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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류미즈.. | 21/09/19 02:59 | 추천 17 | 조회 110

초등학교 시절 공감.txt +110 [16]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53927816

 

예전에 용산에서 미군기지가 철수하기전
그때 나는 시간을 내서
미군기지 앞에서 구두 닦는 일을 하고 있었음.

그 시절에는 미군 물건을 뒤로 빼돌려서 파는
속칭 미제 아줌마라고 불리는 보따리 상이 있었음.

뭐 어쨌든
그날은 평일이라서 그런지
외출을 나오는 미군들이 많이 없었고

가끔 나오는 군인들도
영어도 못하는 동양인 꼬마한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음.

그렇게 한푼도 못벌고
멍하니 기지 정문 근처에 앉아있었는데

왠 아주머니가(미제아줌마)가 짐을 잔뜩 들고 
낑낑거리면서 나오더라고.

그리고는 날 보더니

거기 나좀 도와줘
라고 함.

그래서 나는 미제아줌마 짐을 들어서
버스 정거장 까지 옮기는걸 도와줬다.

그랬더니 그 미제아줌마가
잠깐 기다려봐

하면서 짐을 부스럭 거리더니
검은 포장으로 쌓여있는 네모난판떼기를 하나 주더라.

난 그게 뭔지 몰라서 보고있으니까
그 아줌마가

이게 초코레또라는거야
하면서 포장을 뜯어서 한조각을 떼어서
나한테 권하더라.

그 뭐라고 할까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음.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가끔 운이 좋아서 먹어봤던 사카린이랑은
전혀 다른 맛이었지.

어쨌든 난 그걸 품에 넣고
감사합니다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집에 걸어가면서도
몇번씩이나 초콜렛을 꺼내 먹고 싶었지만
집에있는 누이들에게도

이 맛을 보여주고싶어서
군침이 나는것을 꿀꺽꿀꺽 삼키면서 
뙤양볕을 맞으며
2시간정도를 걸어서 집에 도착했음.

그리고 집에있던 누이들에게
자랑스럽게
맛있는걸 먹여주겠다고 하면서
품속에 있던 초콜렛을 꺼냈는데

여름의 강한 햇빛은 무심하게도
그 초콜렛을 전부 녹여버렸고
포장지에 질척질척하게 뭍어있을뿐이었다.

내 누이들은
그것조차 맛있다며 포장지를 열심히 핥았고
그모습을 보면서 나는
소리없이 울었다.

그게 내 인생 처음 초콜렛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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