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예쁘게 생긴 남자애가 있었는데 +152 [22]

남고였음

키도 나보다 한 뼘이나 작고 

 

마른 체구에 허리가 유독 가늘어서 늘 셔츠가 헐렁거리는 애였음

 

피부는 하얗고 얼굴도 예뻐서 자칫 보면 꼭 여자애 같았는데

 

성격도 유해서 내가 늘 장난치며 놀곤 했었음

 

한 번은 방과후에 둘만 교실에 남아서 얘기하다가 

 

내가 '나도 여친 갖고싶다 네가 사귀어주라' 이런식으로 평소처럼 장난스레 말을 했는데

 

걔가 고개 숙인 채로 '너 담배 끊으면 생각해보께' 하더라

 

내가 잠시 조용하다가 '그럼 평생 힘들겠네ㅋㅋ' 하고 웃으니까

 

걔도 웃더라

저녁놀이 교실에 스미고 있었고 말없이 손끝을 만지작거리는 그애의 표정이 짐짓 쓸쓸해보이는 것은

여름이 끝나가고 있었기 때문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