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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하워.. | 00:29 | 추천 56 | 조회 39

나는 나를 싼 것 같아 +39 [35]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67787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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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중 운동을 하는 도중에 급설사 신호가 노빠꾸로 와서


화장실을 찾아보려는데 주위에 아무 건물도 없었어


그래서 설사를 참는 동안 1km에 가까운 내 집을 걸어가는 것 말곤


도저히 방법이 없었어



걷는 동안 설사가 내 직장을 거침없이 두드리며


세상 밖을 들이치는 고통을 견뎌내야 했어


마치 좁은 협곡에서 페르시아군을 막는 


300의 스파르타 군대와 같은 모습이었지만


현실은 영화처럼 녹록치 않았어



똥국물이 항문 밖으로 새어나와


 둔부 사이의 뜨끈한 온기가 느껴지자


마치 내 모공 하나하나가 그 온기에 반비례하듯


쭈뼛쭈뼛 곤두서며 나에게 경고를 보냈지



그 1km 고작 천 미터


이 거대한 땅덩이의 손톱만도 못한 그 짧은 거리가


나에겐 말 그대로 죽음과 같은 고통의 간격이었어



내 집이 시야에 보이던 그때..


난 그 자리에서 멈추고 말았어


더이상 내 다리가 걸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야



다리를 움직이면서 둔부 사이가 비벼지는 그 진동 만으로


내 항문 밖의 설사가 터져 나올 거란 걸 느꼈어



숨을 한번 들이쉴때마다 움직이는 흉부의 나약한 벌어짐만으로도


내 장내가 버티질 못하면서 설사가 쏟아져 나올거란 걸 느꼈어



난 그때 진심으로 죽음을 직면했어


그리고 내 이성도 내 심정을 이해했어


그리고 이성은 나에게 다독였어



넌 노력할 만큼 노력했다고



지금 설사를 쏟아도 다 이해한다고



세상 밖에도 나같은 사람은 많을 것이라고



그들을 위안 삼으며 앞길을 걸으면 된다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


그저 조인 항문을 푸는 일 밖에는..



하지만 쉽사리 항문을 풀 수 없었어



차마 그럴 수 없었어



난 배를 움켜쥐고 까치발을 살살 걸으며


주위에 있는 나뭇기둥에 다가갔어


그리곤 쉰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나무를 거침없이 두드렸어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저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걸까


그동안에 느낀 고통이 너무나도 억울했던 것일까


아니면 내게 닥쳐올 비참함이라는 미래를 본 것일까



난 진심으로 그때 주마등을 보았어


내 일생동안 거쳐간 수많은 위기들이 필름처럼 지나가기 시작했지



한 컷에는 초등학교때 교실에서 오줌을 지리고 있었고


한 컷에는 중딩때 변비에 걸려서 뱃속이 똥으로 차 울퉁불퉁해져 있었고 


한 컷에는 고통에 울부짖다가 2m짜리 비단뱀을 싸재꼈으며


한 컷에는 mt때의 내 동기가 술에 취해서 바닥에 똥을 싸고 있었어



난 이제야 알았어


그 동기는 학기를 끝내기도 전에 군대로 도망쳤다는 사실을



그러자 내 항문 안쪽에 있던 케겔근육이 꿀렁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어



무슨 의미일까?


끝내 설사를 막지 못했다는 신호일까?


바지에 손을 대보자 설사는 커녕 


아까 삐져나온 액체가 식고 차가운 온기만 남아 있었어



케겔은 나에게 패배 신호를 보낸 게 아니었어


설사를 겨우 막아낸 뒤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는


희망의 신호였지



난 눈물과 콧물을 소매로 닦아내고 다시 길을 나섰어


발 한걸음 한걸음 움직일때마다 장내가 꾸르륵 하면서 비명을 질렀어


난 배를 움켜쥐고 정신없이 엘레베이터 버튼을 눌렀지


숨을 최대한 짧게 내쉬며 올라가는 층수에 집중했어


그리고 마침내 도어락을 열었지



얼굴이 창백하다고 무슨 일 있냐는 엄마를 밀쳐낸 뒤


난 마침내 화장실에 도착했어








믿겨져?



1초. 아니, 0.1초도 걸리지 않았어.



팬티를 내리고 둔부살에 변기 커버가 닿기도 전인


그 0.05초 사이에



내 모든 고통과 고뇌


1km의 눈물과 분노


두려움도 느낄 새 없이 체념한 죽음


내 안에 쌓인 그 추억들과 아픈 기억들


케겔이 보낸 신호와 이를 딛고 일어선 희망


엘레베이터에서 바라본 천장과 짧은 숨결



그 모든걸 0.05초만에 싸냈어


정말로 보잘것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어


태양계 밖에서 바라본 지구의 희미한 빛처럼



난 설사를 싼 게 아닌 나 자체를 싼 느낌이었어


내가 느낀 모든 감정과 지식 그리고 경험


Dna에 각인된 선조들의 역사와 기억들


내가 가진 슬픔 기쁨 분노 우울 모든 감정들


그 모든 걸 쏟아낸 느낌이야



비데로 헐은 내 항문을 적시고


지친 채로 침대에 드러누운 나는 질문했어



그러면 나는 누구냐고



그건 나도 모르겠어



어쩌면 내가 똥을 싼 게 아닌


똥이 나를 싼게 하닐까 싶어



하지만 적어도 내 자신이 새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모든걸 싸내고 나서 남은 텅 빈 공허와 순수


모든 걸 비운 채 그저 채울 일만 남은 껍질 말이야


나는 나를 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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