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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돌이아.. | 18/10/20 01:01 | 추천 21 | 조회 2118

현직 경찰관으로서 한말씀 드리겠습니다. +1043 [21]

보배드림 원문링크 https://m.bobaedream.co.kr/board/bbs_view/best/184446

최근 한달여 사이 시민이 음주운전 의심 차량을 신고하여 추격하였는데 경찰은 나타나지 않거나 늑장 대응을 하였다는 기사가 여러차례 나왔는데 현직 경찰관으로서 한마디 하고자 합니다.

이글이 변명이 될지 해명이 될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으나 기사화된 내용만 가지고 섣부른 비난은 하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적습니다.


저는 수도권 2급지 경찰서 파출소에 근무하는 18년차 경찰관이고 계급은 경위 입니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052999&ref=A

이것은 이틀전 보도된 기사입니다.

시민이 음주운전 차량을 50km 추격하였는데 경찰은 뒤늦게 나타나 사고도 막지 못했다는 요지의 기사이지요.

먼저 많은 분들이 비난을 하셨던 관할타령하고 출동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112신고가 접수되면 신고자의 위치를 관할하는 최근접 순찰차에 GPS정보와 함께 신고가 하달됩니다.

그러면 순찰차내 내비게이션에 출동위치와 내용이 전달되고 순찰차가 출동을 하게 되지요.

순찰차에 부착된 GPS가 출동지 반경 약50미터 이내에 도착을 해야 도착처리가 되기 때문에 출동을 안한다는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 출동시간이 너무 지연되거나 도착처리가 되지 않으면 나중에 사무감사에서 책임을 묻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현장에 도착을 하는 것입니다.


그다음 관할타령을 하고 늑장을 부렸다는 부분에 대해 서울을 예로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세종로 이순신장군동상 앞에서 범죄의심차량이 도주를 하여 신고자가 추격을 시작했고 A순찰차는 세종대왕 동상앞에 있다고 설정을 하겠습니다.

신고가 접수되고 최근거리 순찰차에 하달되기까지 보통 1분 내외가 소요됩니다.

세종대왕 동상앞에 있던 A순찰차가 지령을 받고 출동을 하면서 신고자에게 현재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콜백을 하는 1-2분사이 도주차량은 아마 시청앞 광장정도 가겠네요.

그렇다면 A순찰차는 추격을 하면서 상황실로 상황을 보고하고 시청앞 광장이나 숭례문 인근 순찰차에게 공조요청을 합니다.

공조요청을 받은 B순찰차가 다시 신고자와 통화하여 현재위치를 파악하는 사이 도주차량은 계속 이동을 하여 서울역이나 숙대입구역까지 이동했을거구요.

그러면 다시 B순찰차는 숙대입구나 남영역 인근 C순찰차에 공조를 하고 다시 신고자와 통화하여 현재위치를 파악해서 추격하는 방식으로 추격이 되겠지요.

그렇다면 최초 신고를 받은 A순찰차는 이미 도주차량이 상당거리를 이동했기 때문에 관할구역 언저리까지만 추격을 하고 다시 돌아옵니다.

계속 추격을 해도 타관할로 들어가면 지리감이 없어서 신고자가 위치를 알려줘도 제대로된 추격을 할 수 없고 관내를 비워두고 월선을 하면 관할내 공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도주차량의 현재 위치를 관할하는 순찰차에게 인계를 하고 공조를 하는것을 보기에 따라 관할타령이나 떠넘기기다 라고 볼 수 있는것입니다.

세종로에 있던 순찰차가 서울역지나 용산까지 추격을 하는것은 비효율적이고 놓칠 확율도 더 높아지겠지요.


저도 지금껏 근무 하면서 차량 추격을 수없이 많이 해봤지만 차량이 꽉찬 도로에서 도주하는 차량을 식별하기도 어렵고 또한 그 사이를 비집고 추격하는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도주차량이나 신고자가 계속 이동을 하다 보니 신고자는 경찰차량을 못봤다고 할 수 밖에 없어지지요.

신고자가 도중에 추격을 멈추어 버리거나 골목길로 들어가 버리면 차량 발견이 더 어려워 지구요.


이것은 신고자가 추격하면서 제공해주는 정보에 따라 순찰차가 뒤따라가는 상황이고 도주차량이 순찰차에 발견되었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앞서 말씀드린것처럼 순찰차에는 GPS가 달려있어 상황실에 모든 순찰차의 위치가 모니터에서 아이콘처럼 움직입니다.

도주차량을 발견한 순찰차량이 도주방향을 상황보고 하면 상황실에서는 모니터에 나타난 순찰차의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예상도주로에 순찰차량을 미리 배치하여 차단근무를 하도록 지령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추격범위가 좁혀지면서 검거확율이 높아지지요.

일단 도주차량이 순찰차에게 발견이 되면 그때는 상황보고 후 관할을 넘어도 추격을 합니다.

이것은 지령을 받은 순찰차가 아무런 업무를 하지 않고 있을때 상황이고 폭력신고,교통사고 등 신고업무를 처리하고 있을때는 추격에 동원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81018_0000446668&cID=10811&pID=10800

이 기사는 어제 부산에서 도난차량을 추격하여 검거한 기사입니다.

이 차량은 도난차량으로 등록되어 CCTV에 자동감지 되어 추격을 한 것이지요.

이 사건처럼 도주차량이 순찰차량의 가시거리에 들어오면 상황실에서 동원가능한 순찰차량을 예상도주로에 집중배치하여 기사처럼 13대의 순찰차가 집중적으로 추격을 하여 검거한 것입니다.


또한 현장에는 변수가 많습니다.

도주차량이 시야에 들어왔다 하더라도 신호에 걸려버리거나 죽을둥 살둥 도주하는 도주차량이 칼치기로 차량사이를 헤집고 달려버리면 순식간에 차량사이에 묻혀 차량을 시야에서 놓쳐버립니다.

경광등과 사이렌을 울리고 비켜달라고 해도 잘 비켜주지도 않습니다.

특히 야간에는 가시거리가 짧아 차종이나 번호판 식별이 어려워 수많은 차들중에 도주차량을 발견하는것이 생각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고속도로는 더 어렵습니다.

고속도로는 특성상 신고자가 추격을 하더라도 현재위치를 정확히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짧은시간에도 몇 킬로를 이동하므로 최초 도주장소와 시간을 계산해서 진행 예상지점에서 거점하다 차량이 발견되면 추격을 합니다.

그러나  최소 시속 100k이상 질주하는 차량중에 도주차량을 발견하기도 어렵고 발견한다해도 이미 가속도가 붙은 차량을 정지상태에서 따라 잡는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닙니다.

첫번째 기사는 고속도로상에서 발생한 도주차량을 추격한 것인데 고속도로에는 고속도로 순찰대가 양방향으로 구간을 나누어 적정거리를 두고 순찰을 하고 있지만 관할 구역이 40-50km 구간이고 순찰인원과 순찰차량이 많지가 않습니다. 순찰차가 교통사고등 업무처리를 하고 있거나 회차를 위해 IC밖으로 나가 있는 상황이라면 몇 초만에 차량을 놓쳐버리는 고속도로에서는 최악의 상황이지요.

계속 어렵다, 쉬운일이 아니다 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여러분이 경찰관이라 생각하고 상황속으로 들어가 보면 어느정도 이해가 가실 겁니다.


한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이것은 욕을 많이 먹을수도 있는 이야기 입니다만, 경찰이 추격을 할 때는 상당한 부담감을 느낍니다.

속도,차선,신호 등 무시하고 도주하는 차량을 그대로 추격하자면 사고위험성 때문에 온몸이 초긴장 상태가 되고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이지요.

실제도 경기도 어느 경찰서에서 도주하는 차량을 추격하다 신호위반으로 맞은편에서 오던 오토바이와 충돌사고가 발생하였는데 오토바이 운전자가 중상으로 장애를 입게되어 순찰차량을 운전했던 경찰관은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면직에 해당하는 금고형을 선고 받았다 2심에서 감경되어 직장을 잃지는 않았습니다.

이처럼 현행법과 제도에서는 소방,경찰등 긴급차량 운전자가 업무중 중대 사고를 발생케 하면 직장을 잃게 되어 있어 추격전 발생시 부담감이 생기는 겁니다.

그러나 사람은 본능이라는게 있어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추격이 되기는 하더라구요.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것처럼 저희 경찰관들이 신고를 받고도 관할을 따지고 출동을 안하는것이 아닙니다.

신고 한건한건 할 수 있는만큼 최선을 다하는데 상황에 따라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사내용만으로 전국의 경찰관들이 무책임하고 무능한 경찰관들로 매도되는것이 너무 안타까워 한말씀 올렸습니다.

이글에도 보도기사의 댓글처럼 조롱이나 비난의 댓글이 많이 달리수도 있을거란거 감수 하고 올립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해왔듯이 여러분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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