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인 여자들은 10대 때부터 많았지만
처음 여자를 확실한 연인 관계로 사귀어 본 건
스무 살 말이었어요.
끈질기게 나를 따라다녀서 막상 사귀기 시작하면
이내 흥미를 잃었는지 먼저 이별을 선언하거나
비슷하게 시작해서 사귀었지만 끝끝내 내가
이성으로서의 매력을 상대방으로부터 못
느끼거나...
'새끼오리'처럼 사귄 게 전부였어요.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내가 좋아하는 사람
사이에서 결국 내 마음은 못 내놓고
나 좋다는 애랑 사귀다 그쪽이 먼저 싫증을
느끼고
딱히 빠져든 거도 아닌데 알게 되고
몇 번 보고 자연스레 사귀고
그렇게 몇 년 사귀다 헤어지고...
그러다가 서른일곱 꽤나 늦은 나이에 소셜을
하다가 나의 글/노래를 '제대로 정독하고
마음으로 들어주는'걸 느끼게 해준 댓글 하나가
내 마음을 끌어 만난 사람이 있습니다.
처음 만난 날, 내가 사는 동네의 내가 자주 가는
카페로 와주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그 소셜에 내 사진을 종종 올렸기에 그 사람은
내 얼굴을 알고 있지만 저는 그 사람의 얼굴은
모르고 있었죠.
설렘으로 만나러 나가던 그날. 카페 문을 열었을 때
제일 끝 자리에서 내게 환하게 웃어보이며 손을
흔드는데
살면서 처음 느꼈습니다. 아... 이게 첫눈에 반하는
거구나.
무대 불이 꺼지고 한 명의 배우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켜진 것처럼 그 사람만 보이더군요. 사람의 등 뒤에서
비춰오는 후광이란 걸 느꼈습니다.
여자 앞에서 떨거나 당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날은 정말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납니다. 되도 않는 너스레를 떨었고 아직 너무나 이른
나의 속내와 부끄러운 과거까지 스스로 들춰냈어요.
첫날 커피 한 잔과 가벼운 저녁식사로 아쉬움 가득한
작별인사를 하고
이틀 후에 다시 만난 날.
술 한 잔 걸치며 얼마 전 돌아가신 아버님얘기.
오랜 시간 마음에 담았던 이가 세상 떠난 이야기
내게 해주며 눈물 보이는 그 사람을 어정쩡한
자세로 보듬으며 달랠 때...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만남만에 연인이
되었고
지금은 저의 영원한 짝지가 되었습니다.
누가 사랑의 유효기간을 3년이라고 하던가요
10년을 넘긴 지금도
저는, 내 짝지가 살짝 웃기만 하면 설렙니다.
가벼운 입맞춤에도 심장이 뜁니다.
단 한 번도 다툰 적 없고 이기려 해본 적도 없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 이겨서 뭐하나요.
그 사람이 지면 내가 지는 건데.
빨래며 청소 설거지 식사 담당 제가 다 합니다.
짝지가 일을 하건 쉬건 상관 없어요.
내가 하면 내 사람이 편히 쉴 수 있다는 생각에
즐겁습니다.
가끔 제가 많이 바빠 며칠 설거지라도 밀렸는데
퇴근하고 보니 그 사람이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그 뒷모습이 안쓰러워요. 그래서 미리 다 치웁니다.
일이 명동에서 끝나면 지하상가 지나면서 그
사람 입을 옷, 가방만 보이더라고요.
비싼 거도 아니고 몇만 원짜리 사다가 건넬 때
좋아하는 짝지 얼굴이 좋아요.
소소한 것에 좋아해주고 고마워 해주는게 나는
또 고맙습니다.
이런 사람과 사는데 삶이 고달픈들 불행할 틈이
있을까요. 여전히 설레는 사람이 매일 옆에
있으니 저는 다 가진 사람입니다.
원래 긍정적인 내가 아니라
짝지가 만들어준 긍정맨입니다.
남들이 뭘 가졌든 뭘 이뤘든 부럽지가 않아요.
그들에게는 내 짝지가 없잖아요.
퇴근길 또 설레는 마음 한 번 풀어봤습니다.
그림 :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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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0)
누 누님이셨군요;;
16bit 콤퓨타...
와 어르신인듯 ㄷㄷㄷ
어르신 만수무강 하세요... _-o-_
알라딘이다~
헛 국딩 1~5학년까지 주산학원 6학년때 컴터 학원 생겨서 이적했어유.. ㄷㄷㄷ으르신
저 컴퓨터로 페르시아왕자 했었던 기억이.... 주산은 3급(?)까지 했던 기억도...
연진이 말 이상하게 하네올해 어린애면 내년에도 어린애 아니냐?
주판학원 아닙뉘꽈?
육학년인가 ??
어 초등학교때 주산 다 배우지 않았나요?
웅변학원은 안다니셨는지요...
연진이 다시 봐도 무섭... ㅎㅎ
우와 혹시 평화의댐 성금도 내심?우리 또래였구나….
산은 산이요,챠우는 챠우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