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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OG+ | 24/07/08 23:27 | 추천 9 | 조회 19

스포 )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의 새로운 시도는 왜 실패했을까? +19 [3]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66779936

(주관적 리뷰이며,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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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겠습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의 프리퀄. 지구가 대충 멸망한 첫 날을 그린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입니다.


개연성은 엉망진창이고, 설정도 괴상하고, 등장인물들은 발암끼 잔뜩 마시고 행동하는 영화입니다.



...헌데 전작은 안 그랬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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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이번 작품에만 '졸았다. 지루하다'는 사람들이 유난히 보이는 걸까요?


뇌피셜과 주관적 뭐시기를 듬뿍 섞어서 알아봅시다.





1.



우선, 앞서 이 시리즈의 특징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는 단순합니다. 소리를 내면 지옥 끝까지 찾아와서 죽이는 괴물이 지구를 멸망시켰다. 즉, 소리내면 죽는다.


간단해 보이는 참신한 설정이지만, 파고들면 들수록 곤란해지고 어설픈 설정이기도 하죠. 이에 제작진의 선택은 단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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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영화 내의 온갖 개연성 구멍을 지적할 태세의 관객들)


뭐? 폭포 근처에 있으면 소리질러도 괴물이 못 듣는다고?

그럼 거기로 이사가면 장땡 아닌가?


엥? 소리내면 죽는 세계관에 임신 출산 응애 키우기를 한다고? 제정신임?


야 저 괴물놈 소리 듣는 범위가 겁나게 선택적이고 작위적이지 않냐. 청각장애와 소리민감장애를 와리가리하는데?







하지만 개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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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습니다. 세상에는 앞뒤 깔끔하고 탄탄하게 땅을 다진 영화도 있지만, 모든 호불호와 단점을 압도적인 장점으로 씹어버리고 즐길 수 있는 영화도 있죠.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는 마치 잘 튀긴 가지튀김과 같은 요리였습니다. 가지라면 학을 때는 남녀노소 분들이 가지튀김 한입 냠 하면 다들 놀라거든.


그런 의미라면, 이번 프리퀄은 가지튀김의 튀김옷이 눅눅해지고 식어버렸다는 의미가 되겠군요.






2.



본격적으로 프리퀄 얘길 하기 앞서. 일단 영화의 스토리부터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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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은 시한부 암 환자입니다. 뉴욕에 바람 쐬러 나왔습니다. 껄룩이를 데리고 있군요.


남주인공은 로스쿨 학생입니다. 겁먹으면 공황장애가 온다는 특징이 있죠.


그런데 마른 하늘에 운석들이 떨어지더니.







주인공이 눈을 떴을 땐, 이미 소리내면 죽는 지옥으로 세상이 변한지 오래였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 주인공은 지옥이 된 맨하탄에서 탈출은 커녕 '난 세상이 멸망해도 마지막 피자를 먹겠다' 라고 맨하탄 한복판으로 걸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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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울이 생각나신다면, 정상입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암으로 고통받는 인생에, 어린 시절 재즈 피아니스트였던 아버지와 함께 다닌 재즈 클럽 옆 피자 가게의 피자를 먹으려 간 것이었군요.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피자도 냠냠하고 남주를 탈출시킨 여주는, 마냥 공포에 젖어 죽음을 기다리는게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즐기며 최후를 맞겠다는 결심에 텅 빈 맨하탄 도로에서 스피커로 노래를 틀며 미소짓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뒤로 괴물 한 마리가 다가오며 영화는 끝납니다.






3.


대충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괴물은 뒷전이고 휴먼 드라마 위주인 또 다른 할리우드 괴수영화입니다.


다만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딱히 괴수물에서 휴먼 드라마가 튀어나온다고 그게 나쁜 건 아니란 거죠. 사실 괴수물 팬덤이란게 그런거 가릴 정도로 뒷간이 풍족한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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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사회정치비판블랙코미디휴먼드라마 라는 장르 집어넣고선 한국 괴수물 최정상을 찍어버린 그 영화 아시잖아요? 


심지어 콰플 시리즈는 휴먼 드라마의 농도가 굉장히 진한 시리즈였습니다. 고로 이 작품에서 휴먼 드라마가 나온다! 자체를 비난할 순 없다는거죠.


....


하지만 그 휴먼 드라마와, '긴장감과 스릴로 모든 단점을 커버하는' 시리즈의 장점이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면, 그건 문제로 삼을 여지가 있습니다.


이전 작들은 휴먼 드라마를 파편화시키고, 지루해질 찰나 절묘하게 끊은 후 스릴을 난입시키는 재주가 있었습니다. 마치 순애물에 금태양이 튀어나오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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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까지 폭포 옆에서 부자간의 훈훈한 대화를 나눴어?







응 죽은 아내 옆에서 멘탈 나가 절규하는 이웃분 등장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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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작은 그 흐름이 너무 길었습니다. 러닝타임 수십분 정도 비가 오고 천둥번개가 친다 = 괴물 등장 없다 = 어둡고 긴장 풀리고 지루해진다... 란 식으로요.


사실 관객들은 직감적으로 압니다. 대충 여주의 인생사와 자아성찰이 시작되고 서정적인 브금이 흘러나온다면, 그땐 그냥 괴물 안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그 브금이 좀 길게 나온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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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위에서 말했듯) 냉정하게 말하자면, 다른 괴수물에선 크게 문제로 삼을 여지는 없는 부분이긴 합니다. 괴물들 별로 안 나오고 딴얘기로 전개하는 영화들 참 널리고 널렸거든요.


하지만 긴장감으로 모든 단점을 커버한다는 시리즈에서 긴장감이 빠진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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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괴물새끼는 왜 천지를 뒤흔드는 발전기 소리엔 가만히 있다가, 옷 살짝 찢어지는 소리에 덤벼드는거지?


저 남주놈은 공황장애가 있다고 하는데, 그런 놈이 만난지 하루 된 고양이 구하겠다고 괴물 본진에 자기 발로 걸어들어가서 구출해옴?

얼씨구 저지랄 해놓고선 마지막엔 또 괴물 무섭다고 발작왔네?


아니 ㅅ발 분명 미국 본토에 괴물들 쫙 깔렸는데. 왜 영화에선 맨하탄 다리 끊고 맨하탄에만 괴물 있다고 구냐? 설정 커버해야 할 프리퀄이 왜 더 설정을 아작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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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미군맨 학살하는 괴물 떼거지 다 어디갔어!!! 첫째 날이라며 인류 멸망!! 군대 썰어버리는 괴물 나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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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차 몇대 망가진 것만 나오냐고!! 대학살! 인류멸망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괴물의 군대 해체쇼 내놔!!!!



.....


뭐 이런 반응들이 나오는거죠.


앞서 말했듯, 저런 개연성 및 설정 비판은 모든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에 적용됩니다.


다만 그 작품들은 저걸 덮는데 성공했고, 이번 작은 실패했다.. 정도의 차이겠네요.





4.



그렇다면 그렇게 만든 휴먼 드라마는 어떨까요?


글쎄요... 미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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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여주인공은 독립 영화, 예술 영화계의 워너비 설정만 뭉쳐놓은 주동인물입니다.


시한부 암환자인 흑인 여성이며, 고통에 신음하고 죽을 날을 기다리며, 시인이었고, 아버지는 재즈 피아니스트였고 함께 피자를 먹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아이팟을 상시 휴대하며 음악을 듣습니다. 아, 덤으로 애묘가죠.


과합니다.



안 그래도 괴물영화에 억지로 빈틈 만들어서 우겨넣은 주인공인데, 저기 나열된 설정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어요.


시인이라면 자기 시 읊으며 죽어야 그림이 나오는데, 정작 여주는 음악을 들으면서 죽군요. 아이팟은 초반에 잠깐 나오고 엔딩에서나 제대로 등장합니다. 아버지 얼굴도 엔딩에 나온 사진에서 겨우 보고요.


괴물들에게서 생존하는 영화에서 죽고 싶어하는 주인공이 나온다는 기획은 참신했지만, 그 참신한 기획을 왜 사람들이 안 썼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시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콰플 1편의 남주를 기억하고 이입하는건, 그 캐릭터가 복잡하고 심오한 캐릭터여서가 아닙니다.


그가 아버지였기에, 그리고 그것만으로 완성된 캐릭터였기 때문에 훌륭했던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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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이 과하다면 남주인공은 공허합니다.


로스쿨 학생이고 참 작위적인 공황발작이 온다는 설정만 있지. 나머지는 그저 여주인공의 충실한 애완동물처럼 따라오는 것 뿐이에요.


죽기 싫다고 덜덜 떠는 캐릭터가 죽으려 하는 여주인공을 목숨 걸고 따라간다는 전개는 쉽게 납득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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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아무리 애완동물은 무적 배리어 씌우는 할리우드 기준이라고 해도 


본지 하루이틀 된 남의 고양이 구하겠다고 괴물들 본진에 기어들어갈 때는 더더욱이오.



아 다른 때는 막 터지는 공황발작이 저때는 참 안 터지더라고.







5.


그렇다면 아예 쓰레기일까요?


...라고 한다면, 그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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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반, 재가 눈처럼 세상을 뒤덮고, 그 하얀 장막 속에서 괴물들이 사람들을 도살하는 씬은 훌륭했습니다.


[미스트]의 좋은 레퍼런스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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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괴물들의 무리가 가죽과 뼈, 이빨로 이뤄진 폭풍처럼 도시를 휩쓰는 묘사도 진국이었죠.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청각적으로 암시하는 엄청난 굉음과 진동, 그리고 숨죽이고 절대 소리를 낼 수 없는 생존자의 괴리감 역시 훌륭했습니다.


비록 미군맨이 그 괴물 떼거지에 찢겨나가는건 안 보여주긴 했지만, 그래도 '와씨 저건 미군맨 육군들이 질 만 하네' 란 생각이 들 만 했네요.


....


위에서 조곤조곤 후려깐 휴먼 드라마도, 객관적으로 본다면 무난하고 엄청 나쁠건 없는 부류입니다.


사실 시한부 환자가 삶의 소중함을 체감하고 스스로 최후를 선택한다는 전개는 클리셰이고 언제나 평타는 쳤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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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영화는 소소한 단점들이 뭉쳐 부정적 시너지를 낸다는 점에서 치명적입니다.


휴먼 드라마는 긴장감을 거세해버리고, 긴장감이 사라지니 모든 설정과 개연성 부족이 드러나버리고, 그나마 남은 휴먼 드라마도 거창한 건 없으니 이젠 반감이 슬슬 생기는 식으로,


단점의 악순환이 이뤄지는거죠.






6.


결론으로 위에서 한 얘기들을 짧게 축약하자면 대충 이렇습니다.


"휴먼 드라마의 과잉 삽입으로,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 특유의 스릴이 사라졌다.


그로 인해 설정과 개연성의 너무 큰 구멍이 드러나버렸다."



....


다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의견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앞서 구구절절 말했듯, 콰플 시리즈는 그닥 정교하지 못한 설정과 이야기를 긴장감으로 커버하던 시리즈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작에선 새로운 시도를 하다 시리즈의 장점을 놓쳐버렸다는 말씀을 드렸죠.



...하지만 그것을 이 프리퀄과 감독의 잘못으로 100% 돌릴 수 있을까요?


감독은 1편과 2편의 또 다른 판박이와 반복으로, 이 악물고 '긴장감 들어갑니다 여러분!!' 을 보여주는게 정답이었을까요? 과연 관객들은 그에 만족했을까요? 세 번째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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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IF의 이야기이고 결국 사견입니다. 다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렇습니다.


이 시리즈의 근본적인 구성과 설정은, 대규모로 시리즈를 전개하는데는 그닥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어쩌면 이 프리퀄의 가장 깊숙한 어긋남은 그곳에서 왔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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