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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cs | 24/08/01 00:21 | 추천 0 | 조회 330

31살, 인생고민, 두려움 +184 [24]

SLR클럽 원문링크 m.slrclub.com/v/hot_article/1271718

20대를 갤러리, 미술관, 기획 등의 일을 해오다 경제적인 불안감에 지쳐 모두 포기했습니다.
저는 미술관 일을 좋아합니다.
20년차가 되어도 연봉 6천이 넘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든데, 삼청동/반포동에서 태어나거나 가족, 남편의 재력으로 그렇게 살고 있는 업계 리더들을 보며, 학예 연구, 기획 일이 타고난 재력 또는 주변 도움없이 자생을 위한 노동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분명해졌습니다.
물론 일하면서 학교를 다니고, 추후 안정적인 교수직을 노려볼 수도 있겠지요. 대기업 전무가 되는 것만큼 힘들겠지만요.

올해, 31살이 되자마자 원양어선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일을 시작했고,
몸과 정신을 주말없이 바쳐 월 700-1000 사이를 벌고 있습니다.
아내와 둘이 살면서 못해도 한 달에 400 이상을 저축하고 있어,
경제적인 부분은 조금씩 안정되고 있고, 시간이 흐르면 집도 살 수 있다는 희망도 생겼지만.

돈을 벌어도 쓸 시간도 여유도 없는 동료/선배들을 보면, 존경과 두려움이 함께 느껴집니다.
미래의 내가 꿈도, 예술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 걸 생각하면 너무나도 무섭습니다.

미술관 학예사, 교육가 채용공고를 찾아 보곤 하지만, 말도 안되는 거지같은 조건들에 다시 망설입니다.
임금은 낮아도, 박사과정을 병행하며 좀 더 좋은 기회들을 찾는 꿈을 꾸기도 하지만,
삼청동, 평창동에 근무하면서 세후 250도 안되는 돈으로 생활하는 것은, 그냥 열정페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너무 뼈저리게 느껴본 터라
이내 생각을 접습니다. 물론, 해외 취업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석사 학위를 받고 잘 취업해도 영국에서 5만 파운드, 뉴욕에서 7만달러가 시작점입니다.

어쩌면 그 길을 더 잘걸어서 새로운 수익을 만들 수 있다는 20대 시절의 자신감을 잃어
그저 패배자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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