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긴데 안보신분들은 읽어보세요~
드디어 그랜저 택시가 나타났지요.
허겁지겁 차를 불러 세웠습니다.
일본인 택시기사가 운전하는 그랜저 택시.
물어보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우선 올라탔습니다.
먼저 기본요금은 일본 수도권의 보통 택시가 그렇듯 710엔. 대략 7천 원입니다.
요즘에는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물가차이가 그렇게 심하지 않지만,
여전히 몇몇 분야는 격차가 존재합니다.
특히 교통비가 많이 다르지요.
그 중에서도 택시비는 우리나라보다 정말 많이 높은 편입니다.
그나저나 익숙한 TG그랜저의 우핸들 버전은 뭐가 다를까요?
운전석 위치가 바뀜에 따라 많은 것들이 좌/우 대칭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변속기에서 기어노브를 수동모드로 빼는 위치도 우리나라 판매모델과 반대인 왼쪽입니다.
내비게이션과 요금 미터기 등등은 우리나라 택시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조수석 뒤편에는 ‘손님께’라는 간단한 메시지가 걸려있었어요.
법규에 따라 국도에서는 60km/h 고속도로에서는 100km/h를 지키며 달릴 테니
양해를 구한다는 말씀. 실제로도 그 속도를 철저하게 지키며
(약간은 답답하리만큼)천천히 운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인들 하면 또 준법정신 아니겠습니까.
시트는 우리나라 택시모델과 마찬가지로 저렴한 느낌의 인조가죽.
아마 인조가죽 중에서도 가장 하급이 아닌가 싶네요.
택시 모델임에도 B/C 필러에는 사이드에어백이 든든하게 달려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터뷰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라고 여쭈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이래봬도 25년동안 택시기사만 했어.
저기 노란색 ‘모범운전자’ 글귀 보이지? 다 물어봐”라며
손가락으로 그쪽을 가리키십니다.
생각보다 쾌활하신 분이셨지요.
본격적으로 궁금증을 쏟아냈습니다.
먼저, 속해계신 택시회사가 왜 현대차를 택시모델로 골랐는지 질문했습니다.
“뭐 글쎄 내가 사장이 아니라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요즘 택시회사들 가운데 후발주자들은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을 만족시키려는 전략이 있어.
기존의 이런 택시모델은 이미 개발된 지 20년이 넘어서 구조가 너무 낡았지.
승차감도 좋지 않고 운전이 편하지도 않으니 승객이나 운전기사 입장에서 좋은 차는 아니야.
회사로서는 값도 저렴하고 품질도 안정된데다 정비도 쉬우니
이런 택시 전용모델을 선호해. 하지만 뭔가 차별포인트가 필요한 우리 같은
후발주자들은 불편한 택시 전용모델보다, 고급차를 택시로 개조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지.
그게 요즘 신생 택시업계에서 하나의 추세이기도 하고.
우리회사 택시가 20대인데, 그 중 15대가 그랜저야.”
“그럼, 기존 택시전용모델보다는 낫기 때문에 그랜저를 구입하게 된 셈이군요?”
“그렇지. 물론 크라운이나, 푸가 등 일본산 고급차들도 많이 있지만,
그랜저가 그 차들보다 저렴해. 게다가 택시가 그 차들만큼 고급스러울 필요도 없고.
그러니까 택시회사가 원하는 만큼의 고급스러움을 적당히 갖추면서
값도 싼 것이 그랜저를 택하는 택시회사들의 공통된 이유일거야.
승객이 택시메이커보고 타지는 않잖아. 타보니까 편하면 좋은 거지.”
참고로 현대차가 일본에서 철수하기 전, 그랜저TG의 일본 내 판매가격은
309.8만엔부터 353.8만엔까지(대략 3천만원 초중반)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토요타 크라운이나 닛산 푸가는 최고급 모델 기준으로
2천만 원 가까이 더 비쌌지요. 이쯤에서 다음으로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습니다.
“근데, 택시로 사용할 차량은 가격만큼이나 품질과 내구성 등도 중요한 거 아닐까요?
이 차의 품질이나 내구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구성이라… 사실 이 회사에서 와서 그랜저 택시를 몬지 1여년 밖에 되지 않았어.
그래서 장기적으로 품질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딱히 문제 일으켰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
사실 일본인 입장에서 한국 차의 품질을 보면 분명,
거슬리는 부위가 있을 것이고 조금 더 날카로운 대답이 돌아올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아저씨의 성격 때문인지 모든 걸 좋게 좋게 대답하셔서
왠지 모를 조바심이 났습니다.
덩달아 질문도 조금씩 날카로워졌지요.
“그렇군요. 그런데 현대가 몇 년 전 일본에서 철수했잖아요.
택시에게 있어 정비나 AS 등도 매우 중요할 것 같은데,
현대의 철수로 인해 유지보수 면에서의 불편함은 없나요?”
“불편함? 그런 건 없어. 일본 택시회사들은 각자 자체적으로
계약을 맺은 정비공장이 있어서, 간단한 소모품 교환이 아니고서야
차량들의 정비에 직접적으로 손 대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면 각자 계약된 정비공장에 보내면 되니까.
그래서 이 차도 거기서 알아서 다 정비해주는 거지. 만약,
현대의 철수 때문에 부품 수급 등의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랑
계약한 정비공장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지 나나 우리 회사가
직접적으로 불편을 겪을 일은 없다는 말씀.
게다가 내가 알기로는 현대차의 일본 내 부품공급을 미츠비시에서 할걸?
아직까지 정비에 관해서는 별 문제 없는 걸로 알고 있어.
단, 택시가 아닌 일반 개인구매자들은 열 좀 받을 거다.
일단 미츠비시 AS센터 자체도 별로 많지 않은데, 그 중에서 현대차를 취급해
주는 곳은 정말 드문데다가 점점 더 취급점이 없어지고 있는 추세라서…”
적어도 AS 문제에 관해서 만큼은 더 험한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별 대수롭지 않다는 식으로 넘어가시더군요.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비판적인 현대차의 품질과 AS를 일본인이 만족할 리가 없으니까요.
이대로 둥글둥글하게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조금 더 직설적으로 질문했습니다.
“딱 까놓고, 그랜저를 타면서 불편한 점이나 단점, 혹은 불만 같은 건 없으세요?”
그랬더니 이런 답이 돌아옵니다.
“있어! 차가 너무 커! 한국이 일본보다 길이 넓은가봐?
우리회사에 와서 그랜저 택시를 배정받으면 한동안 낮시간 근무만 배당 받아.
차의 크기에 익숙해질 때까지 위험하니까 밤에는 타지 말라는 거지.
나도 몇 주를 주간근무만 뛰어서 수입이 줄었었어.
이제는 익숙해져서 밤 근무도 뛰지만…
여전히 크기 때문에 골목 같은데 들어갈 땐 긴장돼. 그래서 저런 거 붙여놨잖아.”
저는 또 모범운전자 딱지를 자랑하시려는 줄 알았더니
좁은 곳에서 차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 조수석 앞쪽 모서리에 봉을 달아놓으셨더군요.
아무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아저씨와 제법 친해졌습니다.
그 가운데 개인적인 질문도 몇 개가 오갔지요.
“25년간 택시 일을 하셨으면 별의 별 차들을 다 몰아보셨겠네요”
이번에도 대답은 예상 외입니다.
아하하하! 딱히 그렇지도 않아. 회사 택시는 거의 택시 전용모델을 쓰는데,
종류가 뻔하거든. 크라운 컴포트, 닛산 크루/세드릭 이 3대 밖에 없으니까.
25년 중 20년 동안 저 3대만 몰아봤어.
내가 택시기사 되던 즈음부터 있던 차들이니 정말 오래됐지.
지금도 생산하고 있는 건 크라운 컴포트 뿐이지만 말야.
그 후에 닛산 글로리아도 몰아봤고, 이 회사 오기 직전에는 토요타 마크X택시를 몰았었지.”
“근데 외국에서는 일본의 각진 택시전용모델을 하나의 일본다운 아이콘으로 생각해요. 좋은 것 아닌가요?”
“그 외국인들한테 택시전용모델로 하루 종일 운전해보라 그래! 그런 생각이 드나…
나도 택시전용모델만 탈 때는 몰랐는데, 다른 거 타니까 천국이 따로 없어.”
“그럼 지금까지 타본 모델 중 어느 차가 가장 인상 깊거나 좋으셨나요?”라는
질문에 기사 아저씨는 망설임 없이 “이 차(그랜저TG)가 최고야.
뭐니뭐니해도 파워와 승차감은 정말 불만 없어. 2700cc나 되니까 연비가 좀 안 좋긴 하지만,
LPG엔진으로 이렇게 잘 나가는 차 처음 봤어.” 라고 대답하십니다.
현대의 LPG엔진 기술력이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이야기는 들어 봤습니다만,
늘 이 차를 운전하는 일본 택시기사에게 칭찬을 들으니 새롭게 와 닿았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만큼 LPG엔진에 투자하는 회사가 없어서 얻을 수 있었던 결과라고도 합니다만.
“마지막으로 여쭤볼게요. 그랜저를 지금까지 타보시면서 생각하신,
총체적인 느낌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이렇게 던진 저의 마무리 질문에 돌아온 아저씨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택시로선 정말 최고야. 오래된 택시전용모델보다 좀 더 편하고
고급스런 택시를 원하는 회사가 비싼 돈 들이지 않고 구입할 수 있는
최적의 차거든. 아무튼, 나는 개인택시기사도 아닌데 이렇게 좋은 차로
편하게 일할 수 있어서 참 운이 좋다고 생각해.
택시기사 하는 내 친구들도 편한 차 타고 다니는 나를 부러워한다고~”
원래는 일본인인 이 아저씨가 한국의 현대차를 신랄하게 비판해 주셔야 좀
더 자극적이고 재미난 내용으로 꾸미는데 도움이 되었을 텐데…
이게 타테마에(일본인 특유의 겉포장)인지 혼네(속마음)인지 모르겠지만,
이 아저씨 그랜저 택시에 대만족 하신다고 합니다.
물론 ‘택시로서’라는 말은 빼놓지 않으셨지만 말이죠.
아무튼 차에서 내리며 아저씨의 모습을 촬영해 드렸습니다.
출처 - http://auto.naver.com/magazine/magazineThemeRead.nhn?seq=7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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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4)
추천하고 가요~ㅋㅋ 제가 볼땐 일본인 특유의 겉포장이 좀 많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저차와,,,국내산 ecu를 비교해보고 싶네요,,
같은 사양인지,,,,ㅋㅋㅋ
아닐거라는 생각이 드는건 저만인지,,,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번 비교해봐야 겠네요,,
한국민이 바보인지 일본인이 바보인지,,,
주행거리가 상당할텐데
제법오랫동안 현역에서 굴리는군요
잘봤습니다.
현대 엔진은 저장력 피스톤링 때문에 엔진오일 쳐묵쳐묵. 실린더 벽 스크레치.
하쿠님인가? 그분이 예전에 포스팅 하셨던 글이죠 ㅎㅎ 저도 이글 참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재일교포 박모씨가 운영하는 택시업체 같더군요..그랜져 13대, 크라운 2댄가 3댄가 운영하신다는..
일본시장에 그랜져HG 3.0LPI로 택시마케팅이라도 하면 좀 될것 같은데 말이죠 흠..
저도4~5년쯤 전에 일본여행가서 봤네요..
TG..
이거 나온지가 아주 오래전인데
잘 보고 갑니다.
tg명차예요.. 제 동기놈이 tg타다 지금은 hg타는데(둘다 가솔린)tg가 더 조용하고 부드러웠다고 하네요.저 느낌도 그렇습니다. 시트 질감은 lpi모델이 가솔린 모델보다 싸구려 레쟈를 씁니다. 가솔린은 좀더 두툼한 느낌...흉기 lpg엔진은 tg에 얹은 뮤엔진에서 정점을 이뤘다고 봄.., 그 이후는 원가절감으로 오히려 품질하락중..
여러분 믿고 싶지 않으시겠지만 흉기놈들이 2000년대 초중반부터 2010년 언저리까지는 차를 정말 잘만들었습니다.그 이후 좀 잘나간다 싶으니 양아치 근성이 발동해서 yf시리즈 나올때쯤해서 품질이 에전만 못한게 느껴집니다.
Tg잘만든거 같음
시나가와번호판도 있네...
그랜져 TG 명차죠 +_+ 진짜 택시모델로는 저만한게 없을듯 ㅋ
오우 좋은 글 이네요
이런 알찬글이 보배에 많아지면 좋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