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수고 많으십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Aaron 이라고 합니다.
2020년 초에 유행하기 시작한 요놈의 바이러스는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죠.
그러다 보니 코로나19 전파 초기 감염병 예방 및 감염 전파의 차단을 위해 전자출입명부(QR)와 수기출입명부가 도입되어 사용되고 있는데요.
여러분도 식당이나 카페 같은 다중이용 시설에서 사용해보신 적 있으시죠?
이번 게시글에서는 수기출입명부와 관련된 저의 썰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초기 수기출입명부는 이름과 휴대전화번호, 주소를 적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생활 침해가 심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 이름을 제외하고 휴대전화 번호와 주소지 시·군·구까지만 기재하도록 방역수칙이 변경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휴대전화 번호 유출에 따른 개인정보 오·남용 사례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수기명부에 휴대전화 번호를 적었다가 모르는 사람한테 연락을 받거나 홍보성 문자메시지(스팸)가 급증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전국 다중이용시설 3만2여천 개 중
전자출입 명부와 수기명부를 함께 사용하는 곳이 56.3%
수기명부만 사용하는 곳이 42.5%
아예 사용하지 않는 곳은 1.2%
무려 40%가 넘는 업소에서 전화번호를 적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정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수기출입명부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해왔으나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죠.
그러던 지난해 12월, 제가 소속된 '코드포코리아'에 이러한 연락이 오게 됩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한 수기입장 방식 개선 방법이 있을까요?"
저희는 회의를 통해 총 9개의 아이디어를 정리하여 제공했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그 중 'QR 코드 아래 한글과 숫자 조합의 문자 발급' 방식에 흥미를 표출했습니다.
그 후 여러 이야기가 오가며 개인 안심번호의 윤곽이 만들어졌고, 처음 아이디어를 낸 저희가 개발도 맡게 됩니다.
실제 개발 과정에서는 몇 가지 주요 논의 사항이 존재했습니다.
1. 개인 안심번호로 휴대전화번호를 유추할 수 없게끔 해야 한다.
2. 개인 안심번호는 정부 외에 그 누구도 휴대전화번호로 변환할 수 없게 해야 한다.
3. 국민들이 사용하기 쉽게, 최대한 짧게 구성해야 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대외비인지라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수많은 논의와 밤샘 끝에 개발이 완료됐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초기 요구는 '스마트폰 사용자 대상' 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011, 016, 017, 018, 019와 같은 전화번호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010 전화번호만 지원했었는데.. 저희끼리 조금 더 알아보니 010이 아닌 전화번호도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다급히 정부와 통신사에 010이 아닌 전화번호의 체계, 현황 공유를 요청했고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전화번호에 대응하는 개인 안심번호를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개인 안심번호는 공적 마스크 공공데이터 개방/개발에 이은 민-관 협력의 대표 사례로 카카오, 네이버, PASS 앱을 통해 발 빠르게 사용자에게 배포될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으신 여러분은 이런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다.
"결국 돈을 받고 한 것 아닌가?"
개인 안심번호 논의 초기 단계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용역계약을 통해 개발을 진행하자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개발을 함께하기로 한 사람들은 정부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을 가진 분이 많았습니다.(저희는 이를 시빅해킹이라 부릅니다.)
또한 이 사업은 공익 목적이며, 보다 빠른 실제 적용을 위해 별도의 수입 없이 재능기부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전하며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계약하고 진행했다면 최소 5천만 원에서 최대 억대 규모의 계약이 됐을 것이지만, 그만큼 실제 적용이 늦춰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는 디지털 취약계층이신 노인분들이 개인 안심번호를 발급받으실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취약계층분들은 스미싱, 보이스피싱에 더욱 취약하시거든요.
그나마 네이버 아이디가 있으시다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시더라도 PC에서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https://m.naver.com)에 접속해 개인 안심번호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노력과 시간을 할애하는 많은 분들과 함께하며(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공무원, 교육자, 심지어 현직 국회의원분도 계십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반응이 좋다면 여러 가지 이야기 더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아마 공적 마스크 현황 데이터 공개 요청과 관련된 이야기가 그다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의 활동 그자체인 '시빅해킹'에 관한 이야기도 해보고 싶네요.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널리 홍보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이렇게 썰을 풀어보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현재 후원도 받지 않고 있으며, 광고 수입도 없이 100% 재능 기부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사회 문제 해결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으니 관심 있으신분들은 함께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분들, 재미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해주시는 여러분, 그리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시는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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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창출도 이루어져야 더 좋은 시스템이 될텐데 밥걱정 돈걱정 없이 개발에 임할수 있게 된다면 좋겠네요 응원합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분들은 곳곳에 많이 계십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그분들이 맘 놓고 활동할 수 있는 기반 시스템이 부족한 게 현실이고요. 저를 비롯한 코드포코리아 구성원들은 지금 당장 수익이 없더라도, 소위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사회 전반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면 다른 분들도 이러한 활동에 동참하기 쉬워질 것이며,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MOVE_HUMORBEST/1648616
다스뵈이다 152회, 박태웅 의장 출연분에서 작성자님 썰과 유사한 사례를 접했습니다. https://youtu.be/7rcw-ErhPZg?t=2778 (클릭하면 관련분량 시작, 약 30분) 약국별로 마스크 수량 파악하고, 확인하는 시스템도 비슷한 경우죠. 올리신 본문을 다시 보니.. 그 주인공이신가 싶기도 하고요. ㅎ 정말 필요한 일을 잘 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네 맞습니다. 작년 이맘때 즈음이었죠. 정부에 코로나19와 관련된 공공데이터 개방을 요청드렸었습니다. 방역 정보, 확진자 정보 등등.. 그때 공적마스크 재고 현황 데이터 공개를 함께 제안했고, 받아들여져 API까지 공개되었습니다. 링크 해주신 사례(박태웅 의장님)께서 작성하신 컬럼 '눈을 떠보니 선진국이 되어있었다.'에 소개된 사례가 저희입니다. ㅎㅎ http://www.inews24.com/view/1333621
굿잡, 에이에이론
감사합니다. 제 닉네임은 정말 다양하게 불리고 있네요. 에이론, 아론, 에이에이론,에이아이론, 아아론,...
오 감사합니다. 뉴스로만 봤었는데 그 주인공을 여기서 보네요. 멋지십니다!
많이 써주세요 ㅎㅎ 저희가 회사가 아닌지라 많이 쓰여도 주가가 오른다거나.. 그런 이득은 없지만, 수기명부 한 페이지가 개인 안심번호로 꽉 차는 날이 오면 좋겠네요. ㅋㅋ
추천 드립니다. 아이디어도 코딩 실력도 부럽네요.
감사합니다. 관련 기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 혼자한건 아닙니다 ㅎㅎ
MOVE_BESTOFBEST/437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