은 욕망이 표출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왜 플레이어에게는 백린탄 투하에 대한 선택지가 없는가?


왜냐하면, 우리가 접하는 백린탄 투하는 실제 일어나고있는 일이 아니라, 
인트로 이전 시점의 "실제" 마틴 워커 대위가 벌인 백린탄 투하가 재생 된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게임 플레이 시점상으로는 트라우마가 있어서는 안됨에도 불구하고 "백린탄 투하 도중"에 환영으로 워커 대위의 죄책감이 표출되는 것이다. 


플레이어가 백린탄을 투하하고 있을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은 헬리콥터 추락으로 죽어가는 마틴 워커 대위가 자신의 민간인 학살을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번째 내러티브에 관점에서 볼때, 백린탄 투하를 "플레이어인 우리가 선택"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볼수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있는 게임속 두바이는 현실이 아니라 


마틴 워커가 자신이 저질러버린 끔찍한 학살들에 대한 죄책감, 


자신의 행동이 어쩔수 없었다고 정당화하려는 욕구, 


다른사람들을 탓하면서(특히 콘래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절박함등을 모두 반영시킨 꿈과도 같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플레이하는 두바이의 핵심에는 이미 게임 시작 전에 백린탄으로 민간인을 학살해버린 워커대위의 정신적 트라우마와 죄책감이 있으며, 우리가 할수 있는 것은 단지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 무너져가는 워커의 내면세계를 숨죽여 지켜보는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첫번째와 두번째 내러티브가 플레이어와 게임이라는 장르의 관계에 대한 과격한 질문을 던졌다면,


마지막 세번째 네러티브는 온전히 마틴 워커라는 개인의 비극만을 조명한다. 



두바이에서 플레이어는 진짜로 마틴 워커의 행동을 바꾸지 못한다. 그는 이미 자신이 벌인 모든 일들을 후회하며 추락한 헬리콥터 옆에서 죽어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대신에 여기서 우리는 마틴 워커라는 한 개인의 정신이 자신의 과거에 짓눌려 비참하게 파멸하고, 결국에는 꿈속에서조차 거기에서 도망치지 못한채 죽음을 맞는 것을 숨죽여서 지켜볼수밖에 없다.




참고)로 스펙옵스 더 라인의 메인 작가인 월트 윌리암스는 인터뷰에서 직접 "워커가 인트로에서 사망하고, 게임 전체는 워커의 플래쉬백이 재생된다고 생각하고 썻다."라고 밝혔다.


https://www.ign.com/articles/2012/07/20/the-story-secrets-of-spec-ops-the-line






[신고하기]

댓글(22)

1 2

이전글 목록 다음글

12 3 4 5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