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척 동생들 다 시집 장가가고 올해는 내 동생 상견례도 했다. 동생은 아직도 자기가 결혼하는게 실감이 안난댄다.
그걸 보면서 우리 부모님은 나를 흘겨보신다. '넌 언제 할래?' 무언의 압박이겠지.
사실 시도 안 해본건 아니다. 이번에 만나는 사람이 내 마지막 사람이려니. 우리 부모님처럼 사랑하고 결혼해서 자식 낳고 오손도손 살겠거니 막연히 생각했다.
그러나 늘 나의 사랑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무시당하고 최후엔 지갑 꼴을 당하기 일쑤였다.
마지막엔 여자쪽 어머님께 '너 너무 짠돌이지 않니? 정말 사랑한다면 내 딸한테 백이나 반지 정도는 사줘야 하는거 아냐?' 그런 소리를 듣기도 했다.
처음에 여자친구가 없을땐 분노가 치밀었었다. 내가 왜? 뭐가 못나서? 나보다 못한 놈들도 다 여자 끼고 다니는데 내가 뭐 이리 못나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해? 분노가 일었다.
하지만 나중엔 그냥 인정하게 되더라. 자기 짝을 찾는 사람이 있다면 못찾는 사람도 있는 법이라고. 모든 사람이 다 행복하게 잘 살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 중에 불행한 쪽이 그냥 나이게 된 것이다.
나이가 어느 정도 차니 이제 친구 만나기도 변변치 않다. 죄다 결혼하고 각자 카톡 프사엔 이쁜 애기사진이 올라와 있다. 가족끼리 붉은 노을이 지는 멋진 해변가에서 노는 사진도 보인다.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도 죄다 각자 가족끼리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 뿐이다. 난 거기에 어디도 낄 수 없다. 난 혼자이니까.
가끔 그럴때가 있다. 뼛속 깊이 외로움이 스며들 때. 예를 들면 여의도에 불꽃 축제가 예정되어 있는 날, 아니면 봄이 만개하여 봄꽃이 절정을 이루는 날. 가족끼리 연인끼리만 허락받을 수 있는 그런 날, 그런 장소가 생길 때.
그럴 때 나는 혼자 그 장소를 거닌다. 내가 왜? 뭐가 못나서? 나는 왜 즐길 수 없지? 나도 즐길테야. 보란듯이 백팩 하나 짊어지고 그 사이를 거닌다. 돈도 변변히 모으지 못해 멋진 DSLR도 장만 못하여 연신 내 폰 카메라 셔터만 눌러대다가 집으로 오면 반겨주는건 하얀 벽지 뿐.
사진을 넘겨보면 나는 없다. 날 찍어줄 사람은 애초에 없으니까.
맞다. 그냥 없다. 난 원래 태어나길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못할 존재로 태어난거다. 그렇게 사랑해줄 사람이 그냥 이 세상에 없을 뿐인 것이다. 그나마 날 사랑해주시는 부모님. 부모님마저 돌아가시면 난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아니, 그렇지 않다. 그냥 혼자 벽보면서 이렇게 지내는 나도 있을진대, 어떻게든지 다 적응하고 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난 마지막으로 꿈이 생겼다. 내가 만약 죽게 되서 환생을 한다면 작은 조약돌로 태어나는 꿈.
그렇게 옆에 친구 조약돌들과 천년 만년 헤어지지 않고 같이 몸을 부비다가 그렇게 모래가 되고 고운 입자로 되서 영원히 한평생 헤어짐 없이 사는게 내 꿈이다.
날이 차다. 오늘도 난 차디찬 원룸방에 와서 그저 이 의미없는 하루가 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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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7)
걱정마라. 딱히 올해만 의미 없는 건 아닐거다.
새벽감성 ㅇㅂ
행복은 자기안에서 찾아야된다... 억지로 짝 찾으려고 하다가 맞지도 않는 사람하고 결혼하는 순간 그게 더 불행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