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가루☆
때는 20XX년
내가 20대 초반이던 시절 이야기이다.
나는 포켓몬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차가운 시골 여자였던 엄마는
컴퓨터도 있는데 게임기를 사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절대로 게임기를 사주시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그때의 나는
2012년 마인크래프트가 발매되기까지
궁극의 샌드박스 게임을 찾아
인형의집 꾸미기와 스티커 옷입히기,
스타 맵에디터와 듣보 인디겜을 전전하며 17년을 존버했기에
RPG따위에는 영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오죽히면 그때 한창 유행하던
에뮬판 포켓몬 골드도 파오리 등판하고 접었다.
그러던 어느날, 성인이 되어 마트 알바를 하던 우리의 유게이는
우연히 4000원이라는 헐값에 포켓몬 게임팩 신품을 입수했고
친구의 DS를 빌려 포켓몬을 하던 나는
열심히 키우던 포켓몬이 저리가루를 배웠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학창시절 학교 친구들이
닌텐도로 포켓몬 게임 대전을 하는 것만 보며
손가락만 빨던 나는
(그 친구놈은 항상 '네 취향일 것 같다'며
포켓몬도 마리오도 아닌 메트로이드 프라임을 시켜주곤 했다.)
어디서 본건 있어갖고
상성이 불리할 때 상대를
다른 포켓몬으로 바꾸는 기술이 있다는 것쯤은 알았다.
그렇게 자신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뺨치는 기억력과
아인슈타인을 능가하는 능지에 도취된 나는
나는 새로 배운 저리가루를
"저리 가!"라고 하며 상대 얼굴에 뿌려댔고
매번 전투마다 통하지 않아 흠씬두들겨맞고는
실의에 빠져 게임을 접게 됐고
포덕이던 친구에게 팩을 10000원정도로 싸게 넘겨버린다.
그렇게 게임을 접고 몇년 뒤...
그 23세 청년은 나이를 먹어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고
월급을 모아 스위치와 스칼렛을 사게되었으며
그때서야 나는
그 저리가루가 저리 가 루가 아니라
저릿저릿 가루라는 것을 깨달았다.
댓글(5)
4천원에 산 팩을 친구한테 10000원에 팔았어??
그것도 중고롴ㅋㅋㅋㅋ
나는 회사 배송 제품중에 고양덕양이 엄청 많이 있길래, 고양덕 양이 누구입니까 했었음...
시---발 고양시 덕양구인걸 내가 어찌 알았겠는가
설마 저리다 + 가루는 아니겠지? 맞나?
저리다 가루 맞더라
저리 가! 루가 아니라..
진짜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