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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형과.. | 20/10/25 21:00 | 추천 98 | 조회 6627

세차 중 울어버렸습니다. +1287 [40]

보배드림 원문링크 https://m.bobaedream.co.kr/board/bbs_view/best/361143

제 나이 36.

이달 초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세상에 사연 없는 죽음 없다지만 왜 그리도 마음이 아프던지요.

 

본집은 김포지만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곳은 경남 사천 삼천포.

 

그렇게 좋아하시던 삼천포에 죽으리라 마음 먹고 가셔서는 그 단칸방 냉방에서 돌아가시고 3일만에 발견된것도 모자라 돌아가신지도 모르고 평소처럼 지냈던 제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더군요.

 

표현 서툰 큰놈인지라 그 동안 모질고 차갑고 냉정하게 대했던 전 정말 개새끼였습니다.

 

전화 한통이라도 드려 볼 걸 하는 아쉬움에 지금도 괴롭네요.

아들~ 하고 부르는 목소리에 끊기전에는 아들 화이팅!! 하시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부고 소식을 전해들은 뒤 동생이 삼천포에 내려가 아버님 모시고 오는동안 전 어머님 옆에 붙어서 달래고 어루고..

 

장례 치루는 3일동안 소리 없이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행여 누가 볼까봐 소리도 못내고 혼자서 어금니 깨물고 머리 쥐어뜯어가면서요. 

 

제정신 아니었지요. 제정신이면 오히려 이상했을까요.

 

그렇게 아버님 보내드리고..

어제 아버지 차를 처음으로 자세히 봤습니다.

 

탁송으로 삼천포에서 김포로 보내서 집 앞 주차장에서 받은 차.

 

큰짐만 정리 해놓고선 볼 때 마다 눈물 나 한없이 세워 놓았다가 어제 마음먹고 세차하기로 했죠. 어머니께서 타고 다니시겠다 하기에.

 

구형 뉴스포티지 tlx 모델.

 

셀프세차장 도착 후 다시 돌아본 차 안에는 아버지 흔적이 그대로였습니다. 

 

아버지께서 담배 태우시면서 날렸던 담뱃재와 재떨이.

가족 몰래 숨기고 드셨던 온갖 약봉지들.

신발밑에 묻어있었을 듯한 매트위의 흙과 모래들.

포켓에 모아두던 동전 하나하나들.

만윈짜리 새 운동화와 옷가지들.

얼마나 타고 다니지 않으셨으면 트렁크안에 쳐진 거미줄에

열린 창문으로 들어왔을 법한 낙엽들까지.

 

네.

어금니 깨물고 치웠습니다.

혹시라도 꺽꺽 거리며 울어버리면 옆에서 세차하던 사람들이 미친놈으로 볼까 싶어 이 악물고 청소했습니다.

 

제차마냥 생각하며 고압수 미트질 에어건에 청소기에 물걸레질까지 정말 미친듯이 청소했습니다.

 

'한 번만이라도 이렇게 해 드릴 걸.'

 

세차를 마친 후 시동 걸기 위해 운전석 올라탔는데 

그제서야 눈물이 수도꼭지 열어 놓은 듯 흐르더군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을까.

시간이 늦어쳐 사람들 다 떠나고 저 혼자 있었으니까요.

 

시간 지나 집에 와 주차해놓고 차 한바퀴 돌아보며

혼자 속으로 여러번 말했습니다.

 

'아버지 미안해요. 죄송합니다. 이제 아프지 마세요.'

'너무 보고싶다 아빠.'

 

일기장에 적어야 할 긴 뻘소리지만

지금도 소주 한 잔 하며 아버지 사진 보며  훌쩍거리다

괜히 이렇게 한탄 한 번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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