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짝퉁이나 만드는 거 같아 보이는 회사가 살아남은 이유 +91 [4]

독일의 자동차 회사 루프 오토모빌(RUF Automobile)

1939년에 설립된 나름 유서 깊은 자동차 회사로, 주로 스포츠카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자그마한 회사다

참고로 회사 이름은 뭔 약자가 아니라 그냥 루프임. 창립자 성씨가 루프(Alois Ruf)라서 저렇게 지어진 거

이 회사가 내놓는 차들의 특징이 있다면 이상하게 차들이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 느낌이 든다는 건데

이미 눈치 챘겠지만 이 차들의 모티브는 포르쉐다. 정확히는 포르쉐한테 차체만 받아오고 엔진이나 변속기 같은 나머지는 죄다 자기들이 알아서 구해오거나 아님 만들어서 쑤셔박는 방식

그럼 완성차 업체가 아니라 튜닝 회사 아니냐? 할 수 있는데 엄연히 독일 법률상 완성차 업체로 등록되어 있는 회사다. 이런 식으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방식을 컴플리트 카라고 부르는데

독일에서는 RUF를 제외하고도 알피나나 브라부스 같은 기존 자동차 회사로부터 차체만 받아오고 나머지는 자기들 멋대로 만드는 회사들이 좀 있는 편이다

사실 이 회사가 이런 건 1977년부터 시작되는데

원래는 자동차 부품만 생산하는 회사였다가 1977년 포르쉐의 911 터보를 자기네들 식으로 마개조한 RUF 터보 3.3(위)를 처음 내보였는데 이게 반응이 좋았고

이윽고 1983년 이에 엔진부터 죄다 자기네들이 만들어서 박은 RUF BTR(가운데)이 양산차 역사상 최초로 최고 속도 300km를 돌파하는 대형사고를 쳐버린다.

이에 소식을 들은 원조맛집 포르쉐는 원래 랠리 그룹 B 출전 목적으로 개발했던 자사의 슈퍼카 포르쉐 959를 출격시켜 양산차 최고 속도 타이틀을 뺏어오는 데 성공하지만 포르쉐는 RUF를 조지는 게 아니라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한 건지 그대로 냅뒀고

이윽고 1987년 RUF가 내놓은 CTR(아래)가 뉘르부르크링 랩타임 8분 10초라는 랩타임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자 포르쉐는 차체만 줄 테니 니들 마음대로 차 한 번 만들어보라며 지금의 관계가 시작되었다

이렇다보니 잘 모르는 사람들은 포르쉐가 소송 거는 거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는데

오히려 이 둘의 관계는 괜찮은 걸 넘어서 포르쉐가 협력업체 취급할 정도로 좋은 편이다. 당장 자기네들이 수천억원 들여서 디자인하고 찍어낸 차체를 그냥 넘겨준다는 점에서 관계가 나쁠 리가 없기도 하고

더군다나 RUF의 주력 상품은 포르쉐가 이미 일찍이 단종시킨 차량(클래식 911이라던가 카레라 GT라던가)를 자기네들 방식대로 리파인해서 만들거나 아니면 기존의 포르쉐 모델들을 포르쉐는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미친 듯이 성능 뻥튀기 시킨 모델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서

포르쉐 입장에서는 RUF가 자기네들하고 비슷하게 만들수록 오히려 간접광고가 되는 식이라(모르는 사람들은 RUF를 봐도 저거 포르쉐구나 할테니) 오히려 냅두는 것

위에서 언급된 알피나의 경우 똑같이 협력업체 취급이던 BMW가 아예 알피나를 인수해서 M과 차별화되는 고급 스포츠 브랜드로 출범시켰는데

이 소식을 들은 포르쉐 팬들도 RUF를 인수해서 하드코어 레이싱에 특화된 브랜드로 만들자는 얘기가 나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