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버스 성추행건으로 글 올렸던 아내 입니다. (CCTV링크) +645 [10]

안녕하세요. 이제 막 백일을 앞 둔 아기를 키우고 있는 새댁입니다. 
곰탕집 사건에 대한 뉴스를 빠짐 없이 찾아보고 댓글도 보면서 저희 남편이 겪고 있는.. 아니 저희 가족에게 닥쳐온 이 고통스러운 일들이 이입이 되서 너무나 괴롭고 복잡한 심경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은 오늘 상고심 국선 변호사님과 통화를 하고 허탈하고 손이 떨려서.. 글을 쓰면서 눈물이 나올 것 만 같습니다. 
저희 남편은 일명'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으로 기소되어 1심 유죄, 현재 2심(항소)도 기각되었고 대법원에 상고를 한 상태입니다. 마지막 판결만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지요.. 

저희 남편은 외국인입니다. 한국말을 잘 못해요.. 아주 기본적인 정도만 말 할 수 있는 정도에요.. 
신혼 초에는 수입이 일정하지 않았고, 몇 개월 지나 안정적으로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어 너무 잘됐다 싶었고 기뻤습니다. 평소에는 한 동네에 사는 부장님과 카풀을 했었지만 부장님이 일찍가셔서 카풀이 안되는 날에는 택시를 타고 다녔습니다. 
버스로 5정류장정도밖에 안되는 거리라, 택시비가 아까운 저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라고 잔소리를 하곤했지만 남편은 사람 많고 북적거리는 것이 싫다며 택시비로만 많게는 한달에 15~20만원 가까이 나왔습니다. (증거자료 제출했지만 소용없네요) 

사건은 작년 여름이었어요.. 택시가 안잡히는 날에는 버스를 타곤했는데 그 날이 금요일 퇴근시간이라 택시가 안 잡혔나봅니다. 
퇴근 후에 탄 버스는 정류장에 사람을 다 싣지도 못하고 출발 할 만큼 만원이었습니다. 저는 퇴근길에 남편과 먹을 조각케익을 사들고 집에가는 길이었고 카톡을 하는데 늘 바로 답을 주던 남편이 답이 없어 이상하다 생각은 했지만.. 잠시 후에 경찰한테 연락이 와서 남편이 성추행범으로 현장 체포되었다 파출소로 와달라고 하더군요.. 그날은 간단히 신원조회만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남편이 만원 버스에 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고 사람들 타고 내리는 흐름에 따라 버스에서 이동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버스가 차선을 옮기면서 흔들려서 남편이 부딪혔는데 옆에 있던 피해자가 욕을 하더래요. 그래서 한국말로 미안하다고 했는데.. 아마 발음이 어색해서 못 알아들었나봐요.. 그러고 나서도 피해자가 욕을 하며 소리를 지르더랍니다. 남편은 다시 영어로 I'm sorry I didn't mean it. 이라고 했대요.. 말을 못 알아들으니 이유를 모르고 그 자리에 있기가 불편하다 싶어서 버스 뒷 쪽으로 이동해서 조금 더 가 집이 있는 정류장에서 내리려고 했고요.. 

중간에 버스 뒷문이 열렸을 때도 남편은 내리지 않았어요. 잘 못 한게 없으니까요. 그러다가 그 피해자가 버스 기사님과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외국인남자"라는 단어가 나와서 남편은 자기 이야기 인줄 알았고 주변에 있던 승객 중 한명이 영어로 이야기를 해줘서 남편이 그제서야 왜 이러는지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퇴근길로 사람들 많고 버스 지연되니까 내려서 이야기하자고 내리려고 하니 피해자가 팔을 잡고 뭐라고 하면서 실갱이를 하다가 경찰이 왔던 것 같습니다. 아마 남편이 도망갈거라 오해한 듯 해요. 

피해자 측은 남편이 버스에서 일부러 본인을 옆에서서 3~5분사이에 엉덩이를 수차례 만졌고.. 본인 다리 사이에 남편이 다리를 넣어서 허벅지 부근에서 부비적거렸다고 진술했습니다. 
남편은 피해자의 오른쪽 뒤편에 서있었고, 왼 손에는 고리가 달린 클러치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고 손에는 휴지뭉치를 움켜쥐고 있었습니다..(그날 코피가 나서요)이 휴지는 씨씨티비에 보입니다. 내가 휴지를 쥐고 있는데 당신을 어떻게 만지냐고 따지는 장면에서요.. 
피해자가 주장하는 시간대에 남편은 손을 좌 우로 바꿔가면서 버스 손잡이를 잡고 있었습니다.. 다리를 넣어 비볐다고 하지만 피해자가 그 만원버스에서 다리를 거의 1미터정도 벌리고 서있어야만 남자 다리가 다리사이에 들어가 허벅지에 비비적댈 수 있는데 만원 버스에서..그런 자세로 서있는 여자분은 없을거라고 봅니다. 
또한 그럴려면 남편이 다리를 움직여야하니 몸을 낮아지거나 해야할텐데 남편 머리는 줄곧 한 높이로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피해자 진술서에는 손으로 만졌다고 했다가, 다리로 비볐다고 바뀝니다.. 이 점에서 저는 실제로 피해자가 본게 아니라 오해를 했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방이 가죽소재라서 손으로 오해할 수도 있고..고리에 걸린 가방이 흔들려서 허벅지에 닿았거나요.. 아니면 피해자 주변 다른 사람이 그랬거나.. 
남편도 부딪힌건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그건 버스가 흔들려서 잠깐 부딪힌거고 저런 더러운 행동은 결코 하지 않았다는 거죠.. 추행을 목적에 두었다면 민첩해야하는데 가방과 휴지를 쥔 복잡한 손으로 굳이 왜 만지겠습니까 

제가 그 당시 유산을 한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남편은 제가 이 일에 신경쓰는게 맘이 쓰여했었고 이후 경찰 조사는 남편 혼자 받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희 부부는 너무나 순진하게도 법이 정의로우며, 수사기관은 모든 것을 명백하게 밝혀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경찰 조사 때도 남편에게 씨씨티비에서는 범죄 여부를 알 수 없다 했다고 하고요.. 
그런데 검찰 기소가 되어 약식벌금형 선고를 받고 나서.. 저희는 당황스러웠고, 법원에 가서 사건 기록을 찾아보았습니다. 그 후 저도 좀 더 자세히 위 사건 내용들을 알 수 있었고요.. 

곰탕집 씨씨 티비는 차라리 나은 정도라고 할까요?.. 그 터치가 의도적이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불가피한 스침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는건 어느 정도는 파악할 여지가 되는 영상증거니까요.. 그치만 대중 교통의 씨씨티비는 정말 분별도 안갑니다.. 속된말로 콩나물 시루고 머리통 위주로 밖에 안 보여요.. 피해자가 '아'라면 '아'이고 '어'라면 '어'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인거죠.. 그런데 이 진술이 일관적이고 구체적이면 증거가 되고 피의자는 무죄를 입증해야하더군요. 

심지어 경찰에서는 남편이 그 피해자를 보고 성욕을 느껴서 그 여자를 따라서 버스에 올랐다는 식으로 조서를 써놓았고.. 경찰서 통역관도 따로 요청한것이 아니라 경찰서 내부 직원을 쓴 것 같았습니다. 오역한 부분이 두군데 보였거든요..(이 부분은 절차를 몰라서 그렇게 써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남편이 모든 질문에 하지 않았다라고 하는데 딱 두 답변에 남편이 인정하는 듯한 어색한 해석이 붙어있어서 놀랐습니다. 

너무 열받아서 이부분에 대해 그 경찰서에 전화를 해보았더니 자기네는 남편한테 다 보여줬고 내용이 맞는지 확인도 했고 본인이 사인했다. (한글도 제대로 못 읽는 사람이 그 내용을 다 어떻게 파악하며.. 고압적인 분위기여서 질문에 답만하게 했다는데 사인을 하라는데 안 할 수 있었을까요?) 억울하면 정식재판 가라~ 사법기관의 의견 무시하냐며.. 법원에서 내려오는 길에 그 통화를 하고 길바닥에 주저 앉아서 엉엉 울었네요.. 

남편은 몇 달 동안 회사다니며 번돈 다 털어서 차를 샀습니다. 다시는 대중교통 이용하지 않는다고요.. 실제로 그 이후로 한번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지 않습니다. 저희 부부는 아기를 계획하고 있던 중이어서 경제적인 계획도 있었는데 그것도 어그러지고.. 다행인지 아기가 생겼지만 임신 기간 동안 이 생각만 나면 정말 스트레스 받고 걱정되고 법원 다녀오면 억울해서 울고.. 그치만 혹시나 혹시나 하는 실낱 같은 희망고문을 하며 지금까지 왔네요.. 

저희는 처음부터 정식재판 갈 마음으로 이를 갈고 있었는데 중간에 이런 상황을 아는 지인분이 외국인이고 해서 억울해도 비자문제가 있으니 무조건 합의를 해야한다고 계속 설득을 하셔서 울며 겨자먹기로 피해자 변호인과 접촉을 했습니다. 
그런데 변호인께서 합의금 700을 달라고 하더라구요.. 그 돈 줄거 아니면 다신 연락하지 말라고 하시며.... 참.. 솔직히 이때는 어처구니가 없더라구요.. 
맘에도 없는 합의시도였는데.. 부당합의금까지 주면서 합의하기 싫어서 저희는 법을 믿고 정식재판까지 갔지만 1심에서 벌금 300만원 유죄판결을 받았네요.. 억울해서 항소했지만 역시.. 2심에서도 구체적, 일관적인 피해자 진술이 신빙성이 있답니다. 그럼 저희 남편이 주장하는 일관적이고 구체적인 진술은 어찌하여 이유가 되지 않는 것이며, 신빙성이 떨어지는 건가요?.. 심지어 1심은 판결 이유도 안적어놓았습니다. 그냥 유죄라는 거죠.. 

사실 저는 반 포기 상태로 마지막 상고를 신청했습니다.. 그치만 남편은 자꾸 본인이 이번에는 무죄 판결받을 수 있다고 희망을 품네요.. 법원에 다녀오던 날 상기된 그의 얼굴에.. 차마 유죄나올거라고 말을 못하겠더라구요.. 

오늘 상고를 진행해주실 변호사님과 통화를 하였는데, 남편이 벌금형으로 유죄를 확정받을 경우 성범죄가 특별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내국인은 벌금형일 때 벌금만 내면 되지만, 외국인의 경우 강제추방당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강제추방이라는건 또 생각도 못하다가 듣고나니 손이 떨리고.. 앞이 캄캄하네요.. 출입국 사무소에서 강제추방 명령 받으면 또 사비를 들여서 변호사 선임하여 행정소송으로 가야한다는데... 결과가 어떨지는 해봐야한다고.. 그이야기를 듣고나니..정말 한동안 이 사건으로 눈물도 안났는데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진짜...저희 가족은 어떻게 되는건가싶고, 아무것도 모르고 이제 한참 옹알이 하는 저희 아기를 보면 눈물이 나네요.. 곰탕집 사건이 징역형이라 너무하다고들 하는데.. 벌금형도 힘없는 저희 부부에게는정말 너무나 크게 느껴지고 막막하네요. 

곰탕집 사건으로 TV에서 변호사나 법률관련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아도.. 답답한 마음은 풀 수가 없더라구요..증거가 없는데 어떻게 추정으로 유죄를 때리는 지 알수 가 없네요.. 

어쩌면 또 그렇고 그런 성추행 사건 이야기중 하나라고 생각 하실 많은 분들이 계실것 같고.. 남편 말만 듣고 피해자 나쁜 사람 만드는 아내로 보는 시건도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피해자분을 저속한 표현으로 '꽃뱀'으로 만들고자하는 의도가 아닙니다. 저는 단지 하지 않은 일에 대하여 증거가 없는데 유죄를 받아야하는 이 관례적인(?)시스템에 대하여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며, 정당하고 납득이 가능한 판결을 받고 싶을 뿐입니다. 

정말 그냥 평범하게 살던 신혼부부였습니다. 
이렇게 글을 올린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남편이 부당한 처벌을 받지 않는데 도움을 주고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