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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등.. | 17/10/18 07:46 | 추천 42

(논리수학저장소) 모래더미의 역설 (Sand-pile paradox) +604 [20]

원문링크 https://www.ilbe.com/10084138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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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 Valley national park, Eastern California의 풍경]


사막의 풍경은 아주 적막하지만, 사막만이 가지는 모래들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무수히 많은 모래들이 이루는 고요함과 더불어 사막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진귀한 풍경들도 많다. 특히, 미국 동,남부~중부에 걸쳐있는 광활한 Desert valley의 모래들은 상당히 부드럽고 입자가 무척작다.



그럼 여기서 모래더미를 잠깐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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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늘 모래를 가지고 놀았듯이, 우리는 위의 "모래더미"에서 모래알 하나씩을 뺴내고 그릇에 옮기는 놀이를 해보기로 하자.


우리는 모래알 한알을 빼내어 그릇에 옮겨놓았다.



이 모래알 한알이 빠진 "모래더미"는 여전히 "모래더미"이다.


이번엔 두번째, 세번째 시도를 해보자.



...



몇알이 빠졌던 상관없이 "모래더미"는 여전히 건재하다. 왜냐하면 몇알이 빠졌던 상관없이 "모래더미"는 여전히 모래더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셀수없이 많은 시도를 해보자면 모래더미는 결국 모래알 한알만 남게될 것이다.


그러나 앞선 논리에 따르자면 이 모래알 한알만 남은 모래더미 "조차도" 훌륭한 [모래더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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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하다. 분명 우리는 한번, 두번, 세번 ... 시도를 해도 눈앞에 모래더미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계속 시도를 하게되면 남아있는 그 "모래더미"는 결국 "모래더미"가 아니게 된다.



우리는 상황이 조금더 복잡하고 심각해진다는것을 예감할 수 있다.


조금더 수학적, 논리적으로 접근을 해보자.


1. 모래더미는 모래들의 집합이다


2. 모래더미에서 n개 정도의 모래알을 덜어낸다고 해서 기존의 모래더미와의 차이가 크지 않으므로, n+1개의 모래알을 덜어내도 여전히 모래더미이다.


3. 1) 2)의 논리와 수학적 귀납법 (Mathematical Induction)을 이용하면 모래를 모두 덜어내어도 여전히 모래더미이다.



220px-Tannin_heap.jpeg



아니다. 우리는 2번까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지만, 3번의 논리에는 고개를 완강히 저으며 "당연히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1,2,3번의 논리에는 어떠한 논리적 오류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수학적 귀납법이 뭘까? 다음과 같은 연역법(Deductive reasoning)의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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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떠한 Proposition (명제) P(n)에 관해서 P(1) 혹은 P(0)과 같은 "자명한" 경우에 명제가 성립함을 밝힌다


2. P(n)이 P(k)일때 성립한다고 가정한뒤, P(n) = P(k+1)임을 증명한다.


3. k=1일때 P(n)이 성립한다면, P(k+1)일때도 성립해야하므로, P(2)일때도 성립, 이를 반복, k에 대하여 P(n)이 무한히 성립한다.



조금더 쉽게 풀어쓰자면


1. 첫번째 도미노가 쓰러지는지 확인한다


2. n번째 도미노가 쓰러지면 n+1 번째 도미노도 쓰러진다는 것을 확인한다


3. 결국 모든 도미노는 무사히 쓰러진다




결국 수학적 귀납법에 의해서 명제 P(n) = "n개의 모래알을 뺀 모래더미는 여전히 모래더미다" 의 도미노는 모두 무사히 쓰러져야"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그럼 명제자체가 아니라, 명제의 구성요소인 "모래더미"에 대해서 좀더 깊게 파고들어보자.



10억개의 모래입자로 구성된 모래더미가 있다고 가정했을떄, 우리는 3억개 미만의 모래입자를 가진 모래더미는 모래더미가 아니다! 라고 정의하자.


위의 좀 더 명확한 정의에 의해서 300,000,000의 모래입자를 가진 모래더미는 모래더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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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ejct 1]



이젠 299,999,999의 모래입자를 가진 "모래더미"가 아닌 "모래더미"를 살펴보자.


220px-Tannin_heap.jpeg

[Object 2]



Object 1과 Object 2는 전혀차이가 없다, 다만, Object 1은 모래더미이고 Object 2는 모래더미가 아닌 모래더미이다.


심각한 모순이 발생한다.



여기서 우리는 조금 더 조건을 확대해보기로 하자. 3억개나 한알 없는거나 별차이가 없으니, 3천개 미만부터는 모래더미가 아니라 가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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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9개의 모래알을 가진 모래"들"이다. 확실히 모래더미는 아니다. 이제는 완벽히 정의가 되었구나!


그런데 여기서 잠깐, 3,000개의 모래알을 가진 모래"들"은 모래더미인가?


당연하지, 애초에 우리가 정의를 그렇게 했잖아?



그런데 2,999개의 모래알을 가진 모래"들"과 3,000개의 모래알을 가진 "모래더미"는 전혀 차이가 없다.


또다시 모순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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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식에는 전혀 잘못된 점이 없다. 과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우리는 모래"한 알"이라는 아주 정밀하고 미세한 오차가 '더미'라는 모호한 단위에 가려지면서 생기는 역설의 함정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점은, 우리는 이 모호한 단위 '더미'를 정의하면 정의하려 들수록 또다른 모순을 낳게된다.


구체적으로 모래더미라 부를 수 있는 모래알의 갯수는 몇개인가? 그리고 그 모래알의 갯수보다 '단 한 알' 적은 모래더미를 모래더미가 아니라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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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난같은 수수께끼를 해결하기위해, 이에대한 제대로된 논리와 오류를 논파하려고 무려 수천년간 수학자, 철학자, 논리학자들이 연구와 토론을 해왔으나


아직까지 이렇다할 대답은 나오지 않고있는 논리수학, 논리철학의 난제이다.


Sand-pile paradox (모래더미의 역설) 혹은 논리체계를 확장시켜 Sorites paradox (연쇄논법 역설) 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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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 Dennett (1942~) 하버드 대학교와 옥스포드 대학교 철학, 논리학과 출신의 논리학자]



이에 대해서 수학자들과 논리학자들은 의견이 분분한데, "애초에 그 더미라는건 상대적으로 존재하나, 절대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것이다" 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또다시 논리를 수학적으로 확장시키면, 위 이론에서 또다시 "더미는 존재한다" 라는 일축된 논리를 이끌어 낼 수 있으므로 자가모순(Self-referential paradox)이기 때문에, 미국의 논리학자 Daniel Dennett은 "그렇게 생각하는건 위험한 짓이다" 라고 일축한다.




예를 들면, "어제 해가 떴고, 오늘도 해가 떴으므로, 내일도 해가 뜰것이다" 라는 논리는 타당한 논리이면서 동시에 타당하지 않은 논리이다.


왜냐하면 그 논리체계 내에서는 어떠한 오류도 가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논리체계 밖으로 벗어나서 "해" 라는 객체 자체만을 바라보자면


"해"는 78억년후 적색거성에서 원시성거성으로 변하며 폭발,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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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일도 해가 뜰것" 이라는 명제는 78억년 전까지는 확고한 논리이다. 즉, P(n)에 대하여 n에 관한 Domain(정의역)을 정확히 정의해야만 비로소


논리가 확고해 지는 것이다. 그러나 논리체계 안에서의 시스템 만으로는 이 논리를 확고히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어제도 해가 떴고, 오늘도


해가 떴으니 내일은 해가 뜰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귀납적"으로 추론가능할뿐, 결코 해라는 존재의 수명 및 기타 정보에 대해서는 논리체계상으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즉, 해라는 것은 논리체계 안에서가 아니라 논리체계 밖에서 연역적으로 분석되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는 "어제 해가 떴고, 오늘도 해가 떴으므로, 현세가 21세기 이므로, 대략 78억년 전까지 해는 내일 계속 뜰것이다" 라는 빈틈없는 논리를 성립시킬수 있다.





모래더미의 역설로 잠깐 넘어가서, 우리는 그렇다면 "모래더미"라는 존재의 단위를 구체적으로 해를 분석하듯이 연역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과연 모래더미를 모래더미로 '파악'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모래더미를 이루는 요소(componenet)는 무엇인가?


그러나 해의 수명과는 다르게 모래더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한마디로 "애매"하다.



Color_gradient_illustrating_a_sorites_paradox_with_labels.png

위의 그림을 살펴보자. Graphical color 상에서 초록색의 색상이 빨간색의 색상과 Gradient를 이루는 모습이다.


우리는 부분 부분을 큼직하게 자르면 그 부분들의 색깔을 비교적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고, 이를 구분할 수 있다. (Distinguishable)


그러나 이 부분 부분을 아주 미세하고 많은 조각으로 "무수히 많이" 구분하면, 우리는 바로 옆칸의 색깔과 그 옆칸의 색깔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다. (Indistinguishable)



바로 이 때문에, 모래더미에서의 모래알과 같은 위에서 보듯 미세한 조각과 모래알 하나가 빠진 모래더미의 차이를 전혀 구분할 수 없는것이다.


즉, 우리는 이 모래더미 문제를 Indistinguishable case로 놔두어야하는 운명일지도 모른다. 초록색을 초록색으로 구분짓는 '개념' 모래더미를 모래더미로 구분짓는 모래알의 갯수에 대한 '개념'이 너무나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deltaeps.gif

[Epsilon-Delta definition of limit]



수학적으로 '극한'에 대해서도 (ε, δ definition of limit) 엡실론-델타 극한 정의를 통한 확한 정의가 이루어져야만 비로소 극한을 이해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수학자들과 비수학자들간에 상당히 많은 의견차이가 보여지는 그 유명한 0.99999... = 1 이라는 명제도 "한없이 가까워진다" 라는 정의가 너무나 애매하기 때문에 발생되는 것이다.


PRhVb.png


또한, 밀레니엄 문제의 하나인 P-NP 문제도 이러한 "일정규모라 정의된 일정규모에서 하나의 구성요소가 빠져도 그 해답을 그대로 유지해야한다"라는 수학적 귀납법의 논리가 불완전하기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쉽게 검산가능한 문제는 쉽게 풀리는가? 라는 단순한 문제에서, 쉽게 검산가능한 문제들의 집합 중 P = {x l x = 쉽게풀리는 문제들의 집합} NP = {x l x = 적어도

검산은 쉽게풀리지만 문제는 불확실한 문제들의 집합} 인데,


여기서 P집합이 NP의 subset인가 아닌가에 대한 문제인데, 이는 귀납적으로 모래더미의 역설에서 보여진 수학적 귀납법이 가지는 오류를 정확히 정의하고 파악할 수 없기때문에 생기는 난제이다.


모래더미를 모래더미로 파악하게 만드는 정확한 요소에 대한 "정의"는 아직까지도 미궁에 빠져있다. (그것이 모래알의 갯수가 되었건 부피이건 무엇이되었건)



이에 대해 시대를 풍미했던 오스트리아의 천재 철학자, 논리학자 Ludwig Wittgenstein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이런 유명한 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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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dwig Wittgenstein 1889 Vienna, Austria - 1951 Cambridge, United Kingdom]


- "개념이란 애매한 개념이다" (정의란 애매한 정의이다) -



우리는 일상에서 이와같은 애매한 개념과 함께 맞닥뜨리는 논리적 모순을 "최대한"으로 피하기 위하여 정확하고 엄밀한 정의를 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 엄밀하게 정의된 무언가에서 하나의 오류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그 엄밀한 정의와 논리 밖에서 그 오류점을 찾아내야한다.


이는 상당히 심오하고 수학적, 철학적인 접근으로, 수학의 위상수학, 군론과 집합론에서 다루는 개념들에 대한 상당한 연구와 지식, 그리고 철학적 배경이 동원된다.


그리고 그 오류를 마침내 발견했다면, 우리는 그 오류를 간파하고 역설이 존재할 수 없는 또다른 논리체계, 공리체계를 만들기도 하는데,


그렇게 수학과 논리학, 철학은 모두 Reductionism 에 의해서 발전한다. (i.e Russell's Axioms or Axiom of Reducibility)



결국 우리는, 모래더미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조건을 가질때 모래더미가 되며, 그 구체적인 조건의 개념과 정의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살아가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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