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말, 이라크
- 당시 난 보병이 아니었음에도 신속대응부대에 소속되어 있었다.
- 길 한복판에 설치된 IED를 제거하러 온 EOD 팀을 경호하기 위해 출동해있었다.
- EOD 팀이 IED 상태를 확인하려고 폭발물 처리 로봇을 보냈다.
- 로봇이 도로를 따라 저 멀리 떨어진 IED까지 도착하는 데 대충 30분 정도 걸렸다. ↗나게 지루했다.
- 갑자기 퍼어어어어어어엉 하는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
- IED가 폭발했고, 피해는 망가진 도로와 박살난 로봇이 전부였다. 잘 모르지만 아마 멀리서 지켜보던 반군이 스위치를 눌렀거나, 아니면 로봇이 뭘 잘못 건드렸거나 했을 것이다.
- 나를 비롯한 동료 신속대응부대원들은 폭발의 충격때문에 □□같이 흐느적거렸다.
- 갑자기 우리들은 어디선가 비명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 이런 ㅅ펄
- 로봇을 조종하던 EOD 대원이 IED가 터진 곳을 향해 달려가려고 발악하고 있었고 다른 대원들은 그를 붙잡고 끌어내고 있었다.
- 그 EOD 대원은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고 있었다.
'느림보 조(Slow Joe), 느림보 조만은 안 돼, 하느님 제발, 신이시여,
느림보 조는 아니됩니다, 놈을 구하게 놔주세요, 놈을 구하게 해주세요, 하느님, 느림보 조'
- EOD 대원은 엎어진 채 숨을 헐떡이며 울음을 터트렸다. 실로 비통해하는 모습이었다.
- EOD 동료들은 그 대원을 제압했고, 대원은 몸을 웅크리고 눈물을 흘리며 험비 뒷좌석에 실렸다.
- EOD 지휘관은 우리들에게 저 대원이 그 로봇에 매우 강한 애착심을 지니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원과 그 로봇은 3번의 해외 파병 동안 항상 같이 붙어다녔다는 것이다.
- 너희들은 저 대원이 얼마나 큰 충격을 당했는지 아마 모를 것이다.
- 나는 아직도 그가 느림보 조(Slow Joe)라고 울부짖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댓글(18)
뜬금없겠지만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인공지능은 사람에 가까운 수준으로 만들어선 안되고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더라
설령 소모품으로 쓰인다고 해도 그걸 쓰는 사람이 감정이입되서 사고칠 가능성이 높아져서라고
의미를 부여하는건 그 객체가 아니니까...
로봇에게 애정을 담은 순간부터 도구가 아니라 동료였겠지.
“서서히 녹슬기보다 한번에 불타버리는 것이 낫다고 믿습니다. 메탈 원 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