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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뒤.. | 22/11/30 22:05 | 추천 55 | 조회 1727

어제는 제 생일,오늘은 아버지께서 임종을 맞이하셨습니다. +132 [16]

보배드림 원문링크 https://m.bobaedream.co.kr/board/bbs_view/best/588017

보배형님들,동생님들

오늘 아버지가 소천하셨습니다.

어제는 생일이어서

지인들한테 축하메세지랑 안부를 많이 받아서

젊지 않은 나이인데도 감사함을 늘 간직하면서 

열심히 인생을 살아야겠구나 다짐하던 날이었는데...

 

80년생인 저는  일반적인 가정환경의 유년시절이 아닌

어렸을 적 아버지가 술만드시면

고무호스로 때리고 허리벨트를 풀어서 때리고

이유없이  뺨을 때리고  발로 차이고

서슴없는 구타를 저나 어머니가 맞으면서 자랐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시대에는 흔하지 않은

두 집살림을 했던것 같네요..

어머니랑 이혼하려고 그리 모질게 모자를 폭행했던것 같습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즈음

아버지는집을 나가서

근 20년이 넘도록  집에 오지도 않고 안부도 알길이 없어

연락이 끊어진 상태였어요

 

그런데


 

어제  갑자기 어머니한테 새벽에 전화가 오더라고요.

아저씨(아버지)가 많이 위독하니 빨리 병원으로 오라고

제가 사는 곳에서 450km떨어진 곳이더라고요.

 

어머니께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20년동안 서울근처를 배회하면서 지하철역이나 응급실 보호자대기실

길거리에서 노숙하고 떠돌아다니면서 연명하다

무연고처리 될것을 간신히 어찌저찌 연락이 닿았답니다.

 

도착한곳은 허름한 요양병원에서 산소마스크를 달고

눈은 허공에 응시한 채로 숨만 간신히 내뱉고 있는

사람앞에 어머니가 서있더라고요


그 어렸을 적 괴물보다 무섭고 포악하기로는 덩치가 황소만하게만

여겨졌던 사람이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로 머리는 다 벗겨져서

 숨만 헐떡거리고 있는 모습에...

그 유년시절의 아픈기억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고

짠하고 불쌍하고 애처롭고

비참한 모습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아버지 손을  만져보니 너무 차갑고 얼굴은 하얗게 떠있었습니다. 무릎을 굽혀

아버지 귀에 대고 그랬습니다.

엄마랑 나는 그 때는 아버지 원망하면서

한 평생을  살고 다짐하고 잊혀진 사람으로서

지금껏 왔었는데

이제는 원망하지 않고

용서했다고!! 아들 왔으니까 손 한번 흔들어주시면 안되겠냐고요.. 가슴이 미어지고 먹먹했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서로알아보지도 못하는 20년간의 짧은재회를 하고

어머니와 저는 혹시 어찌될지 모르니


밖에 의자에서 쪽잠을 자고있었는데

몇 시간 후에 간호사분이

저희를 깨우며 운명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병원에서 소개해 준 장례식장에서

 

어렸을 적  트라우마로 남았던  술은

일평생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는데

지금 제 평생 처음으로

술 한잔하고 빈소만 응시한 채

눈물만 나고 있습니다.

무슨 눈물인지는 모르겠어요.

천륜의 피가 끓어서 그러는건지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 하는 다짐인건지

한 인간을 용서해주는데서 오는 마음의 정화인지

 

아니면 불쌍하고 애처롭게 살다간 영혼에게 드리는

마지막 선물인지를요

 

술 취해서 주저리주저리  쓴 넋두리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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