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가 옥타비아 E. 버틀러의
대표작 중 하나인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는
기후 변화로 인해 망가진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을 다루고 있다.
소설은 2024년의 미국을 배경으로
시작하여 2030년대까지 이어진다.
전지구적인 기후변화로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은 계속되는
재해복구 지출, 식량과 자원 감소로 쇠퇴해간다.
자원전쟁으로 추정되는 크고 작은 국제전쟁을
겪은 미국은 비록 패하지는 않았지만
부실해져가는 내정에 전쟁이 연이어 겹친 탓에
공공사업과 인프라 관리에 소홀해지고
공권력/행정력이 줄어들면서
주 정부들은 사실상 독립하여
주경계를 폐쇄하고 각자 도생하는 처지가 된다.
기온 상승으로 살만한 지대가 늘어난
캐나다, 러시아, 알래스카는 새로운
부의 중심지가 된다.
특히 물리적 위치가 떨어진 알래스카는
이미 느슨해져 사실상 지배력이 없는 미 연방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독립을 선언하고 자신들만의
국가와 대통령을 세운다.
미국 남부와 서부는 사람이 살기 힘든 환경이 된다.
물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식량이 부족해지면서
사람들은 부랑자나 길거리의 빈민이 되거나,
장벽을 세워 폐쇄형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간다.
물론 그런 공동체나 얼마 안 남은 집들을
약탈하기 위한 갱단과 약탈꾼들이
황무지에 속출하면서 매순간 위험이 도사린다.
대부분의 크고 작은 도시는 이미 폐허가 되어 있거나
범죄와 방화, 치안의 부족으로 기능을 잃어간다.
공동체에 들어가지 못하는 빈민들은
그냥 황야에서 아사하거나,
아니면 악착같이 야생동물을 잡아먹어야 하며
때론 자기 가족을 노예로 팔아서라도
생명을 유지하는 등 비참한 생활이 반복된다.
사람이 기르던 개들은 야생에 풀려나
무리를 지어 몰려 다니며
사람을 적극적으로 사냥하기도 해
들개 무리와 사람의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폐쇄형 공동체도 갱단의 침입으로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에
살아남은 사람들 중 여력이 되는 이들은
남은 짐을 모아 미국 북부, 캐나다, 알래스카를
향해 도보나 자전거 또는 차를 타고 이동한다.
고속도로를 관리하고 유지보수 할 자원도 여력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도로에는 북쪽으로 이동하는 난민 떼가
끝도 없이 늘어서게 된다.
고속도로 주변에는 임시로 정착한 빈민촌과
이주하는 난민을 상대 장사하는 간이 상인,
그들을 노리는 약탈꾼과 소매치기, 고아들이
뒤엉켜있어 여전히 방심할 수 없다.
늙었거나, 다쳤거나, 혼자서 이동하거나,
어린 아이를 데리고 가는 난민들은
무리 지어 습격하는 도둑과 패거리에게
대놓고 낮에 물건을 뺏기거나 심지어 납치 당해도
주변에서 관심을 갖거나 도와주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마.약 중독으로
'파이로(Pyro)' 또는 '로'로 불리는 약이 남부를
중심으로 퍼져나간다.
이 약에 중독되면 불을 지르거나, 불을 보고
열기를 느끼는 것에서 성행위 이상의
쾌감을 느껴 방화광이 되어버린다.
중독의 정도가 심해지면 물건을
태우는걸 넘어 동물과 사람도 태우다가
결국 자기 자신마저 불길에 뛰어든다.
중독자들은 매춘, 인신매매, 살인과 약탈 등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약을 구입하여
그나마 남은 도시, 시설물과 인프라,
공동체, 자연 생태계 여기저기에
불을 지르고 다니기 때문에 가뜩이나
황폐해진 남부는 사실상 복구가 힘들어진다.
서부와 남부에도 몇몇 중심지에는 경찰서, 소방서,
대학 등의 기관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무력해진 연방정부와 살아남기 바쁜 주정부에게
큰 지원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신고를 접수 받아도
화재나 사건현장에 출동조차 하지 않거나
오히려 수수료 명목으로 공동체에게서
추가적인 요금을 징수해간다.
당장 생존에 급급한 상황이다보니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문맹이 되었으며 그들을 가르칠 교육자들은
배출되지 않는다.
그래서 역으로 어떻게든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개인은 고급 인력으로 취급받아 현금을
대가로 받는 임시직이나 직업을 얻거나,
때론 범죄조직에 가담하여 그들을 도와주는 대가로
먹고 살 길을 얻기도 한다.
가령 도시와 부호들에게서 공산품과
물건들을 훔쳐오고도 정작 사용설명서를
읽을 줄 몰라 묵혀두기만 하던 갱단은
글을 아는 소년을 고용해 조직원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범죄와 밀려드는 빈민에 지친
지방도시들은 자신들의 토지와 자원,
노동력을 기업에 팔아넘기기도 한다.
기업들은 해당지역의 전력과 에너지를 복구한 뒤
자신들만의 자치권을 주정부로부터 승인받아
기업 도시국가를 만든다.
공장을 세우고 숙식을 제공하는 대가로
사람을 고용하지만 현금을 주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며 설령 주더라도 기업 도시에서만
사용되는 임시전표를 발행한다.
또한 노동의 제공되는 대가보다 훨씬 높은
시설사용료, 전력비, 임대료 등을 명목으로
부채를 뒤집어 씌워 사실상의 공장노예로 전락시킨다.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 지구를 벗어나기 위한
화성과 우주 진출/개척 프로젝트는
크리스토퍼 도너가 대통령이 되면서 모두 폐지되고
민간기업에 팔려나간다.
사업가와 국제기업들이 빈민을 거둬들여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명목으로
노동자보호와 환경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임금을 줄 필요도 없이 최소한의 숙식만 제공할 수 있게 바뀐다.
결국 미국 남부는 죽음과 폐허만이 가득한
무인지대가 되어버리고 북부는 노예제가
부활하는 시궁창이 된다.
세기말 감성이라 그런가
죽음의 이지선다가 따로 없네...
하지만 지금 우린 소설대로 흘러가지
않고 다들 이렇게 살아있잖아?
한잔해~
댓글(6)
근데 까딱하면 저렇게 될것같..
소설이 틀린 건 2024년이라는 년도 뿐인 거 같은데...?
기후변화가 확실히 체감될 정도로 심해지긴 했는데, 기존 세력들이 위축되긴 커녕 기존 세력들끼리 똘똘 뭉쳐서 올라오려는 신흥국들 사다리 차버릴 것 같기도 하고 미묘하네
한편 네오 - 도쿄에서는...
이미 부재앙으로 나라가 크게 뒤집어졌기 때문에 미래가 크게 비틀림
미래를 좀 더 정확히 예측한 창작물이 있을수도 있긴 하겠지만, 그런 창작물은 재미없어서 안팔렸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