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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다수12.. | 24/08/08 07:39 | 추천 28

응급실 다양한 이유의 죽음들 +29

원문링크 https://www.ilbe.com/11545302672







 

의료직에 있는 사람은 그냥 흔히 보는 일이겠지만 일반인들은 신박할테니 그냥 읽어봐라

 

우리학교는 학생들도 기본적인 술기를 시키는 학교다(대학병원에서 교수 지도아래 의과대학생이 하는건 불법의료행위가 아님)

그래서 이런저런 일을 겪었다

 

1.손가락 잘려서 온 아저씨

 

응급실에 앉아서 대기하고 있는데 정형외과 레지던트쌤이 빨리 오래서 가봤다

30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사람인데 보니깐 한손에 2,3,4번째 손가락이 한마디씩 잘려있다

 

자세한 원인도 들을 겨를없이 빨리 식염수 가져다 부으라길래 잘린 손가락은 식염수에 담아두고 잘린부위에 한 10통가까이 쏟아부었다

대충 들어보니 공장에서 일하다가 잘린거 같더라

아저씨랑 손가락 잘렸는데 엄청 아파하지도 않고 자기도 엄청 당황스러운지 경황이 없어보이더라

 

손가락 잘리면 엄청 아프도 슬퍼할거 같았는데 경황없어서 걍 무덤덤하다

안타깝게도 우리학교는 수지접합할줄 아는 교수가 없었다 그래서 레지던트쌤이 여기서 수술하면 그대로 잘린상태로

닫을거라고 이왕이면 수지접합전문 병원으로 가라고 그래서 바로 상처부위만 드레싱돌돌 쌓매주고 보냈다

 

 

2.그라목손 먹고온 아저씨

 

요즘 그라목손 안판다 근데 어떻게 구하는지 그걸 먹고 오더라..

입에는 불쾌한 냄새나는 청록색 액체가 묻어있고...

알겠지만 그라목손은 소량만 먹어도 100프로 사망한다

심지어 피부로도 흡수된다

근데 그환자 심전도를 나보고 찍으러라더라

아... 장갑존나끼고 마스크끼고 어찌저찌 찍었는데 결국 얼마못간거 같더라

 

 

 

3.할머니 똥사건

 

응급실에 복통으로 오는 사람중에 변비땜에 똥찬게 원인인경우가 왕왕있다

70대할머니가 아이고 배야 나죽겄다 이러면서 누워있다

할머니들은 골반쪽에 힘이 안들어가서 변을 잘 못보는 경우가 많다

일단 기본적인 검사하고 x레이 찍어보니깐 역시나 변이 꽉차있더라

인턴쌤이 미안한데 핑거에네마좀 하란다

핑거에네마가 뭐냐면 환자가 힘이없어 변을 못보니 손가락을 항문에 넣어서 손으로 변을 긁어내는거다

하 장갑 3개꼈다

근데 별로 변은 안나오더라 좀더 안쪽에 변이 차있는거다

G에네마 하란다

간호사가 50cc주시기에 관장약 담아주더라 이건 쉽다 항문에 뽕 놓고 관장액 밀어넣으면 된다

할머니 얼마안가 화장실서 변보고 와도 배가 계속 아프단다

어쩔슈없이 항문에 한 50센치짜리 정도 되는 호스 꼽고 관장액 1리터정도 쏟아부었다

근데 이게 문제가 뭐냐면 가뜩이나 장에 변이 가득차있는데 관장액 1리터 넣으면 못버틴다.. 할머니들 괄약근이약해서 못버티고 뿜어낼수도 있다

그렇기에 미리 기저귀채우고 비닐로 항문쪽 받쳐두고 하는데

보통은 뿜어도 1리터는 넣고 뿜는데 이할머니는 500cc째 넣는데 뿜더라...나도 예상못하고 있어서 바지랑 구두에 똥이 튀더라ㅠㅠㅠ

할머니는 화장실가서 나머지 변을 본후

휴~~이제살겠노 하면서 기분좋게 집에가더라

 

 

4.의사를 못믿었던 암환자

내과쌤들이랑 응급의학과쌤들이 어떤 환자 앞에서 심각하게 얘기하더라

나보고 일로와서 앰부짜란다

환자 배가 복수가 가득차서 빵빵하다

가서 앰부짜고 쌤들은 계속 심전도 모니터링기계 보고있는데 갑자기 맥박이랑 심박수쳐지더라 바로 치란다

그래서 cpr바로 쳤다 근데 말기암환자가 심정지 올때 cpr친다고 절대 안되돌아온다

30분쯤 치다가 쌤들이 이제 가망없다고 그만한다고 하고 사망선고 했다

나중에보니 그사람은 40대중반이었는데 자궁경부암이더라 1년전 처음에 2기였나 진단받았는데 진료를 거부했단다

의사들은 사기꾼이고 양방치료는 부작용이 많아서 진료를 받지않겠다고.... 어디 한의원에 갔는지 산속가서 기도했는지 몰라도 1년만에 온 배에 다 전이가 되서 배가 빵빵해진채로 응급실에 실려온거다

의사가 사기꾼이고 양방(??)이 부작용 많아서 치료를 거부한다니... 이럴땐 어떻게 해야할지 나는 잘 모르겠다

 

 

5.cpr칠때 느낌

환자가 심정지가 오면 cpr을 친다

기도로 산소를 짜놓고 흉부를 압박한다 그리고 부정맥있으면 전기충격을 주거나 에피네프린등을 준다

자세한 과정설명은 생략한다

Cpr은 의사가 해야되는일이라 의료법상 간호사가 못한다(물론 병원밖이나 병원내에서 간호사가 발견하여 의사오기전등 상황에는 간호사도 흉부압박한다)

 

근데 아까 말했듯이 대학병원에서 의과대학 학생은 어느정도 의료행위를 할수있다 그래서 보통 응급실에서 cpr은 인턴이 하는데 종종 일손딸리면 학생들도 한다(왜냐면 이걸 30분동안 한사람이 절대할수없다 2분만해도 진이빠져서 교대로 하는데 3~4명은 붙어야한다)라고 하지만 우리학겨는 대부분 학생들도 cpr쳤다

 

근데 보통사람들이 오해하는게 cpr은 멎은 심장을 다시뛰게하는 치료가 아니다... 심장이 멎어서 뇌같은 중요장기에 피가안가니 인공적으로 피가 가게끔 해서 시간을 버는거다 왜냐면 뇌는 5분만 지나도 맛이 가는데 10분뒤에 심장이 다시뛰어도 의미거 없잔냐 그래서 그동안 피를 짜주는거다(레퍼런스에선 제대로 cpr쳐도 정상의 1/3정도밖에 혈류량을 못짜낸다고 한다)

 

그리고 보통 심장이 갑자기 멈추는 심근경색등과 같을땐 바로 cpr을 쳐주면 되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심장문제가 아니라 다른 원인에 의한 심정지(즉 사망하는 일련에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심장이 멈추는 단계)에서 cpr을 쳐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

Cpr이라는게 멈춘 심장을 다시 돌릴동안 시간을 버는건데 심장이 멈췄을때 교정가능한 원인이 몇개없다(5H5T라고 이건 의대생들 족보다)

그외엔 아무리 cpr쳐도 멈춘심장을 다시뛰게 하긴힘들다

 

내가 왜이렇게 길게 설명을 하냐면 보통 응급실에서 cpr칠때 안다 이 사람은 cpr이 아무 의미없다는걸

근데도 왜 cpr을 치냐 그래도 아주작은 가능성이라도 두고 최선의치료를 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보호자들때문도 있다

보통 cpr을 치는 자세에서 환자옆에서 치다보면 내 앞엔 보호자들이 있다

울고불고하는 보호자, 주저앉아서 엉엉우는 보호자, 아직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든지 멍하게 있는 보호자, 제발 우리 엄마 살려주세요라고 절규하는 보호자, 혼절해버리는 보호자 다양한 보호자들이 내눈앞에 보여진다

나는 cpr칠때 항상 최선을 다해 쳤다. 근데 머리로는 안다 이 사람은 절대 안돌아오는걸... 뼈만남은 말기 암환자가 cpr을 제대로 친다고 심장이 다시 뛰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눈앞에 펼쳐진 장면을 보고있으면 나는 그래도 최선을 다할수밖에 없다

제발 살려달라는데 어쩌겠는가

내가 수십번은 cpr 쳐봤는데 1,2명만 살아남고 대부분 그대로 사망했다

물론 잠깐 심장이 다시뛰는 경우도 많은데 그래도 대부분 그 원인을 교정할수 없는지라 다시 심정지가 온다

난 cpr치면서 별생각이 다들더라

내가 지금 심폐소생술을 하고있는,하지만 가망없는,하지만 보호자는 제발 살려달라는 이 환자에게 내가 어떤걸 해줄수있나...

 

 

6.공사장에서 자제에 깔려온 아저씨

 

이 아저씨는 들어올때부터 의식이 없었다

119아저씨들도 심각하게 사고상황설명한다 응급의학과 교수부터 레지던트,인턴까지 몇명이 달라붙었다, 간호사와 학생인 나까지 하면 10명은 됐을거다

맥이 잡히긴 하는데 40정도밖에 안된다

 

피는 온몸에서 난다

다리는 골반아래로 그냥 아작났다고 보면 된다

뼈가 뿌러져 살을 뚫고 몸밖으로 튀어나와있다

일단 부목을대서 다리를 고정하려고 다리를 들고있었는데 연체동물의 그것인줄 알았다

뼈가 다 으깨져서 그냥 다리가 흐믈흐물 축쳐진다

그래도 어찌저찌 부목대서 감아놨다

 

소변줄을 꼽았다

소변이 아니라 피가 줄줄나온다 방광쪽 장기도 대충보면 막말로 다 박살난거 같다

소변줄로 피가 2리터가 나왔다

폐에 피가 차서 흉관을 삽관한단다

양쪽폐에서 피가 각각 1리터,500ml 나왔다

아랫배가 점점 차오른다

골반쪽에선 아직도 출혈이 계속되는거 같다

피를 20팩은 수혈했다

빨리 수혈하게 팩을 쥐어 짠다

보통 복부는 그나마 수술로 지혈을 해볼수있는데 골반이나 하지쪽은 힘들다

여러장기 근육,조직사이에 줄줄히 출혈이 나는데 그걸 다 찾아서 지혈할수가 없다

골반부터 다리까지 붕대로 칭칭감는다

골반 전체를 압박해서 지혈을 시켜보려는거같다

근데도 아직 혈압은 40을 간당간당한다

피부를만지니 피가 안돌아 차갑다 살아있는 사람의 피부같지않다

 

상황을 보니 나이는 70세고 토요일인데도 일하려고 공사장에 갔다가 1톤짜리 돌? 철근에 깔렸단다

너무 안타깝다 보통 이렇게 외상입고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노동하는 사람들이다

70세에 토요일에도 돈벌려고 공사장 나갔다가 이런 사고를 당했다

이건 중증외상중에서도 정말 초중외상이다

 

역시나 얼마못가 심장이 멈췄다

하던일을 멈추고 달려가 cpr을 쳤다

다행히 곧돌아왔다

이와중에 보호자들이 달려왔다 족히 10명은 넘는거같다

다들 혼절하려고 한다

그렇게 3번 심정지가 왔고 결국 사망했다

어쩌면 응급실문을 들어올때부터 살아날가능성이 없었는지 모르겠다

 

아까는 10명이나 붙어있었지만 다들 다른 환자보러 가고 차가운 시신과 오열하는 보호자만 남아있다

 

레지던트쌤과 인턴쌤이 시신에서 부착된 각종의료장비를 떼낸다

상황은 아수라장이었다

침대와 그주변 3미터는 피가 넘쳐나있고 피뭍은 거즈,다 짜낸 수혈팩들이 널부러져있다

전쟁터같다

인턴쌤이 나를보더니 이리와서 너가좀 하란다

인턴쌤도 다른 응급환자 봐야되서 바쁜가보다

방금전까지만해도 숨막히던 응급의료현장에서 지금은 쓸쓸하게 남아있는 차디찬몸둥이만 있다

난 할줄아는게 없는 학생이었지만 너무 안타깝더라 내가 이사람에게 뭔가 더 적극적인 무언가를 할줄알았다면... 적어도 조금의 기회라도 이사람에게 더 줄수있었다면...

나는 레지던트쌤의 지시에 따라 만신창이인 시신을 조금조금 수습했다 이런몰골을 다른 보호자들이 보면 충격먹는다

살을 뚫고 튀어나온 부러진 다리뼈는 어찌어찌 다시 맞춰서 거즈로 덧댔다

찢어진살은 꼬매고 온몸이 핏자국으로 범벅이라 과산화수소로 닦아낸다

 

근데 레지던트쌤들은 이상황이 흔한일인듯 아무렇지 않은가보다

물론 그럴수밖에 없다 의사가 환자의 죽음 하나하나에 감상에 젖어있거나 슬퍼하면 의사를 할수가 없다

의사로서 최선을 다하지만 죽은 환자에게 너무 마음을 쓸수가 없다

그들은 프로인거같다

오늘 저녁 뭐시켜먹을지 얘기하고 있다

나는 적응이 안됐다 아직 미숙한 초보자인가보다

망신창이가 되어 응급실에 온 환자에게 해줄수 있는게 없이 죽어가는걸 처음부터 끝까지 옆에서 지켜봤다

내가 의사가 되어서 이런 환자들에게 어떤걸 해줄수있을지 어떤 의사가 될지 생각해보는 제일 기억에 남는 환자였다

 

 

 

7. 아 그리고 응급실에 제일많은 술처먹고 어디 찢어져서 온 놈들

솔직히 얘넨 응급환자도 아니다

1센치 2센치 찢어져서 왔고 신경손상이런것도 없고 그냥 꼬메기만 하면 되는데

응급환자들 먼저보다보면 이런 사람들은 주구장창 기다릴수밖에 없다

근데 얘네는 좀만 있으면 찾아와서 소리지르면서 행패부린다

아니 환자가 아프다는데 니들 의사맞냐고 왜 안치료해주냐고 소리지른다

아니 니 꼬메줄 의사는 다른 더 급한환자보고 있는데 어쩌란거냐

근데 분명히 말했지만 얘넨 응급환자 아닌데 응급실에서 지들 빨리 치료안해준다고 소리지르는거다

응급의료법상 얘넨 그냥 쫒아내도 된다

근데 술취해서 더 난리피울거같아서 안쫒아내나보다

니들은 제발 제발 쳐마셨으면 곱게 집가고 혹여 찢어지더라도 응급실에서 환자(?)가 아프다는데 왜이렇게 의사안오냐고 행패부리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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