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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털사랑.. | 20/02/28 23:13 | 추천 60 | 조회 8132

(펌)지나치게 문명화된 사회 +662 [21]

뽐뿌 원문링크 m.ppomppu.co.kr/new/bbs_view.php?id=freeboard&no=6862069

16세기. 

스페인의 피사로군이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해, 그 화려했던  중미의 잉카 문명을 다 쓸어버리고 700만의 원주민이 멸종되다시피 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러나 한 대륙을 지배하던 인종 자체의 멸종. 

그런 끔찍한 재앙의 원인은 스페인 군이 아니라 스페인이 퍼트린 천연두라는 이름의 바이러스였다. 


우리는 중세 유럽의 페스트 대유행에 대해선 많은 기록들을 갖고 있고 상세하게 그 당시 상황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중미 인디언이 멸종하다시피 한 과정에 대해서는 무슨 기록조차 제대로 없다. 


수준 높은 문명이 있어야만 재앙을 재앙으로 기록이라도 하고 보존할 수가 있고 보완하고 시스템을 만들 수가 있다. 


문명이 남아 있지 않으면 대체 어떤 재앙을 당했는지, 특히 그 속의 민초들의 경우는 무슨 일을 겪었는지조차 당췌 알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들은 아마도 누구도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채, 영문도 모르고 온몸에 발진과 열이 퍼지면서 떼로 죽어갔을 것이다. 


불평과 항의도, 문명이 뒷받침해줘야만 가능하다. 


21세기인 지금. 


태국인 3명이 베트남 여행을 다녀와서 코로나 19가 확진되었다. 

동남아시아의 확진자 수는 태국 38명, 말레이지아 22명, 베트남 16명, 필리핀 3명, 캄보디아 1명, 미얀마 라오스는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신고와 확진 과정이 엄청나게 빠르게 이루어진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방역과 격리, 역학 조사 등 대처도 번갯불 속도나 다름 없다. 

그러나 태국에선 의심자가 검사를 받을 경우 약 1만 바트 (40만원)의 검진비가 발생하는데 

태국 대졸 초임 월 급여가 60만원 즉 1만5천 바트인 것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큰비용이라고 한다. 

게다가 외국인, 수많은 미얀마, 라우스, 캄보디아 출신 불법 노동자 등은 아예 검사 영역 밖에 있다. 


싱가폴과 홍콩이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 확진자 수가 두드러지게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가 경제적, 시스템적으로 국가 주도의 검,방역 절차를 가동할 여유가 되기 때문이다. 

다른 동남아 국가들은 그런 걸 할 여유가 없다. 게다가 여론은 통제된다. 


심지어 라오스, 캄보디아는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도 알지도 못한다. 


미국조차 검사를 받으려면 한화로 100만원이 넘는 개인 비용을 써야만 한다. 

게다가 나라가 너무 넓어서 이동하는 것조차 힘들다. 

집계도 한국처럼 빨리 나오질 않는다. 

이러니 누가 검사를 받으러 가겠는가? 

그냥 혼자 아프고 말지. 

그런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 

그런 한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입에서 심심챦게 터져 나오는 말은....

 

"나라가 지켜주지 못해 아쉽다"는 말이다. 


누가 병에 걸렸는지 정부가 손 댈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그 많은 섬들에 확진 검사 장비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을 턱이 없는 필리핀. 

크루즈선에서 내린 사람들 그냥 지하철등 대중교통 태워 집에 보낸 일본

검사 받으려면 월급의 대부분을 내야 되는 태국

검사 받으려면 100만원이 넘게 개인 돈 써야만 하는 미국. (그마저도 빨리 되지도 않고....)


그런데  

전화 한 통이면 방역이 되고 당장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나라. 

한국.  

그 한국인들은 지금 외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폭동 직전'이라는 표현까지 쓴다. 

"나라가 왜 국민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느냐? 

이게 나라냐?" 라며..


나는 요즘 신문, 

소식을 접하면서 생각하게 된다. 

이런 분들이 한국 정도의 의료 문명과 시스템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인지. 


더더욱 . 

우리 언론은 이 정도의 민주주의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언론의 자유를 누릴 자격이 과연 있는 것인지. 

절망스럽다. 

책임도 팩트 체크도 간 곳이 없고, 

아무 말이나 마구 싸질러도 되는 사회. 

그게 이른바 언론의 자유란 말인가.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 

일하고 있는 서울. 

그 어디서도 사람들이 피를 토하며 길바닥에 쓰러져서 죽어가고 있지 않다. 

출근길 퇴근길에 사람 시체를 발로 밟으면서 지나가고 있지 않다. 

이건 독감이랑 비슷한 바이러스일 뿐이다. 

설령 확진자의 숫자가 천 명이 넘고 2천명이 넘는다 해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의 문명은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고마와하지 않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권리와 관련 당국의 수고에 대해, "이따위 정부 탄핵해 달라"

라고 청원을 넣는다.  


이런 태도는, 

과연 중세의 인디언들보단 나은 것인가? 


(이주혁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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