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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엄마.. | 24/09/24 13:54 | 추천 11 | 조회 861

우리 부부에게 1박2일 +219 [1]

오늘의유머 원문링크 https://m.todayhumor.co.kr/view.php?table=humorbest&no=1769837

결혼후 줄곧 맞벌이였으니,
두 아들은
엄마가 없는 긴 낮시간을
바둑, 피아노, 미술. 태권도..로 돌다
TV로 저녁까지 채웠다

대형학원 강사로 있다가
큰아들 초3때 가방에서 나오는
쓰레기같은 학용품들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아들들을 방치하고 사는지
뼈저리게 느끼고는 학원을 그만 두고
집앞 상가를 찾고 찾아서
한칸을 임대해 코딱지만한 학원을 오픈
붙어 있던 미용실,
또 옆에 있던 세탁소까지
점점 학원은 커졌고
그 안에 두 아들이 나와 함께 있었다

다행히 큰아들은 공부를 곧잘 해서
큰아들 덕을 톡톡히 보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는 두 아들의 성적이
내 학원의 실력같아서
아들들의 성적에 극도로 예민했다
당연히 집에  티비도 없앴다

그때,

우리가족에게 유일하게
무장해제하고 쉬는 시간이 
일요일 저녁 1박2일...

티비가 없었으니
네 식구가 작은 컴퓨터 모니터 앞에 
옹기종기 모여 보았지만
그렇게 재미있었다
공부로 힘든 아들 둘이 깔깔깔 웃는
그 시간에 나는 아들들 웃는 모습이
그렇게 고맙고 위로가 되었고
그 시간만큼은 아들들과 웃고 있는 나를
보면서 남편도 행복했다고 했다

큰아들은 원하는대로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
작은 아들은 본인이 원해서
홈스쿨링...

후에 작은아들이 재수를 한다고
기숙사로 옮기고 나서
처음으로 티비와 소파를 샀다

또 우리 부부는 두 아들이 없는
허전함과 외로움을 1박2일을 보면서
보냈다

1박2일의 그 싼티 나면서도
젊고 강한 에너지를 일주일의 원동력으로 썼다
출연진을 옆집 아들 대하듯 이름 불러가며
대해도 편했다

물론 이제 1박2일은 더 이상 싼티나지 않는다
그래서 편하게 이름을 막부를수도 없다
그래서 그들의 젊지만 때로는 유약함을
때로는 오기를 부려대는 그 솔직함이
월요일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또
에너지를 채워준다

우리부부가 다시 보기를 해서라도
보는 유일한 방송이다

갈수록 아들들이 어렵다
아들이다가 어른이다가..
아들로 편하게만 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른으로만 대할 수도 없다
그 경계가 어렵다
예의를 갖추기도 어렵고
불만스러운 일에 잔소리를 하기도 안하기도 
참 어렵다

그래서 잘 모르는 그 젊은이들이 편하다
그저 봐주고 웃어주기만 해도
아들들보다
더 편하게 또 거리를 두어도 된다

이제 두 아들은 1박2일을 
더 이상 보지도 않는다
그들이 무슨 예능을 좋아하지는
무슨 드라마를 보는지도 사실 모른다
점점 오지랖을 부리지 말자 생각하니
점점 아는게 없어진다

아들들의 그 닫힌 문을 열 기회도 용기도 없다
호기심도 시도의 노력도 귀찮다
그래서
독립을 간절히 바랬다

이제 일주일 있으면 
두 아들이 자기들이 모은 돈만큼
부모가 증여해 준 돈으로 
자기네 이름으로 계약한,
인생 처음 독립된 세대로 떠난다

잘 깨지지 않는 코렐그릇,
둘이 쓰기에 적당한 팬과 냄비,
이 참에 서랍 달린 침대와 가구도 장만했다

이제 우리 부부는
일요일마다
1박2일을  편하게 볼 것이다
더 크게 웃을 것이고
더 자주 웃을 것이다

부모지만 여전히 잘 모르면서 
억지로 해왔던 인생선배 노릇도 집어치우고
소파에 막 드러누워서 보든
밥그릇을 들고 정신을 팔면서 보든
부모로서의 그 어설픈 교훈따위
다 집어던지고
세상이 다 떠나가게 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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