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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은간.. | 17/07/25 02:00 | 추천 50 | 조회 2998

[단편] 키스를 하면 +379 [19]

오늘의유머 원문링크 https://m.todayhumor.co.kr/view.php?table=bestofbest&no=352801

살면서 특별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냐고 묻는다면, 임여우는 단번에 대답할 수 있었다. 30년 전, 중학교 시절의 친구에 대해서 말이다.

홍혜화. 그녀에 대한 기억은 30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었다.
거짓말 같겠지만, 그녀와 키스를 한 남자는 그 순간 세상에서 사라졌다. 마치 순간이동을 하는 것처럼, 흔적도 없이!
임여우는 그 장면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았기 때문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홍혜화는 자신이 저주를 받았다며 울었고, 임여우도 그녀를 동정했었다.

그래서 오늘, 마트에서 자신을 알아본 여인이 홍혜화라는 이름을 밝혔을 때, 임여우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홍혜화라서가 아니라, 그녀의 곁에 남편과 아이가 있어서였다.

" 너...?! 결혼했어? 어떻게?? "

임여우는 정말로 놀랐다. 키스만 하면 남자가 사라지는데 도대체 어떻게 결혼을 했을까?
홍혜화는 겸연쩍게 웃었다.

" 살다 보니 가능하네. 어쩌다 보니.. "
" 그럼, 고쳐진 거야? "

임여우로서는 당연한 추리였다. 하지만 홍혜화는 고개를 흔들었다.

" 남편이랑은 뭐...그냥 키스를 안 해. "
" 아! "

임여우는 또, 남편을 향해 놀라운 시선을 돌렸다. 세상에! 저렇게 큰 애가 있는 부부가 여태 키스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니?

" 여태 잘 지킨 거지 뭐.. "
" 어머 세상에! "

남편은 쑥스러운 듯이 머리를 긁적였고, 홍혜화는 그의 팔짱을 꼈다. 행복해 보였다.

" ... "

그 모습을 보는 임여우의 표정이 묘했다.
자신은 평생 쓰레기 같은 남자만 만나고 살았는데, 평생 남자를 만날 수 없을 거라 여겼던 그 홍혜화가 이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다니.

저주받은 것은 도대체 어느 쪽이란 말인가?

.
.
.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임여우는 홍혜화에 대해 생각했다.
생각 같아서는, 자신을 거짓말쟁이라고 비웃었던 이들에게 홍혜화를 떡하니 보여주고 싶었다. 얘가 내가 말했던 그 친구라고!
그동안 어차피 거짓말쟁이 취급받을 게 뻔해서 별로 떠벌리고 살진 않았지만, 그래도 몇몇에게는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증명하려면 사람이 한 명 사라져야 하지 않는가? 그건 살인이다.

" 어? 사람이 사라진다...? "

임여우는 문득, 남편의 얼굴을 떠올렸다.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고있는 그 새끼 말이다.
왜 그딴 쓰레기와 결혼했을까? 인생 최고의 실수였다. 그놈 때문에 자신의 한 번뿐인 인생은 실패인 채였다.
그런데 만약, 남편이 홍혜화와 키스하고 사라질 수 있다면? 살인은 아니지 않나? 그건 실종이다.
실종도 몇 년이 지나면 사망보험금을 탈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 내 인생을 리셋할 수 있는 기회.. "

임여우의 얼굴이 굳었다.
한번 생각이 들고나자, 그 생각 말고는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그 길만이 보였다.
어차피 자신의 남편은, 아내의 친구가 키스하자고 하면 좋다고 달려들 게 뻔한 쓰레기였다. 홍혜화를 설득할 수만 있다면-

" ... "

설득할 수 있다.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너무 억울하다. 저주받은 년도 그렇게 잘 사는데, 멀쩡한 내 인생은 이게 뭐란 말인가?

임여우는 아까 저장한 홍혜화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
.
.

애원하는 임여우 앞에서 홍혜화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 지금 그게 말이 되는 소리니? "
" 제발! 한 번만 도와줘.. 응? 난 진짜 이렇게 살다간 자살할지도 몰라! "
"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
" 말했잖아! 그 인간이 얼마나 쓰레기 같은 인간인지! 사라져도 돼! 나를 위해서 제발 사라져야 해! 응? "

아무리 애원해도 홍혜화가 허락하지 않자, 임여우의 표정이 돌변했다.

" 너 진짜 그러면, 너에 대해서 다 떠들고 다닐 거야! 방송국이고 인터넷이고, 완전 떠들 거라고! 그럼 네가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
" 지금 그게 무슨 말..! "
" 아 그러니까! 한 번만 부탁을 들어달라니까?! "
" ... "

홍혜화는 눈살을 찌푸렸다. 잠깐 고민하는 듯했던 그녀는,

" 하려면 할 수도 있어. "
" 정말?! "
" 근데! 난 마음에 걸리는 게, 우리 남편하고도 지금 키스를 안 하고 있는데, 다른 남자랑 키스한다는 게 좀 그래. 남편한테 미안해서.. "

임여우는 몸이 달아올라 답답해했다.

" 아니, 그깟 키스가 뭐라고! 키스 좀 한다고 닳니?! "
" 그런 소리 마! 난 평생 키스를 다섯 번도 안 해봤단 말이야! "
" 아~ 진짜! "

답답한 임여우가 다시 목소리를 높이려던 그때, 홍혜화가 정색하며 말했다.

" 그래서 말인데... 나만 키스하면 남편에게 너무 죄책감이 드니까, 너도 우리 남편이랑 키스해줘. "
" 뭐? "
" 남편도 다른 여자랑 키스를 해야 내가 안 미안할 것 같아서 그래. 그럴 수 있지? "
" 당연하지! 그러면 해주는 거지? 맞지? "
" 그래 뭐, 안 해주면 괴롭힌다는데 뭐.. 별수 있나? "
" 아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정말 고마워! "

임여우의 얼굴이 환해졌다. 드디어 내 인생도 해방이구나!

.
.
.

임여우와 홍혜화는 부부 동반으로 저녁 식사를 계획했다. 일부러 CCTV가 확실한 식당을 선택했다.

어렵게 남편을 데리고 나온 임여우는, 남편이 화장실에 갔을 때 홍혜화에게 눈짓했다.
홍혜화는 긴장된 얼굴이었지만,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화장실 쪽으로 향했다.
임여우는 성공을 예감했다. 홍혜화 정도면 예쁜 편이고, 그 새끼는 들이대는 여자를 거부할 놈이 아니었다.

예상대로, 다시 자리로 돌아온 건 홍혜화 뿐이었다.

" 어떻게 됐어...? "

임여우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홍혜화는 찝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희열에 휩싸인 임여우는, 얼른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

[ 연결이 되지 않아-. . . ]

" 아! 됐어! "

기뻐하던 임여우는 잠시 뒤, 예정된 연기를 시작했다. 남편을 찾는 듯이 행동하며 주인에게 말을 걸고, 기억에 남을만한 행동을 했다.
그녀는 다음날,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그녀와 남편의 사이가 좋지 않았었다는 정황이 나와도 상관없었다. 그 상황에서 누가 그녀를 의심할 수 있겠는가? 시체조차 나오질 않는다.

그야말로 완벽한 성공이었다.
이젠 임여우가 약속을 지킬 차례였다. 홍혜화 부부가 그녀의 집을 찾아왔다.

" 이제 너도 약속을 지켜. 내가 네 남편한테 그랬던 것처럼, 너도 우리 남편이랑 키스해. "
" 얼마든지! "

임여우는 전혀 거리낄 게 없었다. 아니 오히려, 홍혜화가 보는 앞에서 더 찐한 모습을 보여줄 작정이었다.

" 준비되셨죠? "
" 아 예에... "

긴장한 듯한 남자에게 웃으며 다가간 임여우는, 곧바로 그의 입술을 훔쳤다. 남자의 눈이 휘둥그레질만큼 격한 키스였다.

" 으읍?! "

버둥거리는 남자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은 채 키스를 이어가던 임여우는, 남자가 바닥으로 넘어진 후에야 떨어졌다.

" 됐지? 만족해? "
" ... "

임여우의 싱긋 웃는 얼굴을 바라보는 홍혜화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한데?

" 사실은, 나 남편이랑 키스해도 돼. "
" 뭐?? "

임여우의 눈이 커졌다. 홍혜화는 담담하게 고백했다.

" 우리 남편은 전문가야. 나를 처음 만났을 때 남편이 그러더라. 같은 류의 사람들끼리는 키스해도 된다고.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더라. "
" 뭐? 무슨 소리야 그게...? "

임여우의 표정이 불안해졌고, 홍혜화는 슬쩍 미소 지었다.

" 아마 믿을 수 없겠지만... 우리 남편과 키스를 한 사람은 돌로 변해. 신기하지? 아마 실제로 보기 전엔 못 믿을 거야. "
" 뭐, 뭐?! "

임여우의 눈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녀가 어떻게 믿지 않을 수 있겠는가?! 홍혜화같은 여자도 있는데 말이다!

" 그, 그게 정말이야? 너, 너 그럼 일부러 날?! "
" 그래. 어쩔 수 없잖아? 네가 날 협박하니까... 난 네가 반가웠었는데, 마음속으로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아니? "
" 이...! 이...!! "

부들부들 떠는 임여우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내가 돌로 변한다고?! 이제 겨우 쓰레기 같은 새끼에게서 해방됐는데! 이제야 행복해질 수 있는데!!

" 거짓말이지?! 거짓말이라고 해! 거짓말이라고 하라고 어서-!! "

임여우는 홍혜화에게 달려들었다!
지지않고 팔을 맞잡는 홍혜화! 둘이 휘청거리던 그 순간!

" 자,잠깐 여보! "

쓰러져있던 남편이 다급히 일어나며 소리쳤다!

" 그녀도 우리와 똑같아! "
" 뭐? "
" 그녀도 똑같다고! 그녀도 키스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
" 뭐라고?? "

홍혜화가 당황하며 남편을 돌아보고, 임여우도 놀란 얼굴로 그를 보았다. 잠시 그 말뜻을 이해하던 그녀는,

" 뭐...라고? 웃기지 마! 그동안 내가 키스를 얼마나 많이 했는데!! "

남편은 굳은 얼굴로 말해주었다.

" 저는 이 맛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과 키스를 한 사람은 모두... 본성이 악해집니다. 쓰레기 같은 인간이 되는 키스... "
" ... "

임여우는 멍하니, 반박할 말을 잃었다. 반박할 말을 떠올리는 것보다, 자신의 지나간 인생이 더 빠르게 떠올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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