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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ms | 23/06/11 02:12 | 추천 6 | 조회 8

말딸) (괴문서) 에이신 플래시의 연애상담소 - 2회차 +8 [1]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61797629

 

1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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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릿토 기숙사의 지하, 일반적인 지하층보다 조금 더 깊고 조금 더 으슥한 곳에는 작은 방 하나가 있다.



 그곳에는 언제나처럼 흑발의 우마무스메가 있었고, 맞은편에는 새로운 우마무스메가 우물쭈물하며 앉아 있었다.



 중앙 트레센의 모두가 잠든 새벽, 두 우마무스메의 비밀 회동…이라기보단 상담은 지금부터 시작하려는 참이다.



 여느 우마무스메와는 달리, 매우 소극적인 모습으로 손가락을 꼼지락대는 눈앞의 이 친구를 보며, 에이신 플래시는 속으로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타입은 힘들다. 대하는 것도 그렇지만 연애 상담에서는 더더욱. 갈 길이 멀 것이다, 중얼거리며 상대방을 마주 보았다.



 “아우우…그러니까, 그…확실한 솔루션을…제시해 준다고, 들었어.”



 상대방의 말에 에이신 플래시는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같은 고등부임에도 이렇게 귀엽단 말인가. 지금 당장이라도 껴안고 볼을 주욱주욱 잡아당기고 싶었지만, 초우마무스메적인 인내심으로 참았다.



 “그래요, 라이스 씨. 그 무엇보다 확실한 솔루션, 우마뾰이 스키닷치의 비법을 제공해 드린답니다.”



 “에이신 씨…!”



 “그러니 숨김없이 라이스 씨의 고민을 제게 털어놓아 주세요.”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이 작은 푸른 장미를, 에이신 플래시는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아아…나중에 트레이너 씨와 열심히 우마뾰이해서 이런 딸 낳고 싶어라. 라이스 샤워가 듣지 못할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고민…그게, 으으…그러니까 그게….”



 하지만 라이스 샤워는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체 내성적이고 소심한 우마무스메가 아닌가. 자신의 고민을 타인에게 말한다는 행동이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본능적으로 어려울 것이리라.



 그런데도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라이스 샤워 본인에게 있어 정말로 해결하고 싶은, 간절한 비원일 것이다. 우마무스메의 그런 고민, 사랑에 대한 고민을 에이신 플래시는 좋아한다.



 “긴장하지 마세요. 여기는 라이스 씨와 저, 둘뿐이니까요. 뭐…스키닷치 연습용 트레이너 씨가 계시긴 한데, 주무시고 계시니 괜찮아요.”



 “엣, 아우…그, 그럼 라이스, 말할게…!”



 에이신 플래시의 말에도 라이스 샤워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가 라이스를 이성으로 인식하지 않아서…….”



 “아.”



 그녀의 말에 에이신 플래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그럴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더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에, 말을 끊지 않고 계속 경청했다.



 “라이스는…오라버니에게 어엿한 이성으로 인식되고 싶어서 계속 노력해 왔어….”



 그랬겠지.



 에이신 플래시가 보기에도 라이스 샤워는 그녀의 트레이너에게 이런저런 어필을 많이 해 왔다. 살그머니 손을 잡는 것은 애교로 보일 정도로, 가슴 밀착이라거나 목덜미를 물어버린다던가, 대놓고 간접 키스라며 같은 컵을 쓴다거나 하는 것들이었다.



 아마 그녀가 담당 트레이너를 오라버니, 라고 부르게 되었을 때부터였을까, 에이신 플래시도 인정할 정도로 제법 적극적인 공세였다.



 “하지만 오라버니는 항상 라이스에게 귀엽다는 말 이외의 다른 것은 해 주지 않아…!”



 “…….”



 그런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라이스 샤워의 담당 트레이너는 성실하고 순박했고, 결정적으로 둔감했다. 라이스 샤워의 그런 어필들을 그냥 ‘귀엽네~’라는 식으로 흘려버린 것이다. 애초에 이성으로서 보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그럴만한 이유를 에이신 플래시는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그야 당연하다. 제삼자인 에이신 플래시의 눈으로 보자면, 라이스 샤워의 어필은 분명 단순히 친하기만 한 상대에게 하는 어필은 아니었을지언정, 남녀관계에서의 어필과는 조금 괴리감이 있어 보였다.



 굳이 말하자면, 소동물…그러니까 반려동물 같은 느낌이었다, 고나 할까.



 물론 연인 사이에서 라이스 샤워처럼 귀여움을 무기로 한 어필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연인 사이에서의 일. 이미 서로를 이성으로서 인식한 상태에서 보여주는 귀여움이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관계를 시작하고 싶은 시기라면, 한번 발을 잘못 들이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그렇기에 적어도 에이신 플래시의 생각에는, 라이스 샤워의 방법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그야, 라이스 씨는…귀여우니까요.”



 그래서였을까, 답답했기 때문일까, 에이신 플래시는 무의식적으로 자기 생각을 육성으로 뱉어버리고야 말았다.



 “우…….”



 봐라, 귀엽다는 말을 들어서 조금 토라진 양 뺨을 통통하게 부풀리는 라이스 샤워다. 같은 고등부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귀엽지 않은가.



 그렇지만 에이신 플래시는 알고 있다. 라이스 샤워는, 그녀의 귀여움만큼이나 에로뾰이한 색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저, 아직 본인이 그것을 어떻게 갈고닦아야 하는지, 어떻게 무기로 사용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그것을 에이신 플래시가 알려주면 된다. 자랑은 아니지만 에이신 플래시라면 어디를 가도 에로, 라고 하면 꿀리지 않는 우마무스메 아닌가.



 “그러니까 안 돼요, 라이스 씨. 라이스 씨는 귀엽지만, 귀엽기만 해서는 안 돼요.”



 “라이스도 알고 있어. 하지만…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걸…….”



 “방법을 바꿔야 해요.”



 “방법…?”



 에이신 플래시의 말에 라이스 샤워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해가 잘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껏 그녀는 다양한 방법으로 그녀의 담당 트레이너를 유혹했다. 그리고 개중에는 나름 색기 넘치는 어필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에이신 플래시의 표정은 단호했다. 방법을 바꿔야 한다, 그녀가 한 말의 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라이스 씨는 귀여워요.”



 “…….”



 “그 귀여움은 담당 트레이너분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무기지만, 가장 큰 문제는 다가가기 쉬운 것에서 끝난다는 거예요.”



 “……응.”



 정곡을 찌르는 에이신 플래시의 말에, 라이스 샤워는 조용히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방법을 조금 바꿔야 하는 거예요. 그래요, 일단…본인은 아니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라이스 씨는 상당히 에로해요.”



 “엣……?”



 에이신 플래시의 돌직구에 라이스 샤워는 당황했다. 의자에 앉아 있지 않았다면 분명 반사적으로 한걸음 물러났으리라.



 게다가, 자신이 왜 에로한 것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것도 한몫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라이스 샤워는 귀엽다. 그녀의 불운과는 별개로, 그녀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세간에서는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평가다.



 심지어 라이스 샤워의 신체는 분명 본격화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고등부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분명 키는 그렇게 작은 것은 아닌데…여성으로서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작다.



 당장 눈앞의 에이신 플래시만 보아도, 88이라는 거대한 크기의 매력을 자랑하고 있다. 저런 무시무시한 무기를 담당 트레이너의 어디든 들이대기만 하면 그 즉시 바로 게임 오버. 함락시킬 수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라이스 샤워는 아니지 않은가. 그렇기에 가슴을 살그머니 밀착시키며 담당 트레이너에게 어필을 해도, 전혀 흥분하지 않았던 것이리라.



 하지만 에이신 플래시의 생각은 달랐다. 훗, 하고 코웃음을 치며 입꼬리를 올린다. 그녀의 담당 트레이너가 보았더라면 건방지다고 뺨을 잡아당겼을 법한 얼굴이었다.



 “에로함이란, 단순히 가슴이나 엉덩이가 크다고, 허리가 잘록하다고, 얼굴과 눈매가 부드럽거나 하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에요.”



 단순히 외관적인 요소로만 에로함을 평가한다면, 슈퍼 크릭이나 메지로 아르당, 그리고 타이키 셔틀과 같은 우마무스메는 걸어 다니는 에로, 남성들이 쳐다만 봐도 속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정도의 에로함인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다. 그녀들의 담당 트레이너들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트레이너들 또한 그녀들을 멀쩡하게 대한다. 당연하다. 에로함이란 결국,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에로함이란, 그 사람…우마무스메의 내면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겁니다. 몸매가 다가 아니에요! 얼굴이 다가 아닙니다! 맥퀸…아니, 스즈카 씨를 보세요! 그녀에게서 풍기는 성실함과 선두코패스 속에 살짝 가려져 있는, 그 스타킹…아니, 에로함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박력 있게 책상을 쾅! 내려친다. 그 카리스마에 라이스 샤워는 오오…,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반짝거린다. 사일런스 스즈카의 가슴을 떠올리니, 묘하게 설득력 있는 말이다.



 “스즈카 씨가 담당 트레이너분을 볼 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그 끈적끈적한 눈빛…농밀하고 뜨거운 공기…촉촉하게 젖은…아니, 달아오른 스즈카 씨의 바디…아니, 눈동자. 담당 트레이너분은 물론이거니와 누가 봐도 에로함 그 자체 아닌가요!”



 “오, 오오…오…!”



 에이신 플래시의 불퇴전과도 같은 진격에, 라이스 샤워는 그저 감탄사만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대독일의 가스라이팅이란 이런 것이다. 라이스 샤워 본인에게 자기의 에로함을 자각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라이스 씨도! 트레이너분을 향한 그 마음은 스즈카 씨에게 밀리지 않잖아요?”



 “으, 으응…! 오라버니를 좋아하는 마음은…라이스도 뒤지지 않아…!”



 “그래요, 바로 그런 자세에요.”



 이런 우마무스메들이 같은 담당 트레이너를 두고 있었다면, 정말로 누구 하나 칼찌를 당했을 테지만…그런 면에서는 1 트레이너 1 우마무스메 원칙을 고수하는 중앙 트레센의 시스템이 참 다행인 것 같았다. 뭐, 몇 명의 예외가 있긴 하지만.



 아무튼, 라이스 샤워를 완벽하게 가스라이팅 하기 위하여 에이신 플래시는 재차 입을 열었다.



 “그런 감정만으로도 라이스 씨는 이미 훌륭한 에로 그 자체에요. 나머지는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끈적이고 질척이는 말과 행동을 하면서 어필하시면…후후, 담당 트레이너분은 라이스 씨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될 거라고요.”



 “앗……♡”



 라이스 샤워 때문에 오라버니가 잠들지 못하는 밤을 보낸다, 그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라이스 샤워는 온몸이 오싹해지는 것만 같았다. 처음 느껴보는 느낌에 라이스 샤워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라이스 샤워를 보며, 에이신 플래시는 히죽―, 웃었다.



 “방금, 느끼셨나요?”



 “…….”



 “방금 지었던 표정, 눈빛, 뺨의 홍조. 그게 바로 에로함이라는 거예요.”



 에이신 플래시의 담당 트레이너가 들었더라면 이 녀석 또 이상한 소리 하네, 라고 투덜거리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을 법한 말을, 라이스 샤워는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평소처럼 에잇, 하고 귀엽게 안기듯이 가슴 밀착하는 대신, 방금의 표정과 시선으로 살그머니 가슴을 밀착해 보세요.”



 “으응….”



 “그리고 담당 트레이너분과 눈을 마주치면, 평소처럼 에헤헤 웃지 마시고,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뺨을 발갛게 물들이며 슬그머니 시선을 돌려보세요. 분명…트레이너분의 트레이너분이 대독일 기갑 사단의 흔들리지 않는 진격처럼 하늘을 향해 크게 한 걸음 나갈 거라고요…!”



 “하, 하지만 정확하게 어떻게 해야….”



 그렇겠지. 에이신 플래시는 후후 웃었다. 라이스 샤워가 방금 지었던 얼굴은 그녀의 본능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 본능을 이성적으로 조절하여 자유자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연습, 그리고 또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연습에는 시범만큼 유효한 것이 또 없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저, 에이신 플래시가 있는 겁니다. 시범, 보여드릴 테니까 잘 보고 배우세요.”



 “에이신 씨……!”



 라이스 샤워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양손을 기도하듯 모은 채 에이신 플래시를 올려다보았다. 아아, 너무 귀여워서 눈이 부실 정도다.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한순간에 에로해진다면, 분명 그녀의 오라버니분께서는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시범의 준비를…잠시만요.”



 즐겁게 웃으며 에이신 플래시는 책상 아래에서 오늘의 교보재―에이신 플래시의 담당 트레이너 씨―를 꺼냈다. 이불에 돌돌 말린 채 잠들어있는 그의 눈가에는 이전과는 달리 안대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트레이너 씨를 뒤에 있는 침대에 조심스레 올려두었다. 묘하게 트레이너 기숙사의 침대와 닮았다, 라이스 샤워는 중얼거렸다.



 트레이너 씨를 침대에 올려둔 에이신 플래시가, 책상 아래의 검은 버튼을 달칵, 하고 누른다. 그러자 벽이 움직이며 숨겨져 있던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에어 샤커가 힘을 써 준, 아주 소중한 공간이다.



 라이스 샤워는 모를 것이다. 이 숨겨진 공간은 에이신 플래시의 트레이너, 그의 기숙사 방과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을. 심지어 가구 하나하나의 브랜드마저 전부 같은 것으로 맞추었기에, 트레이너 씨가 눈치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무엇을 눈치채냐고?



 에이신 플래시가 자기 기숙사에 쳐들어온 것이 아님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라이스 씨는 저쪽에 숨어서 지켜봐 주세요.”



 손가락으로 트레이너 씨의 시선이 향하지 않을, 침대 뒤편의 소파를 가리켰다. 체구가 작은 편인 라이스 샤워이기에, 저 뒤에 숨는 것으로도 충분하리라.



 에이신 플래시의 말대로 라이스 샤워가 소파 뒤에 숨자, 그녀는 혀로 입가를 핥으며 아직 세상 모른 채로 자는 그녀의 담당 트레이너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는 살그머니 그의 옆에 눕는다. 그리고 자신에게서 뒤돌아있는 그의 귓가에 후~, 하고 부드럽게 바람을 불어넣는다.



 “트레이너…씨이?”



 어느 틈엔가 분홍색 파자마로 갈아입은 에이신 플래시는 천천히 손으로 트레이너 씨의 어깨를 살살 주물렀다. 피로에 찌든 트레이너 씨에게 어깨 마사지는 달콤한 잠에서도 깨어나게 할 만큼이나 기분 좋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적중했는지, 트레이너 씨가 으음, 하고 작은 신음을 흘리며 가늘게 눈을 떴다.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것 같았지만, 어깨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손길은 확실히 인지한 것 같았다.



 그렇기에 비몽사몽 한 와중에도 투덜거리는 것이리라.



 “야…에이신, 또 너야…?”



 “후후…네에, 저랍니다. 트레이너 씨의 에이신 플래시에요.”



 자기를 알아봐 준 것이 기뻤는지, 에이신 플래시는 생글생글 웃으며 트레이너 씨에게 곰실곰실 다가갔다. 평소의 트레이너 씨라면 밀어내기라도 하겠지만, 잠결의 트레이너 씨는 그러지 않는다.



 어차피 에이신 플래시가 침입한 시점에서 뭘 해도 말을 듣지 않을 것임을 수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거침입은…안 된다고…했잖…음냐.”



 “하지만 에이신 플래시잖아요. 트레이너 씨의 담당 우마무스메라고요?”



 “역뾰이는…안 돼….”



 비몽사몽 잠결인 와중에도 할 말은 다 한다. 그런 트레이너 씨, 싫지 않아요. 작게 웃으며 에이신 플래시는 라이스 샤워에게 보여주기 위해 뒤돌아있는 트레이너 씨를 자기 쪽으로 살며시 잡아당겨 돌린다.



 “안 된다…고….”



 그것이 우마뾰이의 시작인 줄만 알았던 트레이너 씨가 손을 쳐내려는 듯 작은 반항을 하였으나, 히토미미의 힘이 우마무스메에게 통할 리 없었다. 간지럽지도 않은 수준의 애교를 귀여운 듯이 바라보다가, 에잇, 양팔로 그의 목을 껴안으며 트레이너 씨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트레이너…씨이….”



 약간의 헐떡임과 함께 그의 귓가에 속삭인다. 그러면서 대독일의 거대한 추크슈피체 산을 그의 가슴께에 몰캉, 부드럽게 밀착시킨다.



 티셔츠 위로 에이신 플래시의 원대한 기상이 느껴지자, 트레이너 씨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그의 담당 우마무스메에게 고개를 돌렸고, 그런 그의 시선을 맞이하는 것은 가늘게 뜬, 끈적이다 못해 질척이기까지 한 그녀의 눈빛이었다.



 뺨에는 은은한 홍조, 그에게 두른 팔은 당장이라도 밀치면 떨어질 것만 같이 절묘한 힘 조절을, 그리고 일부러 상체를 아주 약간씩 움직여 그의 탄탄한 남심을 지속해서 자극한다. 이 모든 것이 남자라면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행동들이었다.



 “앗…….”



 게다가 화룡점정으로 트레이너 씨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뺨을 발갛게 물들이며 눈동자를 슬쩍 움직여 시선을 피한다. 평소와 다른, 에이신 플래시의 그 작은 유혹에 그는 잠이 싹 달아나는 것만 같았다.



 평소와는 다르게 덮치지도 않고, 오히려 자기가 달려들어 놀고 부끄럽다는 듯이 눈동자를 떨고 있다. 이게 그 갭모에라는 건가, 그는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어, 에이신 플래시의 어깨를 꽉 잡았다.



 “으응…♡”



 그러자, 에이신 플래시는 살그머니 입술을 내밀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평소의 에이신 플래시와 조금 다르게, 아주 부끄럽다는 듯이, 하지만 분명히 원한다는 제스처다.



 그런 담당 우마무스메의 모습에, 트레이너 씨의 기상은 하늘을 뚫을 듯이 솟아올랐고, 잠시 어쩔 줄을 모르다가 이내 이 몽마의 유혹에 넘어가 그 입술을 탐하고야 말았다.



 “응…후아…읏, 흐읏…♪”



 즐거운 듯이 입안 구석구석을 탐하고 탐해지며, 에이신 플래시는 트레이너 씨의 등 너머, 라이스 샤워가 있을 소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양손으로 입을 막은 채 에이신 플래시와 담당 트레이너 씨의 진한 입맞춤을 감상하고 있는 라이스 샤워가 있었다. 그녀답게 하와와와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지만, 그 눈동자에는 선망과 흥분이 깃들어 있음을 에이신 플래시가 놓칠 리 없었다.



 충분한 공부가 되었으리라. 이렇게 질척할 정도로 끈적이면, 그녀의 담당 트레이너분은 한순간에 넘어가리라. 에이신 플래시의 크고 아름다운 가슴도 하나의 무기이지만, 라이스 샤워의 한 손에 쏙 들어올 정도의 적당한 가슴 또한 때로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찰싹 달라붙어 그 존재를 명확하게 인식시켰을 때에는 더더욱.



 물론 지금은 당장 눈앞의 트레이너 씨부터 만족시켜 드려야 한다. 에이신 플래시가 유혹했기 때문에 그녀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파자마 따위 벗어던지고 알콩달콩 깊은 사랑을 나누고 싶었지만…라이스 샤워를 돌려보내는 것이 우선이다.



 죄송해요, 트레이너 씨. 속으로 중얼거리며 트레이너 씨의 얼굴을 그녀의 가슴에 폭 묻었다. 처음에는 아무런 저항 없이 그저 뜨거운 숨결만이 느껴졌지만, 에이신 플래시가 그의 얼굴을 놔주지 않자, 숨이 막혔는지 버둥거리다가 이내 축 늘어졌다.



 정말 죄송해요, 트레이너 씨. 자기 가슴골에서 정신을 잃은 담당 트레이너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뭐, 흔히 있는 에이신 플래시의 작은 폭주 중의 하나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 트레이너 씨가 깨어나시기 전에 기숙사로 원상복구 시켜둔 뒤, 다시금 그를 깨워 천천히 즐기면 될 것이다.



 마침 내일은 주말의 시작이다.



 “이런 식으로 하시면 됩니다.”



 “에이신 씨…대단해, 멋있어……!”



 “요는, 담당 트레이너분을 향한 사랑에서 나오는, 꿀이 떨어질 것만 같은 끈적이는 눈빛과 행동, 그리고 담당 트레이너분을 이성으로 인식했다는 듯한 부끄러움이에요. 다만, 과하면 안 되고…어디까지나 평소보다 아주 조금 더, 미묘하게 선을 넘을 듯 말 듯 하게 하셔야 해요.”



 설명과 함께 에이신 플래시는 후후, 기분 좋게 웃었다. 그리고 기절해 잠든 트레이너 씨의 뺨을 살살 쓰다듬으며, 한 마디를 추가했다.



 “그 약간의 발돋움은 분명, 에로할 테니까요.”



 “응…! 라이스 힘낼게…!”



 라이스 샤워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각오를 다졌다. 에이신 플래시 또한 각오를 다졌다.



 한 우마무스메는 바로 내일, 오라버니의 이성을 박살 낼 각오를.



 다른 한 우마무스메는 당장 지금, 트레이너 씨를 만족시킬 각오를.



 그렇게 중앙 트레센의 여명이 밝아오고,



 두 우마무스메는 밤샘 기미를 얻었다.


 

 

 *  *  *  *  *  *  *  *  *  *

 

 


 다음 날, 평소의 라이스 샤워답지 않은 교태에 그녀와 외출하는 동안 세 번이나 화장실을 다녀온 오라버니와 그런 그에게서 은은하게 풍기는 밤꽃향을 즐거운 듯이 느끼고 있는 라이스 샤워의 모습을 에이신 플래시는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어째서 전해 들었냐고 묻는다면, 에이신 플래시는 그날 트레이너 씨의 기숙사 밖으로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이신 플래시의 트레이너 씨는 영양제와 더불어 허리에 붙일 파스를 여기저기 구하고 다녀야 했다.



 중앙 트레센의 하루였다.


 

 

 ==========


 

 

 라이스 보고 이상한 생각 하는 나쁜 오라버니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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