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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 21/09/22 15:34 | 추천 18 | 조회 51

작가 지망생을 위한 작법 이론 : 평론편 +51 [2]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53972905

 

https://bbs.ruliweb.com/hobby/board/300143/read/53972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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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요약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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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가끔 영화평론가나 문학평론가를 보면, 저게 뭔 개소리지? 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평론가들이 쓸데없이 현학적인 표현을 하는 게 아닌가, 혹은 작가가 정말 저런 생각을 했는지 어떻게 알고 저런 소리를 하는가 등등의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고 생각한다.

이를 테면 황순원 작가님의 소나기에서 보라색이 죽음을 의미하는데, 작가님은 그걸 부정했다던지...

물론 황순원 작가님은 '작가는 글로 말하는 법'이라며 어지간해선 인터뷰도 하지 않으신 분이기에, 보라색의 의미를 부정하는 이야기는 루머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저 이야기가 루머라 해도, 많은 사람이 신빙성 있는 이야기라며 납득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 번 생각해보자.

평론가들은 왜 있는 그대로 느끼지 않고, 저러한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  걸까?

 

1.

미국의 걸작 영화 '시민 케인'의 감독 오슨 웰스는 이런 말을 했다.

'비평은 창조의 정수다.'

그렇다면 비평이란 무엇일까?

비평은 간단히 말해 '어떠한 존재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는 0~100점으로 표현되는 점수가 아닌, 그 존재가 존재함으로써 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점수 평가 제도는 평론가가 대중에게, 혹은 대중이 대중에게 그 작품을 권장하는 중요도를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메타스코어 99점에 달하는 젤다의 전설 : 시간의 오카리나는 게임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을 권해볼 만한 가치의 작품이지 않은가!)

때문에 우리는 어떠한 작품을 감상할 때, 숫자로 표현되는 중요도를 참고하여 작품 감상의 우선 순위에 도움을 얻을 수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작품 비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생각해보자.

영화 커뮤니티 중 하나인 IMDb에는 평가 항목이 존재하는데, 평가된 영화 중에는 10점 만 점 중 1, 2점대 작품도 존재한다.

만약 평론가들이 내린 점수가 작품의 절대적인 가치를 뜻하는 것이라면, 1, 2점짜리 영화를 볼 필요가 전혀 없는 걸까?

또한 1, 2점짜리 영화는 이 사회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한 걸까?

절대 그렇지 않다.

세상에 존재하는 이상, 그 존재는 존재만으로도 어떤 가치가 존재한다.

라오어2가 졸작이라고 욕을 먹지만, 라오어2가 게임업계에 그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했는가?

젤다의 전설 : 시간의 오카리나가 명작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이 절대적인 작품인가?

모든 평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사람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에 같은 생각을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오슨 웰스는 '비평은 창조의 정수다'라는 말을 했고, 그러한 주관적인 평가를 사람들에게 설득하기 위해 생겨난 존재가 바로 평론가이다.

이제 비평에 대한 배경을 알게 됐으니, 비평 이론을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2.

비평을 할 때에는 몇 가지 절대적인 전제 조건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모든 작품은 작가의 의도하에 만들어진 것이다'라는 전제 조건이다.

세상 만사에는 원인과 결과가 존재한다.

만약 누군가 길을 걷다 새똥을 맞아도, 그 일에는 분명한 인과가 존재한다.

이를 테면, 누군가 쓰레기를 버렸고, 새가 그걸 주워 먹고 배탈이 났으며, 행인은 약속이 있어 황급히 길을 가던 중 새똥을 맞았다, 라던지...

그렇게 생각하게 되면 세상에는 절대 '우연'이 존재할 수 없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그리고 작품 평론은 그러한 전제 속에서 시작된다.

위에서 말한 황순원 작가님의 소나기에는 보라색이라는 색상이 언급된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 보라색이 '죽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콧방귀가 나올 수도 있는 발언이지만, 이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왜 작가는 수많은 색 중 굳이 '보라색'이라는 색을 썼을까? 보라색은 우울을 표현하는 색 중 하나인데, 소설의 결말부에서 소녀가 죽음에 이르렀던 것을 생각해보면, 보라색은 소녀의 죽음과 연관된 것이 아닐까?'

같은 발상을 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반박을 할 수도 있고.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하는 사실은 한 가지이다.

'작가는 작품의 모든 부분을 의도하고 집필했다.'라는 사실이다.

이 사실 한 가지만 알게 된다면, 우리가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이전보다 한층 진지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이건 어째서 이렇게 만든 걸까?'

'이건 왜 이렇게 된 걸까?'

'이건 무슨 이유로??'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의 비평적 시각 - 부기영화) 


작품의 모든 요소가 작가의 의도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는 작품에 대해 수많은 의문을 품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각자만의 비평적 시각을 갖게 되는 첫 번째 발걸음이며, 세상에 무가치한 존재는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첫 번째 깨달음이다.

명심하라.

무가치한 작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는 존재만으로 그 가치를 지니는 법이다.

 

3.

우리는 이제 작품을 보는 시각에 대해서 알아봤다.

비평이라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과 의문으로 작품을 분석하고 그것을 설득하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더 나은 비평을 하기 위해서는 무얼 해야 할까?

그건 바로 머릿속에 지식을 쌓고,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누군가는 어떤 작품을 봐도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해석하고, 누군가는 작가주의적 해석한다.

비평이라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인 가치 평가를 타인에게 설득하는 일인 만큼, 비평을 하기 위해서는 남들을 따라가지 않는, 자신만의 올곧은 기준이 필요하다.

그 기준에는 다양한 이론적 명사가 붙어있다.

역사주의적 비평이니, 작가주의적 비평이니, 구조주의 비평이니...

하지만 비평은 지극히 개인적인 가치 판단인 만큼, 나는 이러한 이론을 떠나, 한 가지 사실을 가르쳐주고 싶다.

그건 바로 '모티브와 모티프'에 대한 이야기이다.

 

4.

얼마 전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대한 작품 분석 게시글을 올린 적이 있다.

거기서 한 유저분께서 이런 말을 했다.

'작중 등장하는 모든 종교적 요소는 안노 히데아키가 작품을 있어보이기 위해 넣은 허풍에 불과하다.'

그 말에 대해서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실제로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그러한 인터뷰를 하기도 했고.

하지만 그 유저의 뒤 이어진 말은 반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러한 종교적 요소들은 다른 단어로 변경 가능한 무가치한 요소이며, 종교적 요소를 차용했다고 해서 그것이 감독의 개성이라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앞서 작품의 모든 요소는 작가의 의도하에 집필됐다는 비평의 절대적 전제 조건에 대해 알게 됐다.

그렇다면 이 말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자.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어째서 에반게리온에 종교적 요소(십자가, 롱기누스, 사도와 같은 성경 용어)를 넣었을까?'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거라 생각한다.

'멋있어보이니까.', 혹은 '그 단어들이 가진 이미지를 사용하기 위해' 등등...

여러 의견이 존재하겠지만, 이러한 의문에 심도 깊은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모티브와 모티프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모티브와 모티프에 대해 알아보자.

 

5.

모티브와 모티프는 서로 비슷한 어원으로 생겨난 용어이다.

두 용어는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선 모티브에 대해 알아보자.

모티브(Motive/동기)는 우리가 흔히 듣는 '동기 부여'의 동기를 뜻한다.

말 그대로 동기이다.

우리가 어떠한 존재를 보고, 그를 통해 무언가를 떠올리게 된다면, 그 존재는 내 생각에 대한 동기가 된다.

만화 '원피스'의 작가 오다 에이이치로가 바다를 보고 원피스를 구상하게 됐다면, 바다는 원피스의 모티브가 되게 된다.

모티브는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말 그대로 어떠한 생각이 떠오르게 된 계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티프(Motif/주제, 뿌리)는 무엇인가 알아보자.

모티프는 어떠한 존재가 가지고 있는 일정한 이미지를 뜻한다.

이를 테면, 영웅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려보자.

영웅이란 어떤 존재일까?

수많은 고난이 와도 딛고 일어나 능히 해소하는 존재가 바로 영웅이지 않은가.

어디소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렇다.

영웅의 가장 유명한 모티프는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래스이다.

12시련. 강력한 적들. 두뇌와 완력으로 모든 고난을 헤쳐나가는 영웅의 모습...

다른 예시를 생각해보자.

구세주란 무엇인가.

힘겨운 세상, 수많은 핍박에도 남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존재가 구세주이지 않은가.

이건 누구인가.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의 주인공 예수 그리스도이다.

계속해서 예시를 들어보자.

복수자라는 모티프는? - 가장 유명한 복수자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일 것이다.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 복수를 행한다.

로맨스의 모티프는? - 프시케와 큐피드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을 성취하는 건 어렵다.

운명과 예언이라는 모티프는? - 오이디푸스가 대표적이다. 운명은 가혹하다.

신의 아들이라는 모티프는? - 여러 신화에서 목격되는 모티프이다. 고귀한 존재이다.

이처럼 모티프는 어떠한 존재가 가진 이미지, 그리고 그 이미지의 뿌리가 되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모티프는 세계 각국의 신화 및 민간 설화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우리가 아는 서사의 기본이 되는 특정한 이미지이다.

그렇다면 위의 의문으로 돌아가보자.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어째서 에반게리온에 종교적 요소(십자가, 롱기누스, 사도와 같은 성경 용어)를 넣었을까?'

에반게리온은 어떠한 모티브로 만들어졌고, 어떠한 모티프가 들어간 걸까?

생각은 개인의 몫으로 두겠다.

그러나 모티브와 모티프에 대해 생각해보면, 나름대로의 근거를 세우고, 자신만의 대답을 내놓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의문에 대한 심도 깊은 대답을 내놓게 됨으로써, 당신은 당신만의 기준을 가진 평론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6.

이걸로 평론에 대한 이야기를 마쳐보겠다.

내 자신이 평론가가 아니고 미천한 지식이기에, 반박시 당신의 말이 다 옳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하나이다.

어떤 작품도 무시하지 마라.

자신만의 시각으로 작품을 생각해라.

혐오하기 위한 시각으로는 새로운 혐오를 낳을 뿐이다.

더욱 많은 것을 익히고, 더욱 많은 의문을 품어라.

그것이 언젠가 당신이 쓰게 될 위대한 작품의 기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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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평론은 작품을 자신만의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일. 점수나 별점 같은 절대적 가치로 평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

2. 평론의 전제 조건 하나. '작가는 작품의 모든 요소를 의도하여 만들었다.' 절대로 작품을 무시하지도 혐오하지 마라. 존재는 존재하는 이상 그 가치가 존재한다.

3. 모티브 -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게 된 이유, 모티프 -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근원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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